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화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사진=박정훈 기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진보 진영 부동산 정책 브레인으로 꼽힌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도시계획학 석사, 행정학 박사를 취득한 학자 출신이다. 변 후보자는 2000년대 초반부터 서울시정개발연구원 DMC 지원연구팀장을 비롯해 인천경제특구위원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국민경제자문회의 등 각종 위원회 활동을 해왔다. 2003년엔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변 후보자는 학자 시절부터 지역 균형발전에 관심을 기울였다. 서울대학교와 국회를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며 수도권 개발이익을 국가 균형발전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변 후보자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 당시 도시재생 모델 초안을 구축하는 데도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시장의 뉴타운 출구전략, 도시재생 공약 등이 변 후보자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변 후보자는 2016년 최연소 SH 사장으로 취임했다.
SH 사장 취임 전 변 후보자는 몇 차례 폴리페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폴리페서란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교수를 일컫는 합성어다. 변 후보자는 2006년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 지지선언에 동참했고, 2012년 대선 당시엔 문재인 캠프 지지선언에 힘을 보탰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선거를 치를 당시에도 변 후보자는 정치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국정감사에선 변 후보자를 둘러싼 블랙리스트 논란이 불거졌다.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SH 인사조직책임자(기획경영처장) POOL’이란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엔 SH 1·2급 주요간부급 인사들의 직위·직급·이름·이력이 적혀 있었고, 그들이 사내에서 누구와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가 적혀 있었다. ‘진보개혁’, ‘박 시장’ 항목엔 간부마다 O, △, X 표시가 돼 있었는데, 이를 두고 변 후보자가 간부들에 대한 정치적 성향을 파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변 후보자는 SH 사장직 연임을 하지 않고 2017년 11월 9일 퇴직했다. 같은 해 11월 6일 SH 간부회의에서 변 후보자는 “대접받지 못한 딸을 쫓아다닌 친정아버지의 심정”이라면서 퇴직을 시사했다. 11월 9일 SH 사장 퇴임식에선 “공사 내부 복잡한 문제를 구성원들간 소통과 협상을 통해 해결하지 못하고 외부 정치적 문제로까지 확산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2020년 국정감사 당시 LH 사장으로 출석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사진=박은숙 기자
SH 사장직에서 내려온 뒤 교수로 복귀한 변 후보자는 세종대학교 5개 대학원장을 겸임했다. 당시 변 후보자의 5개 대학원장 겸임은 교육계 내부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잠시 본업으로 돌아갔던 변 후보자는 LH 사장으로 화려하게 공직으로 복귀했다. 2019년 4월 LH 사장에 취임한 변 후보자는 올해 국감에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2020년 국정감사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변창흠 LH 사장이 자신이 소속한 학회에 이미 연구가 끝난 유사 연구용역을 수의계약으로 발주해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변 후보자가 고문으로 활동 중인 사단법인 한국공간환경학회가 타깃이었다. 한국공간환경학회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10대 학회장), 조명래 환경부 장관(5대 학회장), 강현수 국토연구원장(9대 학회장) 등 현 정부 핵심 인사들이 포진해 있는 단체다. 그 가운데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변 후보자와 세종대 교수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10월 8일 국정감사 당시 김은혜 의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LH 연구용역 수의계약 총액이 3분기가 막 지난 시점에서 2019년 수의계약 총액 대비 2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수의계약 대부분은 한국공간환경학회, 국토연구원, 한국도시연구소 등 기관이 따냈다.
한국공간환경학회 회원들의 식사 모임. 사진=김은혜 의원실
변 후보자가 LH 사장으로 재임한 기간 연구용역 수의 계약 건수가 11건이고 총액은 36억 9700만 원으로 파악됐다. 박상우 전임 사장 재임 기간 3년 동안 발주한 연구용역은 8건으로 총액은 17억 6665만 원이었다. 김 의원은 변 후보자가 박 전 LH 사장보다 연구용역비를 2배 이상 썼으며 자신이 소속한 학회와 연결된 단체에 일감을 몰아줬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변 후보자의 ‘강남 1주택’도 주요 검증 대상으로 지목했다. 2019년 7월 26일 변 후보자는 서울시 서초구 소재 아파트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신고 금액은 5억 9000만 원이었다. 2002년 준공된 나홀로 아파트다. 변 후보자는 2006년 6월 5억 2300만 원에 아파트를 매입했다.
2019년 변 후보자 재산신고에 기입된 가격은 공시지가가 아닌 국토부 부동산 개별 공시가격이다. 변 후보자 아파트의 경우 나홀로 아파트인 까닭에 공시지가가 아닌 개별 공시지가를 통해 재산이 신고된 것으로 보인다. 2020년 1월 1일 기준 변 후보자 보유 아파트 개별 공시지가는 6억 5300만 원으로 신고 당시보다 10.7% 올랐다.
변 후보자 보유 아파트는 실거래 표본 자체가 적어 실제 가격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어 있다. 가장 최근 거래는 2018년 3월로, 전용면적 93.29㎡가 8억 4000만 원에 팔렸다. 변 후보자 보유 아파트 전용면적은 129.73㎡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2년 전 변 후보자 보유 아파트보다 작은 평수 아파트가 8억 4000만 원에 팔렸다면, 2020년 변 후보자 보유 아파트 가격은 이를 훨씬 상회할 것”이라면서 “해당 호수가 매물로 나온다면 인근 부동산 가격 폭등세를 감안할 때 15억~18억 원선에서 거래가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나 변 후보자의 부동산 재산신고 자체엔 법리적 문제가 없을 것이란 반응이 주를 이룬다. 정치권 관계자는 “아파트 공시지가가 낮게 책정된 책임을 변 후보자에게 묻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야권의 청문회 검증 포인트가 강남 1주택으로 집중된다면, 청문회가 요란한 빈 수레 정도로만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