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는 시정명령 부과를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2019년 4월 독일 하노버 메세에 참가한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부스 전경. 사진=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은 2017년 4월부터 2018년 1월까지 고압배전반과 관련된 제품의 제작을 위탁하고 납품받는 과정에서 7개 하도급 업체에게 20건의 도면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비밀 유지 방법, 권리귀속 관계, 대가 및 지급 방법 등을 정한 서면을 제공하지 않았다.
심의 과정에서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측은 계약서에 승인도를 제출할 것이 명시됐으며 승인도 작성비용을 지급해 승인도의 소유권이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도면 제출의무와 도면의 소유권 이전의무는 다르며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이 지급한 승인도 관련 비용은 단순히 인건비에 불과하므로 승인도 소유권이 이전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은 원사업자가 하도급 업체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경우 교부해야할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으므로 하도급법 상의 절차 규정을 위반한 것이 인정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5년 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항공용 엔진 부품의 임가공을 위탁하고 납품받는 과정에서 4개 하도급 업체에게 임가공과 관련한 ‘작업 및 검사 지침서 8건’을 요구하면서 권리 귀속 관계 등을 정한 서면을 제공하지 않았다.
심의 과정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해당 자료를 작성할 때 자신의 기술지도를 토대로 하도급 업체가 해당 자료를 작성한 것이므로 해당 자료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소유의 자료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해당 자료에 하도급 업체의 임가공 노하우와 경험이 반영됐으며 당시 기술지도의 실질을 고려했을 때 원사업자가 일부 정보를 제공했더라도 하도급 업체가 자신만의 고유한 기술 정보를 담아 기술자료를 작성한 경우 이를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로 보아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공정위는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에게 향후 기술자료 요구 절차 규정 위반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정명령하고 2000만 원의 과징금을 납부하도록 결정했다. 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게 향후 기술자료 요구 절차 규정 위반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정명령 부과를 결정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