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발코로나19 피해자모임과 쿠팡발코로나19 피해자지원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2월 9일 서울 잠실의 쿠팡 본사 앞에 모여 쿠팡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피해자모임과 쿠팡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진성준 위원장) 중재로 10월 초부터 2개월 넘도록 협상을 벌이다가 최근 결렬됐는데, 이를 두고 고건 피해자모임 대표는 “쿠팡은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그 어떤 보상이나 지원을 할 수 없다’며 형식적인 답변과 무성의한 태도로 일축했다”고 주장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쿠팡 부천 신선식품 물류센터에서 일하다가 코로나19에 감염돼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밝힌 한 노동자는 “부천 신선식품 물류센터는 5월 집단 감염이 터지기 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5월보다 평균 5만 건 이상 물량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처리하기 위해 2인 1조로 포장 업무를 하고 있다”며 “출근이나 식당에서만 보여주기 식으로 거리 두기를 하고 실제 현장에선 거리두기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노동자는 “쿠팡은 확진자가 나오면 확진자 근처에 있는 사람들만 밀접접촉자로 분류해 검사를 하게 한다. 이들이 음성이 나오면 다시 사람들을 출근시킨다. 하지만 2인 1조로 일해도 마스크 때문에 얼굴 식별 안 되고 어렵도 이름도 모른다. 쿠팡은 역학조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층간 이동을 안 시킨다고 했지만 바쁠 땐 2층에서 6층 사이의 작업현장을 오가며 일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역학조사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코로나 걸릴까 두려워하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8월 이후 쿠팡에서만(물류센터와 배송캠프, 본사 포함) 17차례에 걸쳐 37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이를 정리한 표.
고건 피해자모임 대표는 “현장 노동자분들께 많은 연락을 받는다. 작업장 내, 식당, 탈의실 등 공용 공간이나 통근 버스에서 시행됐던 강력한 거리두기가 사라졌다고 한다. 다들 이러다가 그때의 악몽이 반복될 거 같다며 불안해한다. 어제 부천 신선센터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번에도 센터를 신속하게 폐쇄 조치하기보다는 일부 인원들은 2시간 이상 귀가하지 못하고 대기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부디 5월처럼 추가 감염으로 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고 대표는 “최근까지 사측과 면담을 했지만, 두 달이라는 시간을 허비한 채 다시 한번 상처를 받는 자리였다”며 “아무 잘못 없이 생계를 위해 일하다가 감염된 피해자를 위한 피해조사 기구를 구성해 실질적인 구제를 요청했지만 처참히 묵살 당했다”고 말했다.
피해자모임과 쿠팡은 10월 초부터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중재로 협상을 진행해왔다. 협상은 양측에서 3명씩 나와서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진행됐다. 피해자모임 쪽에선 고건 대표가 협상 대표로 나섰고, 쿠팡 쪽에선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내다가 쿠팡으로 간 추경민 부사장이 협상 대표로 나왔다. 피해자모임은 사과와 보상을 요구했지만 쿠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코로나 검사 비용과 트라우마 심리 상담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양쪽의 협상을 중재한 이원정 을지로위원회 총괄팀장은 “피해자 모임 쪽에선 도의적 책임과 사과, 보상 등을 요구했지만 쿠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단지 트라우마 지원을 해주겠다는 입장이었다. 이곳이 손해배상 규모가 큰 미국이었다면 그러지 못했을 텐데, 쿠팡 경영진은 법대로 하려고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금액을 떠나서 코로나19라는 처음 있는 이런 사태에서 노동자를 위로하는 게 맞다. 결국 쿠팡의 기업문화와 소통의 부재가 단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을지로위원회는 쿠팡 물류센터 현장 방문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