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키려하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독재로 흥한 자 독재로 망한다” 구호를 외치며 항의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현행 상법에서 감사를 선임할 때는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있다. 대주주가 선출하는 이사의 직무와 집행을 감시하는 게 감사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회사의 주요한 경영 안건은 모두 감사에 보고돼야 한다. 회사와 자회사에 대한 조사권, 이사회 및 임시주주총회 소집 청구권 등 권한이 막강하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감사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경영권 행사가 어렵다.
하지만 현행 상법(415조의2)에서는 감사를 대신해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방법을 허용한다. 감사위원회는 3명 이상의 이사로 구성하며 3분의 2 이상이 사외이사여야 한다. 사외이사는 최대주주의 의결권 제한이 없다. 즉 최대주주에 우호적인 사외이사들을 뽑아 이들로 감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 대부분이 감사 대신 감사위원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번 상법 개정으로 감사위원회를 두더라도 감사위원 1명은 이사와 분리해서 선출, 즉 최대주주 의결권을 3% 제한해 별도로 뽑아야 한다. 일반주주들이 뜻을 모은다면 최대주주와 이해를 같이하지 않는 감사위원이 선임될 수 있는 셈이다.
재계에서는 헤지펀드 등이 감사위원 자리를 차지해 경영에 ‘훼방’을 놓을 수 있다며 법 개정에 반대했다. 그 결과 개정법은 3%룰 적용범위를 특수관계인 ‘전체’에서 특수관계인 ‘개별’로 적용하기로 했다. 30%를 가진 최대주주 A는 의결권을 3%만 갖지만, 특수관계인 10명이 3%씩 모두 30%를 가졌다면 의결권을 모두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대기업 집단 상당수가 이른바 집단 주주체제라는 점에서 3%룰 개별 적용 허용은 의미가 크다.
삼성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은 최대주주 지분이 33%다. 특수관계인별로 분산돼 있어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이서현 남매가 각각 3%씩을 행사할 수 있다. 3% 미만을 가진 계열사와 재단 등의 의결권도 2%가 넘는다. ‘백기사’인 KCC(9%)도 있다. 감사위원 선출에 유효할 지분이 발행주식의 67%가량인데 알려지지 않은 우호주주들까지 합한다면 감사위원 결정권의 최소 30%, 최대 50%가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그룹 지주사격인 현대모비스도 정몽구 명예회장, 기아차, 현대제철 등이 3% 이상 대주주다. 최대주주 일가 개인별로 지분이 골고루 나뉜 (주)LG나, (주)GS, (주)LS, (주)두산 등도 3%룰로 인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곳들이다.
3%룰로 최대주주와 뜻이 다른 감사위원이 선임되더라도 영향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감사위원회는 최소 3명 이상으로 구성된다. 영향력을 많아야 3분의 1이다. 감사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인원을 늘리는 방법으로 독립 감사위원을 사실상 무력화시킬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