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기록만 놓고 보면 BTS는 비지스와 어깨를 나란히 한 뒤 이제 비틀스를 향해 나아가도 있는 셈이다.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다이너마이트’가 영어 가사라 1등했다고?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7주 연속 2위를 했을 당시만 해도 대한민국은 뒤집어졌다. 일주일 주 뒤에는 1위에 오를 수도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이어졌지만 결국 1위 등극은 못했다. 그 아쉬움은 지난 8월 BTS를 통해 해소됐다. 8월 21일 발매된 BTS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8월 31일(현지시간)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싱글차트 ‘핫 100’ 1위에 오른 것.
다만 ‘다이너마이트’가 영어 가사 노래라는 한계는 있었다. 한국어 가사가 아닌 영어 가사였던 터라 유일한 약점이던 라디오 방송 횟수가 폭발적으로 나왔다. 이를 두고 항간에서 BTS가 싱글차트 1위 입성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영어 가사 곡을 발표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2018년 5월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가 ‘빌보드 200’ 1위에 오른 뒤 새 앨범이 나올 때마다 ‘빌보드 200’ 1위에 오르곤 했던 BTS에게도 빌보드 싱글차트 1위는 다소 멀리 보이는 목표였기 때문이다.
이번 곡 ‘라이프 고스 온’은 가사가 대부분이 한국어로 된 곡이다. 그만큼 라디오 방송 횟수 성적은 ‘다이너마이트’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그럼에도 당당히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올랐다. 불과 석 달 전에만 해도 아무리 BTS라 할지라도 한국어 가사 노래로는 빌보트 핫 100 1위는 어려울 것이라는 현지 전문가들의 예측이 있었지만 BTS는 그런 전문가들을 침묵하게 만들어 버렸다.
게다가 ‘라이프 고스 온’의 한국어 가사는 코로나19로 우리 모두 원하지 않은 상황에 놓였지만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 빌보드 핫 100 1위 등극을 노리고 내놓은 신곡이 아닌 팬들을 비롯한 전세계인에게 보낸 위로의 메시지였는데 거기에 담긴 진심이 통한 셈이다.
11월 30일(현지시간) BTS 신곡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이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 1위에 올랐다. 사진=빌보드 핫 100 차트
#62년 역사상 최초 한국어 곡
당연히 빌보드 62년 역사상 최초의 한국어 곡이다. 비영어권 가사의 노래만 놓고 보면 2017년 16주간 ‘핫 100’ 1위를 차지한 푸에르토리코 출신 루이스 폰시와 대디 양키의 ‘데스파시토’ 이후 처음이다. 게다가 발매 첫 주에 바로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오른 비영어권 노래는 BTS의 ‘라이프 고스 온’이 최초다.
BTS는 10월 ‘새비지 러브(Savage Love)’ 리믹스 버전으로도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오른 바 있다. 세 달 동안 빌보드 싱글차트에 1위곡을 3곡이나 기록한 것은 호주 록밴드 비지스 이후 42년 만이다. 최단 기록은 1964년 2월부터 4월까지 두 달 사이 3곡을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올린 비틀스다. 빌보드 기록만 놓고 보면 BTS는 비지스와 어깨를 나란히 한 뒤 이제 비틀스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이번 앨범은 이미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에서도 1위에 올랐다. 올 한 해 앨범차트 ‘빌보드 200’과 싱글차트 ‘핫 100’ 1위에 동시 진입한 것은 BTS와 테일러 스위프트뿐이다.
이제는 후보로 선정된 것 자체도 화제가 됐던 그래미 어워드 수상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BTS는 ‘다이너마이트’로 2021년 2월 1일 열리는 63회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특유의 보수성으로 ‘백인 중심’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그래미가 다양성 확보와 대중 정서 반영을 이유로 BTS를 후보로 지명했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일련의 흐름이 BTS의 그래미 수상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그렇지만 분명 BTS와 아미를 중심으로 한 팬들은 이런 흐름이 아닌 음악 자체만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아 그래미 어워드에서 수상하길 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BTS가 다시 한 번 싱글차트인 빌보드 핫 100에서 1위에 올랐다. 그것도 한국어 가사 노래로 1위에 올랐다는 부분은 분명 남다른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조재진 프리랜서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