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상향된 요즘 서울 명동 밤거리가 한산하다. 사진=박은숙 기자
“제 이름은 ○○○이에요. 실명이에요. 제 고향은 ○○이고요, 지금 사는 동네는 ○○이에요. 취미는 ○○○이고 좋아하는 음식은 ○○이에요. 그리고 이게 제 전번이니 저장하세요.”
평소 찾던 룸살롱 업주에게 전화를 받고 업소를 찾은 한 사업가가 술자리에 앉아 접대여성을 만나자 들은 얘기라고 한다. 룸 개수가 꽤 되는 대형 업소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상향돼 집합금지가 된 터라 불을 끄고 뒷문을 통해 몰래 손님들을 받고 있다. 가용 접대여성의 수도 얼마 안 돼 단골 위주로만 손님을 받고 있다고 한다. 접대여성도 보도방이 아닌 룸살롱 소속 가운데 믿을 수 있는 이들만 가게에 나오고 있다고 한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업소에서 생각해낸 아이디어는 손님을 업소 직원의 애인 등 지인들로 둔갑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업소 직원들이 지인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을 자신의 신상 관련 내용을 단골 고객에게 미리 고지해주는 것이다. 행여 단속이 나와도 가게에서 쓰는 예명이 아닌 본명을 알고 있고 휴대폰에 전화번호까지 저장돼 있으며 고향과 사는 집, 취미 등을 알고 있다면 손님이 아닌 정말 지인이라고 한번 우겨볼 만하다고 생각에서다.
집합금지 명령으로 룸살롱이 텅 비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빈 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간판 불을 끄고 뒷문을 통해 몰래 손님을 받아 불법 영업을 하는 룸살롱들도 있다. 한 룸살롱 내부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일요신문DB
실제 요즘 강남에선 간판 불을 끄고 몰래 손님을 받는 형태로 불법 영업 중인 룸살롱이 꽤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다 보니 행여 모를 단속을 피하기 위해 앞서의 ‘지인들과의 사적인 술자리’ 등의 편법 시나리오까지 등장했다. 강남 유흥업계에서 더욱 무시무시한 소문이 하나 더 있다. 업소들끼리 경쟁 업소를 신고한다는 것이다.
평소 친분이 있는 업소들끼리 단속 정보 등을 공유하며 서로의 불법 영업을 도와주고 반대로 경쟁 구도인 다른 업소들이 불법 영업을 하면 그런 정보를 은밀히 경찰에 흘리고 있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요즘 강남 유흥업계에서 조용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인데 우선 손님이 워낙 귀한 데다 손님이 오면 응대할 접대여성도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경쟁 업소가 단속 당하면 그쪽에서 접대 여성까지 빼올 수 있다.
강남의 한 룸살롱 업주는 “요즘 몇몇 업소들이 평소 단골인 고객들에게 불법 영업 중인 업소를 알려주고 가서 술자리를 가진 뒤 신고해 달라고 부탁한다는 얘길 들었다”라며 “예전에 집창촌이 번성기를 누리던 시절에 가게들이 서로 손님을 뺏어간다며 머리채 잡고 싸우고 그랬다던데 요즘 강남 유흥업계 분위기가 딱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불법 영업을 한다고 해도 믿을 수 있는 단골손님으로 하루에 몇 팀 정도만 받아 겨우 숨만 이어가는 수준”이라며 “새로운 손님이 온다고 마냥 좋아할 수도 없다. 누군가 불법 영업을 신고하려는 작전을 벌인 것일 수도 있고 그냥 온 손님이 기분이 언짢아 신고했을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큰 고초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요즘 분위기를 설명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