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 보좌진들 발걸음이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 향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정책·입법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서다. 국가미래전략 싱크탱크인 ‘여시재’ 원장을 지낸 이 의원은 ‘정책에는 유산이 없다’는 철학 아래 아이디어 공유를 생활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K-뉴딜위원회 이광재 위원장이 7월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미래전환 K-뉴딜위원회 제1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국회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은 여의도의 아이디어 뱅크”라며 “여야 의원뿐 아니라, 보좌진과도 자주 토론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 산하 K뉴딜위원회 디지털뉴딜 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의원 아이디어는 전방위로 차용되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 비공개 토론에서 ‘디지털·그린 국민참여 인프라 펀드’ 조성을 제안했다. 앞서 문 대통령이 지난 6월 18일 강원도 춘천의 데이터 및 인공지능(AI) 전문기업 ‘더존비즈온’ 방문 당시 후버댐과 데이터댐을 비교해 한국판 뉴딜을 설명한 것도 이 의원이 강조해온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의원은 내년 7월 열리는 일본 도쿄올림픽에 출전할 남북 단일팀 구성도 제안했다. 제2의 평창 효과를 통해 한반도평화 프로세스의 물꼬를 다시 트자는 취지다.
여의도에선 이 의원 정책 구상의 플랫폼으로 여시재를 주목한다. 이 재단법인 명칭은 ‘시대를 어깨에 짊어진다’는 뜻으로, ‘주역’ 풀이에서 비롯됐다.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2015년 12월 출연해 설립했다.
현재 이사진엔 이헌재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회장, 안대희 전 대법관 등이 포진하고 있다. 특별연구원으로는 정책통인 김성식 전 국민의당 의원,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 윤종록 전 KT 부사장, 이재영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 등 보수와 진보가 함께하고 있다. 야당 한 관계자는 “국회도 여시재의 정책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속 타는 것은 이광재 의원실 보좌진이다. 이들은 여야 의원실 보좌진들이 정책 자문을 하면 오픈 소스 형태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공유 정치·경제학의 생활화다. 다만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다른 의원실 이름으로 나올 땐 “우리 건데…”라며 아쉬워한다고 한다.
정치권이 주목하는 것은 향후 이광재 대안론과 맞물린 시너지 효과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차기 대권주자에서 이탈한 이후 친문(친문재인)계 내부에선 임종석 전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원조 친노(친노무현)인 이 의원을 거론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이 의원은 12월 2일 자신의 저서 ‘노무현이 옳았다’를 출간했다.
‘민주주의4.0연구원’ 출범 이후 친문계에선 제3후보 찾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이광재 대안론이 부상할 경우 다른 여권 후보보다 야권 내 비토가 낮을 수도 있다. 이 의원은 저서에서도 “통합의 정치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국회 한 보좌관은 “이 의원은 야권 의원들에게도 거부감이 없는 편”이라고 전했다. ‘지지도보다 중요한 것은 낮은 비토율’이란 것은 여의도의 불문율로 통한다. 한 여론조사 관계자는 “거부감이 60∼70%에 달하면, 당이 뒷받침해도 당선되기 어렵다”고 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