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인천국제공항 내부 전경. 사진=일요신문DB
#합병승인 무난하겠지만…일본 ‘몽니’ 변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경쟁당국으로부터 사전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하는 사례에 해당한다. 승인을 전제로 합병을 진행하는 만큼 허가가 나지 않으면 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
물론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승인한 인수합병 가운데 해외에서 승인받지 못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EU는 2011년 그리스 1·2위 항공사의 통합을 두고 합병 시 국내 항공시장의 90%를 점유하는 회사가 나타난다며 불승인했지만 회원국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유럽 시장과 관련 없는 한국 항공시장 내의 경쟁 제한을 이유로 불승인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문제는 일본이다. 일본은 국제선 시장에서 우리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다. 아시아 노선에서도 경쟁 중이다. 일본에서는 독일 정부의 루프트한자 지원이 공정경쟁을 제한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극도로 경직된 한일관계도 변수다. 이런 저런 핑계로 승인을 거부하거나 늦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일본도 두 국적 항공사(JAL, ANA) 합병이 논의된 적이 있다. 일본 항공업도 만성적인 경영난이다. 통합을 재추진한다면 우리 측 합병에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아진다.
#적자인데 36조 원 빚더미 어쩌나
올해 3분기 말 기준 대한항공 부채는 22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유동부채가 7조 7000억 원으로 유동자산 4조 1000억 원을 크게 웃돌고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만 1조 2000억 원에 육박한다. 2조 5000억 원의 유상증자에 성공하더라도 1조 8000억 원을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부채가 13조 원에 달하고, 유동부채가 5조 2000억 원으로 유동자산(1조 4000억 원)의 3.6배가 넘는다.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만 2조 5000억 원이 넘는다. 증자와 영구채 발행으로 1조 8000억 원의 자금을 수혈해도 ‘빚더미’라는 상황은 해결되지 않는다.
증자를 감안해 양사 재무상황을 더해 보면 자본은 6조 3000억 원가량이고, 부채는 36조 원에 육박한다. 단기차입금은 3조 7000억 원이지만 올 3분기까지 누적 적자만 1조 3000억 원이다.
이미 올해 아시아나항공에 2조 4000억 원, 대한항공에 1조 2000억 원 등 3조 6000억 원이 지원됐다. 내년 기안기금을 통해 2조~3조 원이 추가로 들어간다는 것이 산은 측 추산이다. ‘지원’이지만 ‘무상증여’가 아닌 ‘빚’이다. 항공업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돈을 벌지 못해 빚만 쌓이게 된다.
#2022년엔 코로나 종식? 길어지면 밑 빠진 독
이동걸 산은 회장은 최근 “이번 딜은 버티기 게임”이라며 “코로나19가 끝나고 시장이 차오를 때 누가 시장을 선점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산은이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추정한 항공업 정상화 시점은 2023년이다. 2022년 여름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항공 수요가 회복된다면 2023년 통합항공사 매출이 18조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기순이익은 8000억~9000억 원대로 봤다. 합병으로 인한 수익증대 효과를 3000억 원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이전 2019년 연매출은 대한항공 12조 원, 아시아나 7조 원 수준이다. 다만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과 2019년에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적자였다. 2017년 대한항공은 매출 12조 원에 순이익 8000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해 아시아나항공은 6조 2000억 원의 매출에 순이익은 2400억 원이다. 당사 양사 합계 기준 자본은 5조 원 부채는 28조 원 수준이었다.
최근 10년간(2010~2019년) 순손익을 보면 대한항공은 2017년, 2012년, 2010년만 흑자다. 아시아나항공은 10년 중 절반인 5년이 흑자다. 다만 5조 원대 이상의 매출에도 불구하고 1000억 원 이상 흑자를 낸 해는 2017년뿐이다. 영업이익을 내도 순손익이 적자인 해가 많다. 그만큼 빚 부담이 크다는 뜻이다.
#구조조정 없이 경영개선 가능할까
경영개선을 위해서는 효율화 작업이 필요하다. 비용은 줄이고, 수익률은 높이는 방법이다. 중복 분 제거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규모의 경제로 고정비 부담을 낮추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산은과 조원태 회장 모두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고 공언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박정훈 기자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산은 회장이 회계법인 추정으로 통합 시너지가 연간 3000억 원이라고 언급했다”며 “환승수요 유치, 항공기 가동률 제고 등 더 많은 시너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는 아직 대한항공 차원에서 정밀한 시너지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자산매각 등도 재무구조에 도움이 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수익성 개선이다. 결국 관건은 요금인상과 소비자 혜택 축소 등을 감행하느냐다. 사실상 독점기업인 만큼 가장 빠른 시간에 실적 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길이다. 마일리지 혜택 축소 등에 대한 불안감이 이미 높다. 방역 등을 이유로 서비스를 축소하고 여러 추가 비용을 소비자에 전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혈세로 살린 기업이 다시 국민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산은, 도운 만큼 받아낼까
미래 일정 시점에 산은이 보유한 지분을 처리하는 것도 숙제다. 산은의 한진칼 신주 인수가격은 7만 800원이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으로 주가가 급등해서다. 대한항공의 실적이 가장 좋았던 2017년에도 한진칼 주가는 5만 원을 넘지 못했다. 이번 증자로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결되면서 한진칼 주가는 급락하고 있다. 산은은 당장 막대한 평가손을 장부에 반영해야 한다.
산은은 한국수출입은행과 함께 대한항공이 6월 발행한 30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도 인수했다. 약 1550만 주다. 한진칼 3자배정 증자과정에서도 대한항공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교환사채(EB) 3000억 원을 인수한다. 산은과 수은은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8000억 원도 보유중이다. 대한항공에서 원리금을 받을 수도 있지만 무려 1조 4000억 원을 회수할 경우 재무적 부담이 상당할 수 있다. 주식으로 전환하면 주가변동 위험에 노출되고, 합리적 가격에 현금화를 하기 위해 매수자도 찾아야 한다.
한편 조원태 회장이 상당 기간 통합 항공사 경영개선을 이뤄내지 못하면 산은 등이 제공한 대출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국유화만 남게 된다. 더 이상 합병시킬 항공사가 국내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도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워크아웃으로 채권단 지원을 받으면서도 박삼구 회장이 계속 경영권을 행사했었다. 2014년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이후 다시 채권단 관리체제에 들어가면서 결국 회사 문을 닫게 됐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