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중심에 선 김태현 선수협 사무총장은 전임 김선웅 변호사와 이대호 회장의 충돌 이후 추대됐다. 왼쪽은 선수협 입장을 설명하는 조민 변호사. 사진=임준선 기자
선수협은 2019년 12월 2일 3년간 사무총장으로 일했던 김선웅 변호사를 교체하고 김태현 사무총장을 추대했다. 당시 이대호는 “야구계 인사를 선임하면 특정 의견에 휘말릴 수도 있어 팬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볼 분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출신 마케팅 전문가라는 사실 외에는 구체적인 정보도 밝히지 않았다. 그렇게 외부인 김태현 사무총장이 선수협을 이끌게 됐다.
그렇다면 김선웅 변호사는 왜 연임되지 못했을까. 선수협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김 변호사와 이대호의 의견 충돌이 파국을 맞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선웅 변호사는 2019년 7월 최저연봉 인상, 보상선수 폐지, FA(자유계약) 자격 취득기간 1년 축소 등 몇 가지 조건을 수용해줄 경우 구단들이 제안한 FA 4년 80억 원 상한제를 받아들이겠다고 결의한 내용을 알렸지만 당시 회장 이대호는 사무총장이었던 김 변호사의 이야기를 뒤엎고 “우리는 FA 보상제도 완전 철폐만을 요구했다. 회장인 내가 수용이라고 말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FA 등급제가 미흡해도 일단 수용한 뒤 개선해 나가자고 한 반면 이대호를 비롯한 대의원들은 거부 의사를 나타내면서 FA 제도 개선안이 부결됐다. 임기를 마친 김 변호사의 연임을 두고 선수협 안건으로 올라갔고, 김 변호사의 연임 또한 부결되면서 그는 선수협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김선웅 변호사에게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을 부탁하자 “이미 지난 일이라 어떤 말을 하기가 매우 조심스럽다. 선수협이 투명하게 운영되지 못했고, 새로운 임직원들이 조직을 잘 이끌지 못한 게 정말 안타깝다”며 이렇게 보탰다.
“김태현 사무총장에게 업무 인수인계할 때 선수협 20주년이 다가오니까 선수협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선배들을 예우하고 지원해줄 것을 부탁했다. 선수협의 역사를 명확히 알고, 선수협이 어떤 일을 하는지 잘 파악해주길 바랐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불미스런 일이 벌어졌다. 이번 일을 지켜보면서 돌아가신 최동원 선수가 생각났다. 선수협을 결성하고 온갖 피해를 당하면서도 이 조직을 지켰던 분 아닌가. 프로야구가 양적 성장을 이룬 건 사실이지만 진심으로 프로야구를 걱정하는 야구인은 잘 안 보이는 것 같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