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일당 강씨 묘 가는 숲길 옆에 계곡이 나란히 있다. 오염원이 전혀 없기 때문에 물을 그냥 마셔도 될 만큼 깨끗하다. |
금토동은 성남시 수정구의 남쪽 끝에 자리한 시골로 주변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지역은 바깥골, 안골, 외둔토리, 안둔토리, 바깥두레이골, 안두레이골, 능안골 등의 자연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경부고속국도 판교IC에서 겨우 2㎞도 떨어지지 않은 곳인데, 이런 시골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는 사실이 놀랍다.
금토동은 청계산의 수많은 들머리(들어가는 맨 첫머리) 중 하나다. 청계산엔 이수봉과 국사봉 쪽으로 오르는 공식적인 등산로가 있다. 능안골 산지정화초소 부근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하는데, 위쪽으로 올라가면 잣나무숲을 지나 이수봉으로 이어지고, 아래쪽으로 가면 국사봉을 향한다.
반면, 정일당 강씨 묘 가는 길은 비공식 청계산 등산로다. 국사봉으로 향하는 길 아래쪽에 이 길이 나 있다. 그래서인지 이 길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청계산행 기점으로 금토동을 곧잘 이용하지만, 정일당 강씨 묘 가는 길만은 한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골마을에서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향해 청계산 방향으로 들어가다보면 ‘정일당 강씨 묘 1.5㎞’라고 적힌 이정표가 보인다. 여기가 숲길의 출발점이다.
이 숲길에는 참나무류가 많다. 굴참, 졸참, 갈참, 상수리, 떡갈, 신갈나무 등이 대부분이다. 중부지방에 식생하는 6종류의 참나무를 이곳에서 모두 볼 수 있다. 밤나무도 더러 섞여 있다. 때죽나무와 쪽동백, 물푸레 등의 나무들도 드문드문 볼 수 있다.
길을 걷다보면 오색딱따구리 소리를 비롯해 각종 새들의 지저귐이 들린다. 길 왼쪽으로는 계곡이 나 있다. 콸콸 흐르는 물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 계곡은 비가 많은 여름뿐만 아니라 사계절 마르는 적이 없다. 이 숲길 위로는 전혀 오염원이 없기 때문에 그냥 마셔도 될 만큼 깨끗하다.
20분가량 길을 걸어가면 마침내 정일당 강씨 묘에 닿는다. 주변은 온통 망초꽃으로 덮여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이 하늘거리며 밝게 부서지는 듯하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망할 놈의 꽃’이어서 ‘망초’라는데, 여기서만큼은 그 어떤 꽃보다 아름답다.
정일당 강씨 묘는 성남시 향토유적 제1호다. 정일당 강씨는 조선 영조 때부터 순조 때까지 활동했던 여류 문인으로 글씨와 시문에 뛰어났다고 알려진다. 파평 윤씨 집안에 시집와서 바느질로 생계를 이으면서도 남편과 함께 공부해 이름을 날렸다. 누군가가 남편에게 글을 청하면 대신 써 줄 정도였다니 그 재주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남긴 저서로는 <정일당유고>가 있다.
정일당 강씨 묘에서 15분 정도만 올라가면 국사봉 정식 등산로에 합류한다. 국사봉까지는 약 40분이 걸린다. 국사봉에서 이수봉, 망경대, 매봉 등을 거쳐 양재동 방면으로 넘어가는 코스가 일반적인데, 3시간쯤 걸린다. 이수봉에서 정상인 망경대로 오르지 않고 청계사로 내려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청계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용주사의 말사로 통일신라 시절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이다. 경내에 신라 석등과 부도 등의 조각과 조선 동종이 있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길잡이: 경부고속국도 판교IC 진출 후 좌회전→23번 국도(대왕판교대로)→금토동삼거리에서 좌회전→금토동→정일당 강씨 묘 ▲문의: 성남시청 문화예술과 031-729-29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