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인터뷰에서 “과반 의석을 가진 여당이 정기국회에서 일방적으로 법안 처리를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사진=성일종 의원실 제공
―정무위 활동 3년 차가 바라보는 20대 국회 정무위와 21대의 차이점은?
“정무위는 17대 국회부터 ‘신사 상임위’로 불려왔고 20대 국회에서도 그 전통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21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그 전통이 깨졌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 합의 없이 법안이 대거 처리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쟁점법안을 통과시킬 때 정무위 전체회의, 소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모두 다수결로 의결해버렸다. 여당이 의석 수로 쟁점법안들을 밀어붙인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여당이 추진해 지난 9일 본회의를 통과한 ‘공정경제 3법’을 어떻게 평가하나.
“경제 3법 중 공정거래법과 금융그룹감독법이 정무위 소관 법안이다. 기업과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고 기업의 활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공감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경제에 주는 충격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전투하듯 통과시키면 안되는 것이었다.”
―공정경제 3법 중 상법 개정안은 여당이 재계와 야당의 반발을 수렴해 기존 정부안보다 훨씬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지.
“자기들의 법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개혁’이라는 포장으로 국민들을 현혹해온 것 아닌가. 뒤늦게 이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기 어려우니 ‘완화된 안’이라며 발을 빼는 상황이다. 기존 정부안은 시장 경제를 훼손할 여지가 다분했다. 애초에 정부안을 통과시킬 생각도 없었을 수 있다. 민주당이 수세로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는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는 것 같다. 야당과 국민의 호소, 요구가 무시당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국회 전반기 원 구성할 때 상임위원장직을 챙겨왔으면 이런 일을 막을 수 있었던 것 아닌가.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는 상임위원장직을 모두 포기했다.
“물론 그때의 결정은 결코 잘한 건 아니다. 상임위원장직을 다 넘겨버리며 세계 그 어디에도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까지 만들어졌지 않나. 하지만 우리가 정무위원장 몫을 챙겨왔다 하더라도 민주당은 어떻게든 본회의에서 처리해버렸을 것이다. 과거 우리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시절 과반 의석이었고 의석 수를 믿고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지만, 민주당처럼 일방적이고 오만하지는 않았다.”
―국민의힘의 강한 반발에도 왜 민주당은 공정경제 3법을 통과시켰을까.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이 ‘공정경제 3법 등 법안이 정기국회에서 성과를 거두기를 희망한다’고 말하자마자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의 진두지휘 하에 같은 당인 윤관석 정무위원장과 김병욱 간사가 충성경쟁을 벌인 것이다. 민주당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파괴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정경제 3법’에 대해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고 기업 세계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성일종 의원실 제공
“우리 경제의 시스템을 보강하는 일이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고 신중했어야 했다. 토론회와 공청회 등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부작용 등을 방지할 수 있도록 보완했어야 했지만, 시간에 쫓기듯 처리됐다. 졸속처리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본회의에서 통과된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은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되고, 기업의 세계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
―‘야당 무용론’은 이번 정기국회뿐 아니라 국정감사 때도 제기됐다.
“과반 의석인 여당이 핵심 증인들에 대해 증인 채택을 거부하고, 채택된 증인들도 출석에 불응해 검증에 한계가 있었다. 특히 옵티머스자산운용사(옵티머스) 펀드 사기 의혹을 받는 이 아무개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비롯한 핵심 증인들이 불출석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성일종 의원이 대표발의한 ‘착오송금 피해구제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런데 당초 안에서 ‘예금보험공사의 피해자 대리 소송’ 부분이 삭제됐다.
“예금보험공사가 피해자를 소송하는 것에 여러 지적이 있었다. 개인간의 법률관계는 민사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결국 소송에 대한 부분은 무산됐고 수취인에게 연락해서 반환을 안내하고, 그럼에도 반환을 안 하면 정식 소송의 전 단계인 지급명령 절차를 수행하는 것까지만 여야 합의로 의결, 통과됐다.”
―현재 라임‧옵티머스 자산운용 사건 관련 검찰 수사를 평가하자면.
“수사를 받던 이낙연 대표의 측근이 숨지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립으로 지휘부가 혼란스러워 수사 진행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핵심이 청와대라고 생각하는지.
“청와대에 근무하던 이 전 행정관은 옵티머스 지분 9.8%를 보유한 대주주이면서 옵티머스 사내이사였다. 그리고 공공기관 매출채권 문서를 위조한 변호사의 배우자이기도 하다. 이 전 행정관이 사외이사를 지냈던 농어촌공사도 옵티머스에 30억 원을 투자했고 자금세탁 창구로 활용된 페이퍼컴퍼니 ‘셉틸리언’의 지분 절반도 이 전 행정관이 보유했다. 청와대 인사가 개입한 사건이다. 라임‧옵티머스에 투자한 공공기관들 역시 평소 펀드 투자를 잘 하지 않는 곳이었다. 청와대 인사권자의 눈치를 봤을 것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이 3년째 몸 담고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에 대해 “모범적인 신사 상임위였는데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아름다운 전통이 처참하게 짓밟혔다. 앞으로는 민주당 간사와 최선을 다해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성일종 의원실 제공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무위는 국정감사에서도 막말과 파행, 여야간 고성 한번 없이 국민을 위한 정책질의에만 집중했던 모범적인 ‘신사 상임위’다. 그런데 민주당에 의해 정무위의 아름다운 전통이 처참하게 짓밟혔다. 하루아침에 무법 상임위로 전락했다. 새해에는 절대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민주당 김병욱 정무위 간사와 최선을 다해 협의해 나가겠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