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장을 목표로 시동을 걸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공모주 투자 열풍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
올해 공모주 투자 열풍이 불면서 기업공개(IPO·상장) 시장이 뜨겁다. 신규 상장 종목이 첫 거래일에 공모가의 2배 가격으로 시초가를 형성한 이후 가격제한폭(상한가)까지 치솟아 마감하는 것을 뜻하는 ‘따상’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실제 공모주 투자의 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 2일 기준 11월에 상장한 주식의 수익률은 공모가 대비 평균 78.2%에 달했다.
최근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곳의 경쟁률은 클리노믹스 341 대 1, 포인트모바일 1843 대 1, 앱코 978 대 1, 엔에프씨 644 대 1을 기록했다. 12월 2일 청약을 마친 젠바이오의 경쟁률은 1502 대 1로 기술특례기업 중 역대 1위다.
2021년에도 공모주 투자 열풍이 식지 않을 전망이다. 기업 가치가 조 단위에 달하는 기업들이 줄지어 내년 IPO에 나서기 때문이다. 최근 SK증권 중소성장기업분석팀은 “지난 5년간 IPO가 가장 뜨거웠던 2017년에 상장한 기업의 총 가치는 약 35조 원, 공모 규모는 약 8조 원”이라며 “내년 상장할 6개 기업의 총 가치는 약 78조 원, 공모 규모는 약 15조 원으로 예상된다. 개인 투자자의 공모주 참여와 공모시장 유동성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등장한 6개 회사는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제작사 크래프톤(기업가치 20조~30조 원), LG화학에서 분사한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40조~50조 원), 카카오뱅크(6조~40조 원), 카카오페이(7조~10조 원), 카카오페이지(7조~10조 원), SK바이오사이언스(3조 원 이상) 등이다. 이 중 IPO 절차를 이미 밟고 있는 곳도 있다. 12월 4일 카카오뱅크는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해서 최종후보(숏리스트)의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12월 중으로는 주관사 선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12월 1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코스피 상장 첫날인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1층 로비에서 빅히트의 상장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기업가치 거품 논란
공모주 투자 열풍만큼 기업들의 기업가치를 두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른바 고평가 논란이다. 기업의 적정 주가를 산출할 때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이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지표다. 문제는 지표를 미래 실적 전망치를 반영해 활용해 산출하면서 현재의 적정 가치와 괴리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높은 가치의 반영을 정당화하기 위해 ‘꿈’ 대비 주가 비율을 뜻하는 ‘PDR(Price to Dream Ratio)’이 등장하기까지 했다.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요인을 고려 안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모가 고평가 논란 속 상장 이후 주가가 부진에 빠진 사례도 적지 않다. 카카오게임즈의 시가총액은 12월 2일 종가 기준 약 3조 5500억 원이다. 상장 당일인 9월 10일 시총 4조 5680억 원보다 20%가량 줄어들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10월 15일 상장일 35만 1000원을 찍으면서 시총이 12조 5000억 원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주가는 연일 내리막을 걸으면서 12월 2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약 6조 4835억 원까지 떨어졌다.
올해 공모주 열풍의 주역인 SK바이오팜은 적자기업이라 PER 산출이 불가능하다. 지난해 매출이 1238억 원에 순손실이 909억 원으로 적자를 냈다. 올해 상장 후 첫 실적인 2분기와 3분기에는 각각 영업손실 578억 원, 630억 원을 기록했다. 증권업계는 카카오뱅크의 미래 가치를 바탕으로 시가총액을 최소 약 10조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순자산 규모가 15~20배 이상 차이가 나는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상장에 나서는 1호 기업이다. 전례가 없다 보니 유사한 사업을 하는 회사와 비교해 기업가치를 측정하긴 어렵다. 카카오뱅크도 이를 원하진 않을 것이다. 건전성 규제를 받는 은행처럼 PBR 방식으로 몸값을 측정한다면 기업가치가 너무 낮게 평가되기 때문이다. 4대 금융지주의 평균 PBR은 0.3배를 기록하고 있다. 0.3배가 카카오뱅크에 적용된다고 하면 기업가치는 약 8476억 원밖에 되지 않는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은행 사업인가를 받아 은행 업무를 수행하는 카카오뱅크는 은행에 요구되는 역할을 이행해야 한다”며 “은행은 규제산업이라는 점에서 투자에 부정적인 점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