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 안정 정책에 실패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교체 대상에 이름을 올리며, 차후 부동산 정책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관심을 모은다. 사진=박은숙 기자
12월 4일 청와대는 “신임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건복지부 장관에 권덕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원장, 여성가족부 장관에 정영애 한국여성재단 이사, 국토교통부 장관에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대체할 새로운 내각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주목받는 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다.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국토교통부 장관직을 수행하며 각종 부동산 가격 안정 정책을 폈다. 그러나 김 장관 정책은 실패로 돌아갔다는 평을 듣는다. 김 장관은 23차례 부동산 정책을 내놨지만, 정책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오히려 시장에 혼란만 가중했다는 비판 중심에 서 있었다. 11월 30일엔 국회 국토교통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이라도 새워 만들겠다”는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부동산 정책 23전 23패’라는 불명예스런 비아냥거림도 김 장관을 따라다녔다.
결국 문 대통령은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를 단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취재진에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 원년멤버로) 소임을 다했다”면서 “새로운 정책에 대한 수요가 있어 변화된 환경에 맞춰 현장감 있는 정책을 펴기 위한 변화”라고 국토교통부 장관 인사 의도를 설명했다. 김 장관 개각이 ‘경질’이 아니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현미 장관으로부터 부동산 정책 수장 바통을 이어받게 될 변창흠 내정자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국가균형발전위원, LH 사장 직을 거친 인물이다.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가 변창흠 내정자를 지명한 건 ‘임대주택 공급을 통한 부동산 가격 안정이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 사진=박은숙 기자
이른바 ‘K-방역’이라 불리는 코로나19 방역 책임자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번 개각에서 교체 대상에 올랐다. 박 장관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초기 “국내 감염원은 대부분 내국인”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그 뒤로는 “대한감염학회가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금지를 추천하지 않았다”는 발언을 한 뒤 거짓말 논란이 불거졌다. 박 장관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감소세에 접어들 당시엔 자화자찬 논란 중심에 서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정치권 복수 관계자는 “보건이 아닌 복지 전문가인 박 장관을 계속 유임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11월 중순부터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세 자릿수로 반등하면서 K-방역은 다시 한번 위기를 맞았다. 12월 4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629명으로 파악됐다. 9개월 만에 확진자가 600명대를 기록한 최악의 상황에서 박 장관은 개각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으론 ‘보건 전문가’가 내정됐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는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31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권 내정자는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중앙메르스관리대책 총괄반장, 기획조정실장, 보건복지부 차관 등 요직을 거친 뒤 최근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원장으로 활동 중이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임준선 기자
내년 4월 치러질 재보궐 선거 비용으로 838억 원이 지출된다는 지적에 대해 “국민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을 학습할 기회”라고 발언해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도 교체된다. 후임자로 지명된 정영애 내정자는 전주교대를 졸업한 여성단체 출신 인사다. 정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 균형인사비서관, 인사수석을 지내며 문재인 대통령과 실무진으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대체자로는 친문 핵심 ‘3철(전해철·이호철·양정철)’ 중 하나인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명됐다. 전 의원은 5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원내대표 직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김태년 의원에게 패했다. 전 내정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 하마평에도 오르내린 바 있다. 친문 핵심 전 내정자는 의원직과 장관직을 겸직하면서 문재인 정부 임기 막판 정국 운영에 적잖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각을 앞두고 초미의 관심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교체 여부였다. 문재인 정부 최우선과제인 검찰개혁 키를 쥔 추 장관이 연일 논란에 휩싸이면서 청와대의 고민은 더해질 것으로 보였다. 청와대 결정은 추 장관 유임이었다. 정치권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내년 초 문재인 정부가 추가 개각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청와대가 다음 개각에서 추미애-윤석열 동반 퇴진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