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현상은 지난 금요일 한국 갤럽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12월 1~3일에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전화 인터뷰 형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 15%)에서도 문 대통령 지지율은 39%를 기록했다. 최근 여론조사 대부분에서 지지율 30%대를 기록한 것이다(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신율 명지대 교수
또한 정부와 여당의 검찰 개혁 추진 방향에 대해서는 ‘검찰 길들이기로 변질되는 등 당초 취지와 달라짐’ 55%,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당초 취지에 맞게 진행’ 28%로 나타났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추-윤 갈등이 무관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식의 여론 악화가 지속되면 ‘확실한 레임덕’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권력 핵심들은 지금의 상황을 심각히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레임덕이란 첫째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를 때, 둘째 야당의 지지율이 여당의 지지율보다 높을 경우, 셋째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보다 높게 나올 때, 이 세 가지 경우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최소한 두 가지는 나타났다.
하지만 아직도 대통령 지지율이 여당 지지율을 앞서고 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레임덕에 진입했다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일부 언론에서는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이 득표한 41%가 무너졌다고 주장하는데, 이 역시 틀린 말이다. 여론조사는 투표율을 전제로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이기 때문에, 대선 당시 투표율인 77.2% 속에서 득표한 41.08%를 다시 전체 유권자 대비로 환산하고 비교해야 한다.
이렇게 계산하면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전체 유권자 대비 31.6%를 득표한 것이 되는데, 이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37.4%와 비교하면,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대선 당시보다 아직도 5.8%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측면을 토대로 생각할 때 레임덕이 본격화됐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앞으로 대통령의 지지율은 더욱 하락할까. 그렇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제를 실시하는 국가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은 임기 말로 향할수록 떨어지게 돼 있다. 그래서 미국 정치학계에서도 ‘대통령 지지율 필연적 하락의 법칙’이라는 이론이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대통령 지지율 급락이 추-윤 갈등에서 비롯됐을 수는 있지만, 다른 불만들도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상황이기에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서는 ‘침묵의 나선’이라는 것이 있다. 다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아예 입을 닫아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그 반대 현상도 존재한다. 즉, 특정 사안을 계기로 다수가 지지를 거두면, 다수가 현 정권을 지지하는 것 같기 때문에 침묵하던 이들이 이에 편승해서 자신의 불만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시작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다양한 불만이 쏟아져 나오게 된다.
이런 ‘불만의 동조 현상’이 발생하면 설사 불만 표출의 계기가 됐던 사안이 수습된다 하더라도, 다른 불만 요인들 때문에 지지율이 오르기 어려운 상황이 초래된다. 이렇게 되면 ‘진짜 레임덕’이 본격화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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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