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조 원, 커지는 배달앱 시장
2014년 4월 출시된 배달통이 그 시작이었다. 집 안팎으로 나돌던 전단지가 점점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갔다. ‘명절에 음식 주문할 때 편리한 앱’ 정도로 소개되던 배달앱은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어야 할 필수 앱으로 진화했다. 배현주 대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팀이 지난 6월 성인 남녀 63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한 결과 72.4%가 배달앱으로 음식을 시킨다고 답했다. 전화로 주문하는 비율은 27%였다.
코로나19 비대면 시대로 접어들었다. 집 밖을 꺼리면서 너도나도 집에 앉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음식을 시키기 시작하면서 배달앱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72.4%가 배달앱으로 음식을 시킨다고 한다. 전화로 주문하는 비율은 27%였다. 배달앱을 사용하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이종현 기자
배달앱 시장은 어느새 10조 원 이상 규모로 성장했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코로나19 2차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개편 전)로 격상됐던 지난 8월 배달앱 결제액은 역대 최대치인 1조 2050억 원을 기록했다. 결제한 사람은 지난 1월 1326만 명보다 20% 넘게 증가한 1600만 명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배달앱 시장은 3강 구도다. 물론 최근엔 시장 진입이 활발해지면서 경쟁이 나타나고 있다. 2018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배달의민족(배민)이 55.7%, 요기요가 33.5%, 배달통이 10.8% 시장 점유율을 가져갔다. 세 배달앱 회사가 시장을 장악하는 구도였다.
최근엔 새롭게 시장에 진입한 배달앱이 약진하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 동안 배달앱 월간 순 이용자 수(MAU)는 배민 약 1317만 명, 요기요 약 661만 명, 쿠팡이츠 약 150만 명, 위메프오 약 50만 명, 배달통 약 26만 명 순서로 나타났다. 새롭게 진입한 쿠팡이츠와 위메프오가 급성장하면서 3위였던 배달통이 5위로 밀려난 모양새다.
#최고 17%, 배달앱의 중개 수수료
배달앱은 ‘음식 주문 중개 업체’다. 음식점을 홍보해주고 고객의 주문을 대신 받는 대신 중개 수수료를 챙긴다. 초기엔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고 음식점을 배달앱으로 끌어들이고자 열을 올렸다. ‘편리한 앱’에서 ‘필수 앱’이 되는 과정에서 배달앱은 음식점에 중개 수수료를 받기 시작했고, 그 수준을 점점 올렸다.
‘편리한 앱’에서 ‘필수 앱’이 되는 과정에서 배달앱은 음식점에 중개 수수료를 받기 시작했고, 그 수준을 점점 올렸다. 음식점 점주는 최대 17%까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라이더가 음식을 배달하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대표적인 예가 배민이다. 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던 배민은 3만 3000원 파워콜 정액제 광고 모델에 이어 8만 8000원 울트라콜 정액제 광고 모델을 도입했다. 동시에 매 주문마다 음식 값의 6.8%를 수수료로 떼 가는 오픈리스트 정률제 모델을 함께 운영했다. 울트라콜은 파워콜보다 앱 상단에 뜨고, 오픈리스트는 울트라콜보다 위인 앱 최상단에 위치한다. 돈을 많이 낼수록 앱 상단에 위치할 수 있는 셈이다. 배달앱이 필수가 된 상황에서 음식점 점주 입장에선 광고에 돈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배달앱은 저마다 수수료 체계가 다르다. 배민은 파워콜(월 3만 3000원), 울트라콜(월 8만 8000원), 오픈리스트(수수료 6.8%)에 이어 주문 중개와 배달을 동시에 해주는 ‘배민라이더스’를 운영한다. 배민라이더스 수수료는 16.5%다. 요기요는 수수료 12.5%를 가져가면서 동시에 오픈리스트 경매 방식인 ‘우리동네 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동네 플러스는 음식점 점주가 매달 경매를 통해 일정 구역에 노출될 앱 상단 자리를 사는 방식이다. 배달통은 기본적 2.5% 수수료 체계에 월 5만 원 ‘프리미엄’ 광고와 월 8만 원의 ‘프리미엄 캐시백’ 광고가 있다. 역시 돈을 많이 낼수록 상위 노출되는 방식이다. 점주는 외부 결제 수수료와 부가세를 따로 내야 한다. 점주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모두 합해 최고 17%에 달하기도 한다.
최근 시장에 진입해 약진하고 있는 쿠팡이츠와 위메프오는 보다 합리적인 수수료 체계를 갖고 있다곤 하지만 점주에겐 여전히 부담이다. 쿠팡이츠는 주문 중개와 배달을 통합한 배민의 배민라이더스와 운영 형태가 비슷한데, 건당 6000원 정도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위메프오는 주 8800원을 내면 중개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정책을 쓰고 있다. 4주 기준으로 3만 5200원이다.
서울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한 아무개 씨는 “매출이 8000만 원 정도 나온다. 재료비 4000만 원에 배달비 1500만 원, 인건비 2000만 원, 배달앱 수수료 800만~1000만 원 내면 남는 게 없다.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 참”이라며 “장사를 하고 싶으면 이젠 배달앱을 안 쓸 수도 없는 상황이라 답답하다”고 전했다.
#깃발 전쟁과 안심번호
음식점 점주는 음식보다 광고에 목숨을 건다. 광고비를 더 많이 내야 매출이 오른다. 대부분 배달앱은 점주가 광고비를 더 많이 쓰게끔 유도한다. 대표적으로 ‘깃발’이 있다. 대부분 배달앱은 점주에게 음식점 본 주소 외에 ‘가상의 주소’를 쓸 수 있게 한다. 가상의 주소 하나당 앞서 말한 5만~8만 원의 정액제 광고를 낸다. 이것을 두고 깃발이라고 한다.
음식점 점주는 음식보다 광고에 목숨을 건다. 광고비를 더 많이 내야 매출이 오른다. 대부분 배달앱은 점주가 광고비를 더 많이 쓰게끔 유도한다. 대표적으로 ‘깃발’이 있다. 한 삼겹살 배달 전문점 점주가 배달앱 주문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연합뉴스
예를 들어 A 동네에 주소를 둔 치킨집은 반경 2~3km 내에 있는 고객에게 노출된다. 이 치킨집은 B 동네에도 가상의 주소(깃발)를 만들 수 있다. C 동네에도 깃발을 꽂을 수 있다. 제한은 없다. 깃발을 많이 꽂을수록 고객에 내 가게가 노출될 확률이 높다. A 동네에 있던 치킨집이 B 동네에 깃발을 꽂으면 B 동네에 있던 치킨집 입장에선 새로운 경쟁자가 생긴 셈이다. B 동네에 있던 치킨집도 가만히 있을 순 없다. A 동네, C 동네, D 동네, E 동네에도 깃발을 꽂는다. 이른바 ‘깃발 전쟁’이다.
더 많은 고객에게 노출되기 위해선, 또 깃발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더 많은 깃발을 꽂아야 한다. 수원 영통구에서 치킨집을 하는 김 아무개 씨는 “깃발을 보통 5개 꽂는다. 배민 기준으로 하나에 8만 8000원(울트라콜)이니까 44만 원이다. 서울이나 경쟁이 치열한 곳은 더 하다고 안다”며 “요기요를 기준으로 우리 동네 플러스 자리를 차지하려고 월 300만 원을 쓰기도 한다. 그렇게 돈을 써도 안 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음식점 점주를 힘들게 하는 건 높은 수수료만은 아니다. 점주들의 골치는 ‘안심 번호’다. 배달앱을 통해서 음식을 주문하면 음식점 번호가 가상의 번호인 안심번호로 뜬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음식점은 고객 전화번호를 알 수 없고 3시간 뒤면 사라지는 고객의 안심번호만 알 수 있다. 혹시나 모를 점주의 해코지를 생각하면 고객 입장에선 반가운 일일 수 있으나 점주 입장에선 상당한 불이익이라는 것이 대부분 음식점 점주들의 설명이다.
용인시 수지구에서 피자집을 하는 양 아무개 씨는 “안심번호밖에 알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 전화 준 고객의 성향이나 기호를 알기도 어렵다. 단골 고객을 절대 만들 수 없는 것”이라며 “고객이 별점이나 리뷰를 나쁘게 쓰면 큰 타격인데, 혹시나 오해에서 빚어졌을 경우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배달앱에 연락해도 고객의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배달앱의 고객 정보 독점인 셈이다.
#공공배달앱은 성공할까
배답앱의 높은 중개 수수료는 고스란히 소비자에 전가된다. 점주들은 최소한의 마진을 남기기 위해서라도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자는 555만 명이 넘는다. 경쟁력 있는 음식점은 살아남고 나머지는 도태되는 약육강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지자체는 충격 완화를 위해 수수료를 낮춘 이른바 ‘공공배달앱’을 앞 다퉈 선보이고 있다. 현재 공공배달앱을 출시했거나 출시를 예정으로 개발하고 있는 지자체가 경기도, 전북 군산, 인천 서구를 비롯해 14곳에 이른다.
공공배달앱 모범 사례로 꼽히는 것이 전북 군산에서 내놓은 ‘배달의 명수’다. 배달의 명수는 2020년 3월 시작해 현재 월평균 3만여 건의 주문을 기록하고 거래액 7억 원 정도에 달한다. 경기도에서 12월 1일 내놓은 공공배달앱 ‘배달특급’ 시연 장면. 사진=연합뉴스
모범 사례로 꼽히는 것이 전북 군산에서 내놓은 ‘배달의 명수’다. 배달의 명수는 지난 3월 시작해 현재 월평균 3만여 건의 주문을 기록하고 거래액 7억 원 정도에 달한다. 자체 할인율을 품은 지역 화폐를 배달앱에서 쓸 수 있게 만들었던 게 큰 도움이 됐다. 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다 보니 음식점 점주들이 스스로 나서서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등 순기능까지 더해졌다.
채수희 군산시청 소상공인지원과 주무관은 “1200여 곳 음식점이 입점해 있는데 480여 곳이 2000원 할인, 무료배송 등 행사를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 기존 지역화폐 할인율 10%까지 하면 대형 배달앱 프로모션에 못지않은 할인 혜택으로 보고 있다”며 “2만 원 음식을 사면 5000원 정도의 혜택이 있는 셈이다. 여기에 착한 소비라는 인식이 더해져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공배달앱을 향한 장밋빛 시선만 있는 건 아니다. 배달앱을 세금으로 지속해서 지원해야 하느냐는 비판과 지자체가 시장 경제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을 두고 지적도 있다. 실제 배달의 명수를 운영하는 데 군산시는 올해 1억 8000만 원을 투입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야심차게 내놓은 공공배달앱 ‘배달특급’ 또한 중개수수료를 1%로 낮췄지만, 이를 충당하기 위해 80억~90억 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경기도는 내다봤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프랜차이즈 MBA 주임교수는 “모범적인 배달앱 모델을 딱 잘라 말하긴 어렵고 결국 소비자의 선택에 달렸다. 지금까지는 배민이나 요기요 등이 독점적 지위를 가져왔지만 배달앱 시장과 같은 플랫폼 시장은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쿠팡이츠가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라며 “다만 점주, 라이더, 고객 모두의 만족을 충족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공공배달앱도 취지는 좋지만 마케팅 측면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