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11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해신공항 검증 원점 재검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가 11월 17일 김해국제공항 확장안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검증위는 “김해신공항(김해국제공항 확장안)은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고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검증위 보고서는 김해신공항 원점 재검토 내용만을 담고 있지만, 여당에서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기정사실로 두고 밀어붙이려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부산 가덕도 신공항 신속 건설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 등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을 11월 26일 발의했다. 민주당 정책위의장 한정애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여당 의원 136명이 참여했다.
한정애 의원은 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한 뒤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논의가 오랫동안 지역숙원처럼 있었다. 국민 안전을 확보하고 항공물류기지 역할을 하는 동남권 관문으로 가덕도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었지만 정치권이 그 요청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며 “오늘 그런 뜻을 모아 법안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이러한 움직임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비판하는 측에서는 그 근거로 2011년과 2016년 동남권 신공항 평가 보고서를 든다.
#2011년 입지평가, 밀양보다 낮아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공약으로 동남권 신공항 건립을 내세웠다. 신공항 입지는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도 압축됐다. 양자구도로 재편돼 지자체별로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신공항 문제는 영남 내 지역갈등으로 번지게 됐다. 핵심 지지기반인 영남이 갈라지자 이명박 정부에서는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위원회를 구성, 밀양과 가덕도를 두고 민간전문가를 통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검증과 평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동남권신공항 입지평가위원회는 항공 교통 지역개발 등 관련 분야 외부 전문가를 추천 받아 박창호 위원장을 포함해 공항운영, 경제, 사회·환경 3개 분과 20명으로 구성됐다. 위원회는 2010년 7월부터 2011년 3월까지 8개월간 전체회의 9회, 분과회의 12회 등 총 21차례 회의를 거쳐, 국토연구원에서 실시한 동남권 신공항 타당성 및 입지조사 용역결과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지평가위원회는 2011년 3월 30일 결론을 발표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불리한 지형조건으로 인한 환경 훼손이 우려되고, 사업비 과다로 경제성이 미흡해 공항 입지로서 적합하지 않다며 밀양과 가덕도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은 것. 그렇게 동남권 신공항 프로젝트는 백지화됐다.
박창호 동남권신공항 입지평가위원장이 2011년 3월 30일 경기 과천 국토해양부에서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모두 신공항 입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단계 절대평가 결과에서 3개 평가분야별 총점을 합산한 결과 가덕도는 38.3점으로, 밀양(39.9점)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가덕도는 공항운영에서 고정장애물 면에서는 입지로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바람과 시정(안개현상·운량·강우·강설 등) 역시 양호했다. 사회·환경 부문에서도 토지이용 및 개발 잠재력, 지역파급효과 등 항목은 양호한 점수를 받았다. 생태계 및 소음 역시 악영향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신공항 입지로 부족한 점도 다수였다. 경제부문에서는 수요 비용 편익 항목에서 모두 미흡 평가를 받았고, 시공의 용이성과 확장성에서 가덕도는 대규모 매립이 필요해 낮은 점수가 나왔다. 공항운영 면에서도 이동장애물은 인근 철새도래지 및 가덕수도 선박으로 지장 가능성이 고려됐다. 또한 김해공항과의 중첩으로 용량제약 등이 지적됐다. 사회·환경 부문에서는 지리적·경제적·이용객 등 접근성 항목에서 지리적 위치가 미흡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2016년 평가 때도 최하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동남권 신공항이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자, 정부는 외국 전문기관에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를 의뢰하기로 결정했다. 외국 전문기관은 국제 입찰을 거쳐 프랑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이 맡았다.
1년여에 걸친 평가 끝에 ADPi는 2016년 6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사전타당성 검토 최종보고회를 개최했다. 장마리 슈발리에 ADPi 수석 엔지니어의 결과 발표에서 밀양과 가덕도는 다시 한번 선택되지 못했다. 대신 김해국제공항 확장안이 제시됐다. ADPi는 “김해국제공항을 확장하는 경우 현재 제기되는 안전 이슈를 해소할 수 있고 기존 시설을 누릴 수 있다는 접근성에 장점이 있다. 기존 시설을 제거하는 필요도 줄어들 수 있다”고 확장안의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가덕도 신공항은 밀양에도 밀린 3등을 기록했다. ADPi는 가덕도를 일반적인 공항 후보지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ADPi는 보고서에서 “공사비용이 많이 들고 시공 리스크도 높다. 막대한 양의 입지조성(산지 절토, 매립) 공사는 해당지역의 자연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사회적 비용편익 분석을 해보면 가덕도 공항 건설을 위해서는 공항 일부를 해상에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높은 수준의 투자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덕은 공항 운영상 안전성과 소음피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면서도 “검토 지역범위 내에서 남쪽 끝에 위치한 관계로 대구나 경북지역으로부터의 지상접근 시간과 거리가 적정수준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김해공항과 근접해 있어 두 공항의 항공교통업무 관리가 보다 복잡하고 긴밀한 조정이 요구된다”며 “어업 등 지역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도 심각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 김해신공항 확장 원점으로
11월 17일에 나온 김해신공항 검증위의 보고서는 김해신공항의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적정성 검증만을 담고 있다. 따라서 앞서 두 차례 보고서에서 도출한 가덕도와 밀양 입지 평가 결과와의 직접 비교는 어렵다. 다만 부산·울산·경남 3개 지자체와 국토부 등이 제기한 김해신공항 방안의 안전, 소음, 시설운영·수요, 환경 4개 분야 11개 쟁점, 22개 세부항목이 다뤄졌다.
앞서 ADPi의 보고서는 기존 김해국제공항의 결점을 극복할 수 있는 신공항 배치를 설계했다. 북측 산악으로 인한 안전운항 문제는 “남동-북서방향의 신설 활주로로 북측 산악을 회피하는 운항경로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용능력 증대효과가 없는 것에 대해서는 “교차활주로를 기존 활주로와 혼용해 도착과 출발용으로 사용함으로써 장래 요구되는 수용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음 영향에 대해서도 “두 활주로를 한 방향씩으로만 사용할 경우 인구 밀집지역 상공과 이격된 곳으로 비행이 이루어져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검증위 보고서는 진입표면 높이 이상 장애물인 오봉산, 임호산, 경운산 등을 절취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 “법제처 유권해석 결과 기본적으로 진입제한 표면 이상의 장애물은 없애는 것이 원칙이고, 산악 존치를 위해서는 관계행정기관(지자체) 장과 협의가 있어야 한다”며 “산악장애물 존치를 전제로 수립된 국토부의 기본계획은 법 취지에 위배돼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신설활주로와 기존활주로 비행절차 수립 가능 여부는 “전문가 패널들의 의견을 검토한 결과 비행절차가 완전하지 않으며, 절차기준에 부합하도록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활주로 용량 부족 여부 및 추가 확장 필요성은 “항공기의 신속한 이동 및 이동거리 최소화를 위해 C급 전용의 서편유도로를 개항시부터 건설할 필요가 있다”며 “미래 변화를 수용하기에는 입지여건상 제한적이라고 판단한다”고 진단했다. 김해신공항의 여객수요 예측에 대해서도 “미래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실질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치를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문제가 된 지적 중 하나인 소음피해 예측에 대해서는 “김해신공항의 심야운항 가능성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나, 주민동의와 공항경영 정책이 함께 고려돼야 해 심야운항이 제한될 여지는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소음진동관리법 개정으로 소음평가 단위가 변경될 예정이다. 이 경우 기존 단위 적용에 비해 소음피해 범위가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므로 피해가구 수를 재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검증위는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은 안전, 시설운영·수요, 환경, 소음분야에서 상당부분 보완이 필요하다. 국제공항의 특성상 각종 환경의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 면에서 매우 타이트한 기본계획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아울러 지자체의 협의 의사가 확인되지 않으면 장애물 제한 표면 높이 이상 산악 제거를 전제로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는 해석도 있다”고 결론 냈다.
민주당 정책위의장 한정애 의원 및 여당 의원 136명이 11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을 제출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김해국제공항의 경우 2011년 이전에 수차례 용역 결과에서 안정성 문제가 지적돼, 2011년 보고서에서는 다뤄지지도 않았다”며 “2016년 ADPi의 조사에서도 중간보고까지는 김해신공항이 등장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최종보고서에서 갑자기 등장한 것이다. 중간보고와 최종보고 사이에 배점 비율 등 문제가 많았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과학적, 원칙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