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서경찰서가 12월 7일 룸살롱 업주 A 씨와 호텔 주인 B 씨를 식품위생법 등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업주 A 씨는 B 씨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호텔을 빌려 업소처럼 꾸며 두고 손님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룸살롱은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9시 이후에는 영업이 금지되므로 인근 호텔에서 영업을 계속한다”고 안내했는데 업소를 찾은 한 손님이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신고를 해 들통 난 것으로 확인됐다.
12월 10일 오전에 올라온 신·변종업소 홍보글. 사진=홈페이지 캡처
이러한 상황에도 8일 일요신문이 접촉한 복수의 화류계 종사자는 “최근 다시 일을 나가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3~5월까지는 자체적으로 영업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으나 최근 다시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오자 꼼수 영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업계 종사자인 A 씨는 9일 “단골들을 대상으로 방을 잡고 영업을 한 지 일주일이 넘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언니들도 이미 다 알고 있다. 며칠 전부터는 단골이 아니어도 원하는 사람이라면 9시 이후 예약을 잡아준다”고 말했다. 일반 주점에서 만나 밤 9시 이후 소수의 손님 위주로 팀을 짜 인근 숙박업소로 이동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영업은 주로 강남 쪽 호텔 및 모텔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 B 씨는 “이번 집합금지 명령에서 불법영업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것 같다”며 “코로나19 초기 유행 시기였던 3~5월에는 가게 언니들도 ‘무서우니 나오지 말자’ ‘방역에 동참하자’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서로 출근을 권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제주도에 수도권 손님들이 많이 내려와서 일손이 모자랄 지경이라 아예 제주도로 가서 일을 하고 오려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제주도의 경우 아직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키스방 등 불법 성매매 업소도 더욱 성행하고 있다. 불법 성매매 업소 특성상 암암리에 운영돼 단속이 어렵고 일 자체도 장소를 옮겨가며 할 수 있는 까닭이다. 특히 키스방의 경우 문을 닫지 않고 몰래 영업하는 일이 잦다고 했다. 폐쇄되었던 예약 사이트도 이름을 바꿔 다시 문을 연 경우도 있었다.
이런 이유로 유흥주점에서 불법 성매매업소로 ‘전직’하는 인력도 늘어나고 있다. A 씨는 “원래 룸살롱에서 술 접대 정도만 했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출근을 못하게 됐는데 평소 알고 지내던 매니저가 마사지방이나 키스방에서 몰영을 많이 하고 있고 단속도 심하지 않다고 알려줬다. 아이와 둘이 살고 있는데 몇 개월째 출근을 하지 못하니 집세까지 밀려 도저히 나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화류계 종사자들이 가입한 온라인 커뮤니티. 단속에 대한 정보 등이 공유되고 있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실제로 업계 종사자의 도움을 받아 현직 화류계 종사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들어가 본 결과, 상황은 더욱 좋지 않았다. 화류계 종사자들만 가입이 가능한 온라인 카페에서는 ‘몰영’과 ‘전직’ 등에 대한 고민글이 대다수였다.
한 글쓴이는 “(영업정지 상황에서) 저렇게까지 술을 마시는 손님들은 이해가 안 간다”면서도 “그런 사람들에게 고맙다. 그들이 있기에 저희가 살아갑니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글쓴이가 “노래방에 나가는데 영업정지로 백수가 됐다. 안 쉬는 업종이 무엇이냐”고 묻자 해당 글에 “키스방 등 기타 업종은 쉬지 않는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후 키스방 등 신·변종업소에 대한 문의글이 빗발쳤다.
다만 유사성행위 및 성매매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마사지방·키스방과 같은 신·변종 업소는 불법이라 형사 처분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르면 성매매 알선 혹은 음란행위를 하게 하거나 이를 제공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더 큰 문제는 키스방 등의 불법 성매매 업소는 코로나19 관리 감독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해당 업소에서는 술 접대를 하는 것이 아니라 타액을 섞는 등의 신체접촉이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까닭이다. 입구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소독을 해도 폐쇄된 공간에 들어간 뒤에는 통제가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몰영을 하는 업소는 당연히 QR코드도 찍지 않아 실제 확진이 발생했을 시 동선 추적도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전문가들도 유흥주점 및 불법 성매매 업소를 통한 n차 감염을 걱정하고 있다. 강남 소재의 호흡기내과의 전문의는 “인근에 유흥주점이 많아 병원에서도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흥업소는 ‘3밀’ 환경 구조이고, 음주가무를 위해 마스크를 벗고 밀착접촉을 할 수밖에 없어 감염위험이 그 어느 곳보다 높다. 또 몰래 영업을 하다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감염경로 추적은 더욱 어려우므로 방문 자체를 삼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