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살아온 세월 중 가장행복하지’ 표지
[완주=일요신문] 다 늙어서야 글을 깨우치고 까막눈 신세를 면한 할머니들이 늦깎이 작가가 돼 책을 펴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전북 완주군이 운영하는 성인문해 진달래학교에서 한글을 익한 할머니들이 직접 쓰고 그린 동화책 ‘’칠십고개‘와 그림책 ’‘살아온 세월 중 가장 행복하지’가 바로 그것이다.
동화책 ‘칠십고개’는 지역 동화작가를 초빙해 진달래학교 삼례지역 심화반 어르신 5명이 전래동화를 각색하고 삽화를 그려 완성한 작품들로 구성됐다.
할머니들의 손글씨로 제작된 ‘구렁이의 원한’과 ‘호랑이와 여우의 금강산 주인다툼’, ‘천 냥 내기 수수께끼’, ‘끝없는 이야기’, ‘용왕의 딸과 소금장수’ 등 다섯 편의 동화를 실었다.
그림책 ‘살아온 새월 중 가장 행복하지’는 진달래학교 삼례, 비봉, 고산 등 3개 지역 34명 어르신이 참여했다. 꿈과 과거, 가족 등의 주제로 직접 그림을 그리고 감상과 기억, 기분을 표현한 글을 써넣었다.
할머니 1명당 2~3개 작품씩 제출해 120여쪽을 채웠다. ‘군수님이 주시는 상을 받고 싶다’고 했고 주민들이 수확한 농작물을 말리고 보관하는 마을 창고를 자랑하는 할머니의 자부심 가득한 글이 눈에 들어온다.
어르신들은 “나이가 많지만 지금도 그림을 그리고 공부하는 게 좋고 글을 쓰는 몇 달간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딸이 기대한다고 했는데 멋진 책이 나와 즐겁고 빨리 자랑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진순 도서관평생학습사업소 소장은 “이번 책을 통해 어르신들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어르신들 삶 속에서 동화책과 그림책 수업이 특별한 의미로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성용 호남본부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