참좋은여행의 해외여행판매 재개로 주가가 4거래일 동안 26.8%나 뛰었다. 사진=참좋은여행 제공
#주가도 확 올라, 업계엔 긍정신호
주가도 확 올랐다. 11월 18일 6930원이었던 주가가 11월 25일엔 8620원까지 올랐다. 4거래일 동안 무려 26.8%나 오른 것이다. 아무런 발표도 없던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주가까지 4~5% 덩달아 끌어올렸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는 최근의 보도들에도 영향을 받았다. 홍콩-싱가포르, 호주-뉴질랜드 간 운영하고 있는 트래블버블(Travel Bubble, 방역 우수 국가 간 자가격리를 면제해주는 제도)이 국내에 도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한몫했다.
코로나19의 상황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는 판단이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의 심리를 움직이게 한 것이다. 참좋은여행이 처음으로 다시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희망을 구체적으로 공표하면서 여행업계는 10개월여의 긴 잠에서 막 기지개를 켰다. 2021년 상반기 동남아부터 출발한다는 계획으로 유럽과 미주 노선을 비롯해 전 노선의 패키지 상품을 풀었다. 기존 상품에서 좌석 거리두기 확보 등으로 안전을 좀 더 강화한 246개 상품에 비대면 기반의 신규 상품 152개를 더했다. 해외여행이 다시 재개될 시점에 고객을 빨리 선점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가장 빠른 출발일은 3월 1일이다. 방역이 나쁘지 않은 인접 국가가 대상인데 홍콩, 대만,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일본 등이다. 이어 4월에는 동남아와 호주, 뉴질랜드, 괌, 사이판 상품이 출발할 예정. 하반기부터는 유럽과 미주 노선 중 안전한 국가 위주로 간다. 여행 출발 시까지 양국 간 자가격리 조건이 풀리지 않는다면 100% 환불된다.
여행객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오랜 기다림 끝의 예약만으로도 여행객들의 희망과 설렘을 사고 있다. 캐치프레이즈도 “희망을 예약하세요”다. 참좋은여행은 일단 무급휴직 중이던 80여 명의 핵심인력을 출근시키고 있는 상태다. 사실 직원들을 마냥 쉬게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반기부터는 유럽과 미주 노선 중 안전한 국가 위주로 간다. 여행 출발 시까지 양국 간 자가격리 조건이 풀리지 않는다면 100% 환불된다. 사진=참좋은여행 홈페이지 캡처
#대량 실업 막을 방편 된다면…
여행업계에선 11월에 정부지원의 유무급휴직이 대부분 끝나 실업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예측이 있었다. 코로나19 초기엔 임금의 90%를 지원하는 정부의 특별고용유지지원으로 유급휴직을 진행했지만 매출 제로로 몇 달이 흘러가며 10%의 회사 부담금과 직원들의 4대보험 납부마저도 부담이 됐다. 급히 4대보험금이 유예되고 회사 부담 없이 또 다른 정부 지원금이 나오는 무급휴직으로 돌렸지만 무급휴직기간까지 끝나는 시점이 11월이다. 대표적인 여행사 하나투어는 전체 직원 2300명 가운데 기본 인력인 300명은 출근하고 나머지 2000명은 내년 3월까지 정부지원 없이 임금이 전혀 없는 무급휴직에 들어간다.
이미 올해의 유무급휴직 찬스를 다 써버린 여행사들은 12월부터 직원임금과 4대보험이 다시 부담이 되기 시작한다. 정부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는 기간 동안 직원들은 사실상 임금이 전혀 없는 무급휴직을 견뎌야 한다. 이런 시점에서 나온 해외여행상품 판매 재개소식은 업계에서도 “반갑기도 하면서 아직은 불확실하다”고 말한다.
참좋은여행의 경우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동안 유급휴직을 했다. 무급휴직에 들어가기 전 유급휴직으로 최대한 버티다가 무급휴직은 타사에 비해 비교적 늦게 들어간 편이다. 9월부터 무급휴직을 시작해 3개월+3개월이 가능한 정부지원 무급휴직을 내년 2월까지 할 수 있다. 앞서 5개월 동안 유급휴직으로 최대한 버틴 덕에 무급휴직으로 늦게 갈아타면서 직원들이 ‘제로임금 무급휴직’의 혹독한 시절을 견디는 것은 면했다.
참좋은여행은 현재 전 직원 340명 중 IT인력 30명, 국내팀 20명, 해외팀 30명 등 총 80여 명이 출근하고 있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지난 10개월 동안에도 기본 50명 정도는 출근해 기본적인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참좋은여행은 현재 6000여 명의 상품 예약을 받았다. 관련기사가 뜨면서 포털 실검에도 오르내렸다. 그만큼 고객의 억눌렸던 여행욕구를 보여준다. 사진=참좋은여행 모바일광고 캡처
그러면서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주가가 폭등한 것도 부채비율이 6%밖에 되지 않는 참좋은여행의 재무건전성을 좋게 평가한 데다 백신 개발로 인해 조만간 여행이 재개될 것이 현실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라 설명했다.
참좋은여행은 기본적으로 저가 덤핑 상품이 별로 없었던 여행사이기도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여행상품 판매는 더더욱 저가 상품이 없다. 동유럽 179만 원 정도가 그나마 저렴한 상품이다. 그럼에도 6000여 예약 가운데 절반 정도가 유럽 건이다. 동남아 여행 욕구는 그나마 제주나 강릉, 남해 등의 국내 여행으로 대체될 수 있지만 유럽여행에 대한 욕구는 국내에서 해결하기 힘든 또 다른 차원이라 백신이 개발되고 코로나가 진정된 뒤에는 유럽 쪽으로 가려는 여행객의 니즈가 많을 것으로 분석된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그간 39만 원, 49만 원 등 저가 동남아여행은 땡처리 항공권이 있어서 가능한 가격이었는데 코로나 시대에는 동남아 상품도 최소 80만~90만 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아직 실제 운항일의 항공권 가격을 가늠하기 어려워 정확한 상품가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현재 가격에서 만약 비용이 줄어 시장 가격이 낮아진다면 낮은 상품가로 다시 책정하겠지만 가격이 높아지면 예약시점 금액으로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행업계 다른 관계자는 “여행객의 희망을 사는 감성마케팅이 고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업계에서도 내년 하반기부터는 어느 정도 해외여행이 풀릴 것이라 전망하고 있어서 여행사 인지도도 높이고 미리 고객을 선점할 수 있는 영리한 전략이라 본다. 고객에게 예약금 1만 원씩 받아 봐야 1만 명 예약해도 1억 원 수준이라 경영에 크게 도움은 안 되겠지만 내부 직원들에게나 고객에게나 긍정적”이라며 “항공을 비롯해 호텔이나 차량, 식당 등 현지 예약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항공요금과 현지 진행 비용을 아직 특정하지 못하겠지만 직원들은 그나마 할 일이 생기고 상품 개발도 시작할 수 있다”고 평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