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오피스레이디들이 경기 불황에 직장에서 퇴근 한 뒤 유흥업소에 나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
-미루 아네(가명·28) 주수입 19만 8000엔, 부수입 10만 엔 미만(아르바이트 시간 16시간).
“새벽 4시 반에 업소에 출근하면 5시에 오픈한다. 집에 차로 데리러 오는 시간이 4시 전이기 때문에 출근하는 날에는 밤새 자지 않고 컴퓨터로 게임을 하며 기다린다. 일하는 시간은 2~3시간으로, 8시에 가게를 나와 그대로 회사에 출근해 저녁까지 일한다.”
미루 아네 씨는 의료기기 회사의 사무원이다. 회사에서 생기는 19만 8000엔(약 260만 원) 수입으로는 매달 나가는 집세 11만 엔과 관리비 등을 내는 것만으로도 힘겨워 부업을 시작했다. 몇 년 전 남자친구와 동거를 시작하며 넓은 집으로 이사했지만 헤어지면서 그녀만 큰 집에 남게 됐다. 이사할 돈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길거리에서 새벽시간대에 소프(유사성행위업소)에서 일할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녀는 “빨리 돈을 모으기 위해선 업소에서 일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갸바쿠라(여성이 술을 따라주며 대화를 하는 유흥업소)나 성매매 업소는 무섭기도 하고, 회사사람과 마주칠 위험이 있었다. 지금 일하는 소프는 고급업소로 입구에서 신분확인을 하기 때문에 피하고 싶은 손님은 피할 수 있다”고 한다.
새벽 소프는 위험도는 낮지만 영업시간이 하루 1~2시간밖에 안 돼 수입도 그만큼 낮다. 손님 한 명을 상대하면 호스티스 여성에게 들어오는 돈은 약 1만 엔 정도로 많아야 한두 명의 손님을 상대한다. 잠도 포기하고 일을 해도 생활비로 나가는 돈이 많아 돈을 모으기 어렵다고 한다.
-가미다 하나코(가명·24) 주수입 15만 2000엔, 부수입 15만 엔(아르바이트 시간 약 150시간).
규슈에 본사가 있는 유명 통신사에서 일하는 하나코 씨의 투잡생활은 2년째. 그녀는 “회사에서 내 일이라고 해봤자 차대접이나 물품 발송 정도다. 급여가 오르지 않아 신주쿠 골덴가이에 있는 바에서 바텐더를 병행하기 시작했다”며 “어머니만 계신데 건강이 나쁘다. 회사 급여만으로는 불안해서 투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바텐더로 일하면서 그녀는 누드 촬영회의 조감독 등 계속해서 새로운 아르바이트 의뢰를 받게 됐다. 그녀는 “골덴가이에는 에로업계의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 에로업계에 있는 손님 중 한 명이 발이 예쁘다고 칭찬해 발 페티시에 관련된 에로비디오에 출연한 적도 있다. 처음에는 스타킹을 신고 있기만 하면 된다고 했지만 결국 맨발로 남자배우의 얼굴을 밟는 등 여러 장면을 찍었다. 어쨌든 30분도 안 걸린 촬영에 2만 엔을 받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에로비디오 출연 이후 그녀는 더욱 대담해져 다른 아르바이트에도 도전하게 됐다. 남성이 자위하는 모습을 봐주는 대가로 1만 엔을 받기도 하고, 난교파티의 접수원을 한 적도 있다. 매춘은 절대 안하지만 그 이외 대부분의 일은 괜찮다고 말하는 그녀는 24세의 어린 나이에 350만 엔을 모았다.
-루미(가명·27) 주수입 22만 엔, 부수입 26만 3475엔(아르바이트 시간 36시간).
중견 건설회사의 총무부에서 일하며 310만 엔의 연봉을 받는 루미 씨. 하지만 신용카드의 할부금을 내느라 저금액은 거의 없다. 그녀는 “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지출이 여러 가지로 늘게 된다. 저렴한 구두를 신고 회사에 가면 ‘나이 좀 생각해’라고 말하는 상사도 있고 동료들과의 모임에 참가하려면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그녀는 구인지에서 ‘롯폰기 고급 갸바쿠라’ 모집광고를 보고 호스티스 생활을 시작했다.
“토요일만 출근하는 게 기본이지만 금요일에 회사가 끝나고 이동하는 전철에서 업소용 화장을 하고 가게로 출근하기도 한다. 일이 끝나면 그대로 롯폰기에서 놀고 마시다가 일요일이 돼서야 집에 돌아간다.”
그녀는 갸바쿠라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평범한 오피스레이디로 살아가는 것보다 인생 공부에 도움이 되고, 다양한 업종의 사람과 만날 수 있는 지금의 생활이 좋다고 말한다.
-‘애인 계약’ 조건도 나빠져
오피스레이디들 중에는 이러한 부업 외에도 중년남성들과 관계를 맺는 조건으로 생활비를 받는 ‘애인계약’을 맺은 여성도 있다. 그런데 남자들의 경제사정이 녹록지 않아지자 그들에게 용돈을 받아왔던 ‘오피스레이디 난민’도 함께 급증했다. 남자들로부터 갑작스러운 애인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것이다.
애인을 주선하는 교제클럽의 한 스태프는 “지금은 여성회원 수가 훨씬 더 많아 남성이 여성을 더욱 자유롭게 고를 수 있게 됐다. 여기서 애인계약을 맺지 못한 여성들은 만남주선 카페 등으로 흘러간다”고 말했다. 애인계약 조건도 예전보다 많이 나빠진 상태다. 2년 전까지 주에 1~2회 성관계를 맺고 한 달에 10만 엔 정도를 받던 것이 지금은 그 절반으로 떨어졌다.
애인계약을 맺고 있는 패션 브랜드 회사의 한 여성은 “돈이 적더라도 정기적으로 수입이 있어서 좋다. 그 대신 애인계약을 여러 명의 사람과 맺고 있다. 최근엔 ‘현금이 아니라 가전제품 등을 사줘도 좋다’고 말하는 여자도 봤다”고 말했다.
김지혜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소개료 받고 동료들 낚시
호스트클럽에서 돈을 탕진하고, 빚까지 지는 오피스레이디들이 많다. 하지만 최근 일본은 금융관련 법 개정으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기 위한 조건이 무척 까다로워진 상태다. 그런 여성들을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속칭 ‘레이디스 금융 소개소’다.
레이디스 금융 소개소 관계자는 “여자란 의심이 많기 때문에 전단지에서 본 사채업소에 스스로 전화를 걸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오피스레이디가 ‘내가 여기서 빌렸는데 안전하더라’는 말을 들으면 사채라 할지라도 쉽게 손을 내밀게 된다. 그래서 입소문을 내줄 오피스레이디 영업사원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원래 위법으로 돈을 빌려주는 금융업자가 전단지를 배부하는 것은 위험성이 크다. 그래서 호스트클럽에 빈번히 드나드는 오피스레이디에게 “소개료 줄 테니 입소문 좀 내달라”고 부탁을 하면 주위에 빚이 있는 동료들을 줄줄이 몰고 온다는 것.
그는 “실제로 융자를 상담하러 오게 만들면 소개료로 1만 엔을 준다. 이런 작은 수입을 위해서 같은 오피스레이디끼리 서로를 속이는 걸 보고 있으면 여자란 진짜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