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는 현실이 됐다. 가장 먼저 코로나19로 치명타를 맞은 곳은 가요계다. 그룹 ‘업텐션’의 멤버 비토와 고결, 그룹 ‘에버글로우’의 멤버 이런과 시현 등이 연이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연이은 확진은 가요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한 동료 가수들과 스태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업텐션’의 비토와 고결은 11월 28일 MBC ‘쇼! 음악중심’, 29일 SBS ‘인기가요’에 연이어 출연했다. 지상파 방송사의 3대 가요프로그램 가운데 두 개에 코로나19 집단감염의 공포가 드리운 것이다. 당연히 이 두 가요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들과 스태프들은 대거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에버글로우’가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린 11월 24일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녹화 참여 당시 모습. 그런데 멤버 이런과 시현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MC 유희열과 당시 녹화에 참여한 다른 출연 가수들, 스태프들까지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사진=에버글로우 인스타그램
‘에버글로우’의 이런과 시현은 11월 24일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녹화에 참여했다. MC 유희열과 당시 녹화에 참여한 다른 출연 가수들과 스태프들도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더 이상의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만 잠복기 등을 거쳐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어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이들은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후폭풍은 거세다. 확진자들이 출연한 방송은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 세 개지만 다른 방송사 가요프로그램과 출연진이 상당 부분 겹친다. 결국 SBS MTV는 12월 1일 생방송할 예정이었던 ‘더쇼’를 결방하기로 결정했다. KBS2 ‘뮤직뱅크’, 엠넷(Mnet) ‘엠카운트다운’ 등 다른 방송사 가요프로그램 제작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한 연말 시즌에 맞춰 12월에 개최될 예정이던 각종 가요 시상식까지 그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12월 6일로 예정된 ‘2020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2020 MAMA)까지 그 여파가 미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2020 MAMA 측은 별다른 변동사항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추가 확진자가 나올 경우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
그나마 가요프로그램이라 집단 감염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그 불씨가 예능이나 드라마 등으로 번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대표는 “가요프로그램은 개별 무대 위주인 터라 같은 방송에 출연해도 같이 카메라 앵글 앞에 서는 상황이 제한된다. 대기실에서 마스크를 끼는 등 개인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대기실 교류를 최소화하면 된다”라며 “그런데 개별 무대가 아닌 출연 연예인 여러 명이 호흡을 맞추며 협업하는 예능프로그램은 다르다. 감염 우려도 크고 확진은 아닐지라도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연예인이 여럿 발생하면 엄청난 혼란이 불가피하다. 대부분 여러 편의 예능에 동시에 출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우려 역시 12월 3일 이찬원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현실이 됐다. 이찬원은 12월 1일 TV조선 ‘뽕숭아학당’ 녹화에 참여했다. 이에 따라 당일 녹화에 참여했던 모든 출연자와 스태프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TV조선은 “자체 방역 시스템을 최고 단계로 상향 조정하고 상암동 사옥은 일정 기간 폐쇄하는 등 고강도 선제적 대응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뽕숭아학당’ 등 이찬원과 방송 스케줄이 대거 겹치는 임영웅, 영탁, 장민호, 정동원, 김희재 등 미스터트롯 TOP6도 전원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사진=TV조선 ‘뽕숭아학당’ 방송 화면 캡처
여파는 당장 12월 3일부터 시작됐다. 붐이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면서 DJ를 맡고 있던 라디오 프로그램 SBS 파워FM과 러브FM ‘붐붐파워’는 대타 진행을 하게 됐고, 이날 녹화가 예정돼 있던 MBC ‘구해줘! 홈즈’ 야외촬영도 취소됐다. KBS Cool FM ‘박명수의 라디오쇼’ 역시 정다은 아나운서가 대신 진행했다. 박명수가 이찬원 밀접 접촉자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박명수가 밀접접촉자가 된 까닭은 1일 ‘뽕숭아학당’ 녹화에 TV조선 ‘아내의 맛’ 출연자들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박명수 외에도 이휘재, 장영란, 홍현희-제이슨 부부 등 다른 TV조선 ‘아내의 맛’ 출연진 역시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서장훈도 이날 JTBC ‘아는 형님’ 녹화에 불참했는데 서장훈이 이찬원과 같은 스타일리스트 팀의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가수 윤종신과 이적 등도 스타일리스트 팀이 같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당연히 ‘뽕숭아학당’ 등 이찬원과 방송 스케줄이 대거 겹치는 임영웅, 영탁, 장민호, 정동원, 김희재 등 미스터트롯 TOP6도 전원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TV조선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뽕숭아학당’은 물론이고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 녹화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야심차게 준비해 12월 17일에 첫 방송되는 ‘미스트롯 시즌2’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미스트롯 시즌2’에 이찬원을 비롯해 임영웅, 영탁,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 등 ‘미스터트롯’ 톱6가 모두 출연하기 때문이다. TV조선 관계자는 “이미 촬영해 놓은 분량이 많아 17일 첫 방송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임영웅, 영탁,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 등 ‘미스터트롯’ 톱6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박명수, 붐, 이휘재, 장영란, 홍현희-제이슨 부부 등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다른 연예인들도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박명수가 밀접접촉자가 된 까닭은 ‘뽕숭아학당’ 녹화에 TV조선 ‘아내의 맛’ 출연자들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박명수 외에도 이휘재, 장영란, 홍현희-제이슨 부부 등 다른 TV조선 ‘아내의 맛’ 출연진 역시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사진=TV조선 ‘아내의 맛’ 방송 화면 캡처
이찬원 확진 판정으로 인해 ‘미스터트롯’ TOP6는 물론이고 박명수, 붐, 이휘재, 장영란, 홍현희-제이슨 부부 등이 2주간의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그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라디오 DJ는 물론이고 고정 출연 중인 예능 프로그램도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 녹화를 중단하거나 자가격리 연예인이 빠진 채 녹화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녹화방송이 아닌 생방송인 KBS 2TV ‘연중 라이브’는 MC 이휘재가 빠진 상황에서 방송을 해야 한다. 역시 이휘재가 MC인 MBN ‘로또싱어’도 녹화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이 외에도 박명수가 고정 출연하는 채널A ‘개뼈다귀’, MBC에브리원 ‘대한외국인’, 붐이 고정 출연하는 MBC ‘구해줘 홈즈’ ‘안싸우면 다행이야’, tvN ‘도레미마켓’, KBS2 ‘펫비타민’, 홍현희가 출연하는 MBC ‘전지적 참견 시점’, MBN ‘오래 살고 볼일’,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새끼’ 등도 이들의 자가격리 기간인 2주 동안 공백이 불가피하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