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됐다가 지난 4월 대법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된 뮤지컬 배우 강은일이 그간의 심경을 밝혔다. 사진=강은일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26일 강은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어떤 말부터 시작해야 할지. 저의 말이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닐지. 저를 믿어주시고 이 자리에서 묵묵히 응원해주시는 분들에 대한 감사함을 전하고 싶은데 그 마음을 전하는 것조차 조심스럽게 느껴진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러나 이제 용기를 내어 이렇게나마 글을 올린다. 무대가 너무 간절했고 다시 연기를 할 수 있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지금 이 모든 순간이 꿈만 같다. 더욱 간절히 임하겠다. 최선을 다해 보여드리겠다”며 앞으로의 각오를 다졌다.
강은일은 이어 “얼마나 귀중한 시간인지 더욱 잘 알기에 매 순간 감사한 마음으로 임하려고 한다. 오늘보다 내일이, 내일보다 모레가 더 성장하는 배우가 되도록 하겠다. 여러분께 믿음을, 굳건한 신뢰를 쌓는 배우가 되도록 하겠다”며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기에 건강하시길 바란다”라고 끝맺었다.
2012년 뮤지컬 ‘13’으로 데뷔해 뮤지컬 ‘뉴시즈’ ‘아이다’ ‘등에서 활약해 온 강은일은 지난 2018년 3월 서울 서초구의 한 음식점에서 지인과 지인의 고교동창 A 씨와 함께 술을 마시다 화장실에서 A 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 씨는 강은일이 자신을 화장실까지 뒤따라와 추행했다고 밝혔다.
1심에서는 A 씨의 진술이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모두 일관됐다고 판단, 강은일에게 징역 6월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1심에서 강은일이 법정 구속되자 당시 그가 출연 중이거나 출연 예정 중이던 뮤지컬은 하차 조치를 취했고, 소속사 역시 강은일과의 전속계약을 해지했다.
판결이 뒤집힌 것은 2심에서다. 2심은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후의 상황에서 A 씨와 강은일의 진술이 상반된다고 판단했다. A 씨는 강은일이 여자화장실에 있던 자신을 뒤따라와 추행했고, 이를 따지기 위해 강은일을 붙잡고 화장실 앞 세면대에서 말다툼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반면 강은일은 자신이 남자화장실에서 나와 세면대 앞에서 A 씨와 처음 마주쳤고, A 씨가 자신에게 입맞춤을 한 뒤 ’다 녹음했다‘고 화를 내며 자신을 여자화장실로 끌어당겼다고 반박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화장실에 드나드는 모습이 찍힌 CCTV로 이들의 주장을 분석했다. 화장실 안으로까지 들어가는 모습은 정확하게 담기지 않았으나 통풍구에 비친 그림자를 통해 상황을 재구성한 결과 그 동선이 A 씨의 주장과는 어긋나고 강은일의 주장과 더 부합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이에 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고, 지난 4월 대법에서도 이 판결이 그대로 인정됐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