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사업을 영위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최근 기업공개(IPO)에 본격 시동을 걸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는다. 지난 10월 15일 경기도 성남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현장간담회’에 전시된 SK바이오사이언스 신약. 사진=연합뉴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12월 1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내년 상반기 중 상장이 목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8년 7월 SK케미칼에서 분사해 신설된 백신 전문기업으로 자체 개발한 세포배양 독감백신과 대상포진백신, 수두백신을 판매한다. 또 글로벌 백신 전문기업 사노피 파스퇴르와 차세대 폐렴구균백신을 공동 개발 중으로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9월 말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586억 원, 268억 원이다.
최근엔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과 위탁생산개발(CDMO) 사업으로 주목받으며 기업가치가 치솟는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8월 국제민간기구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과 시설사용 계약에 따라 미국 바이오기업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항원 개발·생산·글로벌 공급에 대한 CDMO 계약을 체결해 임상 과정부터 필요한 공정개발과 원액생산에 돌입했다.
앞선 7월에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학이 함께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원액과 완제에 대한 CMO 계약을 맺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최근 임상 3상 중간 결과 발표에서 백신 효과가 평균 70%에서 최대 90%에 이른다고 발표해 전 세계 기대감을 모았고, CMO를 맡은 SK바이오사이언스도 덩달아 주목을 받았다. 정부가 3일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 계약 체결을 완료했다고 밝히면서 관심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화이자(95%)나 모더나(94.1%)가 개발 중인 백신보다 예방 효과가 다소 떨어지지만 가격이 1도스(1회 접종분)당 4달러로 화이자(19.5달러)보다 훨씬 저렴하다. 영하 70℃ 이하 초저온 상태로 유통해야 하는 화이자와 달리 2∼8℃에서 유통 가능하다.
코로나19 백신 개발도 함께 진행한다는 점은 추가 투자 요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11월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단백질 재조합 백신으로 개발 중인 ‘NBP2001’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올해 5월에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지원을 받아 다른 코로나 백신 후보 물질 ‘GBP510’의 전임상 시험을 하고 있다. 연내 임상 진입이 목표다.
한 신약개발업체 관계자는 “독감백신과 대상포진백신 등 다양한 백신을 상용화시킨 회사로 이미 매출을 일으키는 품목들이 많은 유망한 업체로, 최근 코로나19 백신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몸값이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관절염이나 암 치료제 등 마켓셰어(MS)와 수요 규모가 어느 정도 그려지는 신약과 달리 코로나19 백신은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창궐하는 지금 상용화할 경우 수요가 얼마나 클지 예측할 수 없기에 투자자들에게 큰 기대감을 준다”고 했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사무국장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저렴하고 상온에서 유통 보관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보급력이 뛰어나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이러한 글로벌 제약사의 파트너로 선정됐다는 사실은 설비·장치·인력·관리경영능력뿐 아니라 품질을 보증할 수 있는 세계적인 생산과정 가이드라인을 충족했다는 뜻”이라며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평판과 신뢰도를 쌓으면서 잠재력을 입증해냈다”고 평가했다.
이런 이유로 장외시장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11월 말 액면가액 5000원 기준으로 주당 최소 200만 원에서 최대 250만 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시가총액 12조 원에서 15조 원을 오가는 수준이다. 지난 7월 주관사 선정 당시 기업가치로 알려진 3조 원보다 4~5배 뛴 액수다. 장외시장 주가가 상장 시 공모가에 그대로 반영되진 않지만, 시장의 기대감이 그만큼 빠르게 부풀고 있다는 방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최근 코로나19 백신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경기 성남 SK바이오사이언스 사옥을 방문해 코로나19 백신 연구 설명을 듣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다만 낙관적으로만 전망하기는 섣부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든 SK바이오사이언스 자체 개발 백신이든 원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고, 그 경우 코로나19 백신 기대감으로 치솟은 SK바이오사이언스 가치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 상장 전부터 큰 기대감을 모으며 많은 투자자들이 공모에 참여했다가 상장 후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으며 피해를 본 카카오게임즈·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앞선 공모주 사례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다.
우선 부작용 리스크를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아스트라제네카는 임상 3상에서 적정량의 절반을 사용한 참가자들이 나타낸 예방 효과가 더 높게 나오고, 지난 9월 임상시험에서 부작용이 나타나 임상시험이 중단되는 등 이슈에 휩싸였다. 앞의 신약개발업계 관계자는 “백신 개발까지는 보통 10년이 필요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은 급히 연구돼 1년 만에 나오고 있다. 기존 프로세스를 최대한 단축하다보니 모든 백신 업체들이 부작용에 대한 불확실성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부작용과 관련해서는 반박론도 있다. 여재천 사무국장은 “모니터링 과정에서 환자군 중 극히 일부는 인허가 범위 내에서 허용할 수 있는 부작용을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백신뿐 아니라 모든 의약품이 똑같다”며 “각 방역당국은 통계적인 유의성 안에서 임상적인 안전성을 검증한 뒤 인허가하고, 제약사도 상용화 이후 임상4상을 거쳐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부작용을 또 검증한다. 백신에 대한 부작용은 크게 우려할 요인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CMO사업 수익성이 기대치보다 낮을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 입장에선 신중해야 할 요인이다. 시장 선점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미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지난 2일 영국 정부로부터 긴급사용 승인을 받고 다음 주부터 상용화에 돌입한다. 코로나19 백신이 영속 가능한 비즈니스인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앞의 증권사 관계자는 “아스트라제네카는 유통 보관이 용이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국가들에서 소모할 것이란 기대감은 있으나 가격이 너무 저렴해 단가 이슈도 있을 것”이라며 “개발사 입장에선 마진이 적고, CMO하는 업체는 더더욱 적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너무 많은 제약사들이 백신을 개발하고 있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SK바이오사이언스 개발 백신의 경우도 상용화 가능한 시점에서는 이미 여러 백신들이 시장에 퍼져 설 자리가 없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백신은 병이 유행한 뒤 사라지면 수요가 없어지기도 한다”며 “코로나 붐이 줄고 경쟁자가 늘었을 때 발생하는 리스크는 온전히 투자자들 손해로 돌아갈 수 있다”고 당부했다. 한 신약개발 전문가는 “아스트라제네카 CMO 사업은 발전을 위한 단계일 뿐 갑자기 다국적 제약사로 거듭나는 건 아니다”라며 “코로나 관련 수혜주라는 이유로 투자하는 건 과열 양상으로 이어져 투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현재 장외에서 거래 및 평가되는 소량의 주식 가격으로 내년 IPO 공모 상황을 예측하는 건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증권업계 한 애널리스트는 “SK바이오사이언스 최대주주 SK케미칼의 보유 지분은 98%로, 장외거래 물량은 2%에 그쳐 의미가 없다”며 “장외 시장은 매도자와 매수자 간 ‘그들만의 리그’로 움직이기에 고평가인지 저평가인지 알 수 없다. 공모가가 산정된 뒤에야 판단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