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B 씨가 처음 A 재활센터를 찾은 건 2019년 12월이었다. 2014년 우리 나이로 63세였던 B 씨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증상이 점점 악화해 2018년 알츠하이머 3급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부터는 의사소통이 어려울 정도였다. B 씨의 아들인 C 씨는 전문 재활의 도움을 받으면 조금이나마 아버지의 병세가 호전될까 싶은 마음에 아버지를 A 재활센터에 등록했다. A 재활센터는 장기요양기관평가 A 등급을 받은 최우수기관이었다. 첫 6개월 동안엔 일주일에 한 번만 아버지를 재활센터에 보냈다. 재활 시간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였다.
아버지가 이상 증세를 보인 건 지난 6월 1일 저녁이었다. 아버지를 재활센터에 매일 보내기 시작한 5월 14일로부터 고작 2주가 조금 지났을 때였다. 재활센터에 다녀온 아버지가 걷지도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서 이상 행동을 보였다. C 씨는 곧바로 응급차를 불러 아버지를 곧바로 병원으로 옮겼다. 뇌 CT와 MRI 촬영을 했지만 다행히 뇌에 특이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뒤 C 씨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목과 정강이에 수상한 찰과상이 보였다. 특히 정강이에 있는 찰과상은 10cm 정도의 손톱자국 같아 보였다. A 재활센터에 문의를 했지만 특별한 일이 없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찜찜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아버지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상상하지도 못했다. 다음 날 아버지를 목욕시키던 어머니가 C 씨를 급히 호출했다. 아버지 바깥쪽 허벅지와 엉덩이 부근에 시퍼런 멍이 있었다. 자꾸만 허벅지를 문지르던 아버지 행동이 떠올랐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어 의사소통이 어려운 피해자 B 씨의 목덜미에 누군가가 할퀸 듯한 상처가 있다. 사진=아들 C 씨 제공
아버지에 대한 죄송한 마음으로 화가 치밀었지만 C 씨는 아버지를 일주일 뒤 재활센터로 보냈다. C 씨는 이때 아버지 옷소매에 녹음기를 달아뒀다. 8시간 분량의 녹음 파일을 듣던 C 씨는 몸서리를 쳤다. 재활센터 요양보호사들이 아버지를 앞에 두고 나눈 대화는 이랬다.
“(피해자 B 씨를 두고) 지금 한 일주일 만에 나온 거지?”
“네.”
“나한테 쥐어 터지고 일주일 만에 나왔어.” (중략)
“쥐어 터졌더니 조금 사람이 돼서 왔네.”
“(맞으니까) 조금 순해지기는 한 거 같은데.”
재활센터 요양보호사들은 폭행 사실을 자연스럽게 주고받고 있었다. 하루이틀이 아니었던 셈이다. 아들 C 씨는 6월 11일 A 재활센터 폭행 혐의를 조사해달라고 분당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분당경찰서 수사에 따르면, A 재활센터 요양보호사가 피해자 B 씨를 폭행하는 장면이 CCTV에 담겼다. 피해자를 폭행하려고 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가는 장면도 확인됐다.
폭행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리고 검찰은 10월 30일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 처분했다. 약식기소는 검사가 약식절차에 의해 재판을 청구하는 것으로 기소와 동시에 벌금형에 처해 달라는 뜻의 약식명령을 청구하는 것이다. 약식기소의 경우 피의자가 정식재판을 청구하거나 법원이 정식재판에 회부할 수도 있는데 아직 법원 판단은 나오지 않았다.
아버지가 학대당한 사실을 알고 어머니는 한동안 앓아누웠다. 아버지는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다. C 씨는 “자식 된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것 같아 피눈물이 난다. 해당 재활센터는 사과 한 번 없이 여전히 운영을 하고 있다. 우리 가족이 억울한 것도 있지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며 “노인복지시설의 노인 학대는 종종 그리고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나라에서 관심을 갖고 예방책을 마련해주면 좋겠다. 자랑스러운 부모님이 기본권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해자 B 씨의 정강이에 10cm 넘는 찰과상이, 왼쪽 허벅지와 엉덩이 부근에 시퍼런 멍이 있다. A 재활센터 요양보호사들은 B 씨를 앞에 두고 “쥐어 터졌더니 조금 사람이 돼서 왔네”, “(맞으니까) 조금 순해지기는 한 거 같은데.” 등의 말을 했다. 사진=아들 C 씨 제공
반복되는 노인 학대 사건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으론 이를 처벌하거나 재발을 방지하기가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노인 학대는 1만 6071건이 발생했다. 전년과 비교해 589건 증가한 수치다. 특히 재학대 건수는 2017년 359건, 2018년 488건, 2019년 500건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학대 유형을 봤을 땐 정서적 학대가 3465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신체적 학대 3138건, 방임 741건, 경제적 학대 426건, 성적 학대 218건 등이 있었다.
현행 ‘노인복지법’엔 학대 행위자를 엄중 처벌할 근거가 미미하다. 각 지자체장은 노인복지법 43조에 따라 노인 학대가 일어난 노인복지시설 영업 정지나 폐지를 명령할 수 있는데, 영업 정지 명령은 1개월 범위에서 그친다. 노인복지시설 설치의 근거가 되는 또 다른 법인 ‘노인장기요양보험법’도 마찬가지다. 노인 학대가 발생해도 해당 기관은 지정 취소나 최대 영업 정지 6개월에 그친다.
또한 노인 학대가 인지된 시점에서 해당 노인복지시설의 영업을 즉각 임시 중단시킬 수 있는 법 조항이 없을뿐더러 노인복지법과 노인장기요양법 둘 다 학대 행위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법 조항은 아예 없다. 최근 국회에 올라온 ‘노인복지법 일부개정안’에선 과태료 부과 조항이 신설됐지만 이마저도 300만 원 이하 과태료에 그친다.
게다가 현행 노인복지법은 가정폭력방지법과 달리 학대 행위자에 대한 고발 등의 법률적 사항에 필요한 지원 및 협조를 제공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없고, 노인전문기관이 재발 방지를 위해 실시하는 가정방문·시설방문·전화상담 등을 거부하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 없다. 학대 행위자에 대한 상담과 교육 역시 의무가 아니라 권고다.
성남시는 최근 A 재활센터에 6개월 영업 정지 명령을 했다. 다만 전원 기간이라고 해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사람들이 다른 곳에 이동할 동안 유예 기간을 둬 영업 정지 효력은 2021년 1월 1일부터 발생한다. 하지만 A 재활센터는 성남시 처분에 반발해 경기도에 업무 정지 처분 무효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경기도에 행정심판을 제기해 둔 상태다. 아마 행정심판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A 재활센터는 법정 소송으로 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요신문은 A 재활센터를 여러 차례 방문하고 전화했지만 공식 입장은 들을 수 없었다. 다만 기자가 A 재활센터를 방문했을 때 만난 한 직원은 “폭행 당사자는 그 일이 있고 난 뒤에 그만뒀다. 그 외에 다른 폭행 사실을 보거나 들은 적 없다”고 말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