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두 번째 국토부 수장으로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내정하면서 김현미 장관의 향후 거취에 이목이 쏠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월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김현미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 신임이 두터운 친문(친문재인) 인사로 꼽힌다. 평화민주당 당직자 출신인 김 장관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캠프에서 부대변인직을 맡은 후 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관으로 입성했다. 평화민주당 시절 정당 모니터링의 시스템화를 여의도에 전파한 것도 김 장관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김 장관의 능력을 아꼈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쫓아다녔던 ‘수첩공주’ 신조어도 김 장관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의 본격적인 인연은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시절에 맺었다. 당시 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김 장관을 비서실장에 발탁했다. 이는 김 장관이 당 원내정책수석을 비롯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역임 등 중앙 정치인으로 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 한 관계자는 “진보진영이 배출한 세 명의 대통령(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 김 장관을 매우 아꼈다”라고 밝혔다.
‘김현미 역할론’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 장관은 청와대 개각 시즌 때마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 비서실장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김 장관은 총선 국면에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과 함께 출마 의지를 직간접으로 드러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내정됐던 최정호 전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휘말리면서 낙마, 김 장관의 4선 꿈은 날아갔다.
여권 관계자들이 꼽은 김현미 역할론의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전북도지사 도전이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오는 2022년 6월 1일 치른다. 김 장관에게 2년의 재충전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전북도지사와의 연결 고리는 ‘새만금’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김 장관이 재임 기간 새만금을 특별히 챙겼다”고 귀띔했다. 김 장관의 고향은 전북 정읍이다.
지역 정가에서도 김 장관이 새만금을 비롯해 전북 발전에 크게 기여를 했다는 데 동의했다. 새만금 국제공항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새만금개발청 본격 출범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2017년 전북 출신 공직자 모임인 ‘삼수회’ 회장직을 맡기도 했다. 전주여고 동창 모임도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김 장관이 전북도지사 도전에 얽매일지는 미지수다. 경기 고양에서 재선한 김 장관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향후 행보에 따라 빈 공간을 치고 들어갈 수도 있다. 김 장관은 이 지사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김현미 역할론에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24전 24패’라는 부동산 정책 실패의 주범으로 꼽히는 데다, 재임 기간 막판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으로 전월세마저 폭등하면서 사실상 경질성 개각에 포함됐다. 김 장관은 개각 발표 직전인 11월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말해 뭇매를 맞았다. 야권 한 관계자는 “부동산값 폭등의 주범이 정치를 할 수 있겠느냐”라고 꼬집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