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 따르면 GS의 올해 예상 순이익은 700억 원대로 전년의 10분의 1 수준으로 추락할 전망이다. 주가도 신통치 못하다. GS는 올해 들어 11월 말까지 32.07% 하락했다. 같은 기간 LS(+32.22%)와 코오롱(+20.80%), 한화(+3.20%), LG(-4.34%), 롯데지주(-9.11%), SK(-19.27%), CJ(-18.12%), 현대중공업지주(-17.31%), 두산(-21.34%) 등 주요 그룹 10대 지주회사 중 가장 부진한 성적을 냈다. 증권가에선 GS그룹이 다른 그룹에 비해 미래 먹거리라 부를 만한 신사업이 없다는 점을 주가 부진의 이유로 꼽는다.
#가문 내 유일한 증권맨 허태수 회장의 숙제
허태수 GS그룹 회장. 사진=GS그룹 제공
지난해 12월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용퇴하고 후임으로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이 내정됐다고 GS그룹이 발표하자 재계는 깜짝 놀랐다. 일단 허창수 회장이 물러나는 것이 예상 밖이었다. 1948년생인 허 회장은 70대로 나이가 많긴 하지만 임기가 2년 이상 남아 있었고 후임은 전혀 거론되지 않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후계구도가 자주 거론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GS그룹이 LG그룹 이상으로 가족경영을 한다는 영향도 있었다. GS의 주요주주인 가문 일원만 무려 49명에 달한다. 후보자로 꼽을 만한 3~4세 경영자만 10여 명이라 섣불리 추측하는 것마저 어렵다. 고 허만정 LG그룹 공동창업주는 고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과 고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 고 허완구 승산 회장 등 8명의 아들을 두고 있고, 그 아래 허창수 회장과 허태수 회장,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 등 십수 명의 3세 경영인이 있기 때문이다. 허준홍 삼양통상 대표와 허세홍 GS칼텍스 대표, 허윤홍 GS건설 사장 등 1960~1970년대생 4세로까지 눈을 넓히면 더 많은 후보군이 있다.
지분구조 상으로 봐도 허태수 회장의 발탁은 의외였다. 지분만 놓고 보면 허창수 회장의 막냇동생인 허태수 회장보다 허용수 GS에너지 대표가 눈길을 끈다. 허창수·태수 회장과 사촌지간인 허용수 대표의 지분율은 5.26%로 허창수 회장(4.75%)보다도 높다. 허태수 회장의 지분은 작년 말 기준으로는 1.98%에 그쳐 형들이나 사촌형제들에 비해 존재감이 적다. 허용수 대표는 또 1968년생으로 허태수 회장(1957년생) 등 사촌들보다 훨씬 젊다는 것이 강점이다.
재계 관계자는 “GS의 후임자가 거론된 적도 별로 없었지만, 거론되더라도 허창수 회장의 바로 아랫동생인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이나 허용수 대표 정도가 언급됐다”면서 “GS홈쇼핑에서만 오랜 기간 근무한 허태수 회장의 총수 발탁은 의외인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후계자로 허태수 회장이 지목된 배경은 뚜렷하다. 허 회장은 가문 내 유일한 금융맨이다. 그는 외국계 컨티넨탈은행, 어빙은행을 다니다 1988년 LG증권 부장으로 합류했다. 허 회장은 LG증권에서 국제금융부문과 런던법인, IB(투자은행)사업부와 전략 기획 등을 담당했다. LG카드 사태 및 LG그룹과의 분할로 2002년 GS홈쇼핑으로 적을 옮겼지만, 그래도 근본은 금융맨으로 분류된다. GS홈쇼핑 대표로 일할 때도 투자 전담 조직인 미래사업본부를 둘 정도였다. GS 일가족이 허 회장에게 M&A(인수합병)를 통한 그룹의 체질 개선을 주문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배경이다.
GS는 2004년 LG에서 분할될 당시에 비해 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계열사는 15개에서 64개로 늘었고, 매출도 23조 원에서 68조 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가진 GS는 일부에 편중된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지 못했다. 아직 정유업 비중이 50% 이상으로 너무 높고, 그 외 사업도 홈쇼핑과 리테일 등 유통을 제외하면 건설 정도가 꼽힌다. 유통업 일변도였던 롯데그룹이 삼성의 화학 사업을 인수하면서 포트폴리오를 개선했고, 조선업 중심이었던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오일뱅크, 현대종합상사, 그리고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나서면서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GS는 다각화 측면에서 비교적 더딘 상황이다.
서울 영등포구 GS홈쇼핑 본사 전경. 사진=일요신문DB
GS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서 물러난 것 또한 보수적인 가풍의 영향이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법인 때문에 사모펀드인 재무적 투자자(FI)들과 수천억 원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GS는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했다가 소송전에 휘말리는 상황을 극도로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외부 인재 영입에 적극적 “준비는 끝났다”
그러나 허태수 회장은 내년을 위한 준비를 끝마쳤다. 안팎에서 올해는 적응 기간이었으며, 내년에 본격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단 지난 7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캐피털인 GS퓨쳐스를 세웠다. GS퓨쳐스는 허 회장의 조카인 허태홍 대표가 이끌고 있는데, 최근 계열사 10여 곳으로부터 1억 5500만 달러(1700억 원)를 조달받아 ‘GS 콜렉티브 펀드1’을 만들었다. GS그룹의 규모를 생각하면 출자액이 크지는 않으나 GS의 미래 먹거리 후보군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GS는 또 미국계 사모펀드인 코넬캐피털이 조성하는 펀드 투자 계획 건을 이사회에서 검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투자 규모는 수백억 원 단위로 추정된다.
M&A를 위한 외부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GS그룹은 지난 11월 12일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급 외부 인사를 2명 영입했다. 2004년 출범 이후 GS그룹이 부사장급 인사를 외부에서 뽑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합류한 인물은 사모펀드인 IMM인베스트먼트에서 일했던 신상철 GS건설 신사업지원그룹장(부사장)과 두산중공업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던 김성원 GS에너지 에너지자원사업본부장이다. 김성원 본부장은 영업통이면서 마당발로 인지도가 높다. 지난 총선 때는 당시 자유한국당이 부산지역에 전략 공천을 추진하기도 했다. 두 사람 외에 전무급으로 박솔잎 GS홈쇼핑 경영전략본부장(전무)이 외부에서 채용됐다.
허태수 회장과 함께 일한 적이 있는 증권업계 인사는 “허 회장은 오너 일가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소탈한 스타일”이라며 “지금과 당시의 IB 업무 스타일은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10년 넘게 현업에 있었던 만큼 가문이 힘을 실어준다면 분명히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