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도 쇼핑몰 월 매출이 3억 원이라고 밝힌 얼짱스타 홍영기 씨가 고액 상습체납자 명단에 올랐다. 사진=tvN ‘현장토크쇼 택시’ 캡처
억대 세금은 과거 쇼핑몰 모델료와 뿌앤뿌라는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나온 매출과 수익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으면서 부과됐던 것으로 보인다. 10일 홍 씨는 일요신문이 고액 상습 체납에 대한 해명을 요청하고 몇 시간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해명글을 게시했다.
홍 씨는 해명글에 “너무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하다 보니 예쁜 옷을 사고 판매한다는 것만 인지하고 세무라는 것에 대해 무지했다”면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의류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전문적인 세무사를 고용해서 쓰지 않고, 어머니의 지인분에게 개인적으로 세무를 부탁드렸다가 매출 누락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과거 누락은 무지함에 의한 실수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이후 홍 씨의 행보는 적극적으로 세금을 피하려는 모습으로 보인다. 2015년부터 홍 씨는 자신이 운영한다고 밝힌 어떤 법인에서도 자신 명의를 사용하지 않았다. 세금 체납으로 자신 명의의 통장 거래가 힘들어지자 홍 씨는 자신과 연관 회사들에 가족이나 지인의 명의를 사용한 듯했다.
먼저 홍 씨가 운영한다고 알려진 의류 쇼핑몰 ‘온 더 플로우’ 대표는 홍 씨 친구이자 직원인 유 아무개 씨였다. 2018년 8월 31일 홍 씨는 과거 종합소득세 등을 포함해 세금 납기를 맞게 됐다. 세금 납기 10일 뒤인 9월 10일 부로 온 더 플로우는 폐업한다. 이후 약 4개월 뒤인 지난해 1월 유 씨 명의로 온 더 플로우를 재개업한다. 유 씨 본업은 네일아트 가게 사장으로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온 더 플로우와 같은 주소를 쓰는 회사 중에는 홍 씨 가족이나 주변 지인 명의로 된 곳들이 더 있었다. 먼저 한국인 틱톡커 가운데 최다인 780만 팔로어를 보유한 ‘옐언니’가 운영하는 의류 쇼핑몰 옐럽의 대표는 홍영기 씨 동생 홍 아무개 씨였다. 하지만 이 쇼핑몰은 동생이 아닌 홍영기 씨 본인이 옐언니와 협업한 쇼핑몰로 전해진다. 홍 씨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동생 명의를 사용했다고 보이는 부분이다.
또한 MCN(유튜버나 BJ를 관리하는 기획사) 회사인 에이리치 엔터테인먼트도 채용 공고에 옐럽과 동일한 주소지를 적어뒀다. 에이리치 엔터테인먼트는 홍영기의 어머니가 대표자로 등록돼 있었다. 사실상 홍 씨가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차명 회사를 운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교롭게도 지난 12월 6일 국세청 고액 상습체납자 명단에 오른 다음 날인 12월 7일 온 더 플로우는 대표가 유 씨에서 이진호 씨로 변경됐다. 이 씨는 홍 씨가 운영하는 화장품 회사 대표다. 홍 씨는 고액 상습체납자 명단이 발표되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 친구를 통해 차명 거래했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어 회사 대표로 명의를 변경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홍영기 씨가 2015년 종합소득세 등 총 6건으로 인해 4억 2600만 원 체납됐다고 드러났다. 사진=국세청 홈페이지 캡처
과거 홍영기 씨는 화장품 회사 관련 차명 의혹이 돌았을 때도 회사를 통해 판매한 양만큼 수익을 정산받는다고 밝혔다. 그런데 홍 씨는 세금 체납으로 자신 명의의 통장 거래가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홍 씨가 차명으로 수익금을 정산받았다면 금융실명제 위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영기 씨는 해명글 말미에 “2018년 12월부터 현재까지 매월 500만 원씩 원금과 이자를 납부하고 있다. 현재는 4억 3000만 원 정도가 남은 상황인데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고 월세로 옮겨서 4억 원 정도를 일시 상환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현재 남아있는 세금을 8개월 안에 꼭 완납할 것을, 그리고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홍 씨는 “카드 결제, 현금영수증을 통해 자동으로 국세청에 신고되는 매출이 아닌 현금 매출 등에 대해 직접 국세청에 신고를 하지 않아 발생했다”며 “제때 신고하면 매출액의 18~40% 정도가 세금으로 부과되지만, 누락되면 매출액 전체가 세금으로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홍 씨가 밝힌 장문의 해명을 접한 세무사들은 현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는 입장이다. 한 세무사는 “5억 원 매출에 5억 원 과세는 말이 안된다. 일반적으로 자영업자는 과태료 처분까지는 받지 않는다”며 “세무당국이 최소 10억 원 이상 매출 누락이 발생했다고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체납자 명단공개 관련해서도 박성진 택스스퀘어 세무사는 홍 씨 해명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박 세무사는 “국세청은 명단공개 6개월 전 체납자에게 명단공개에 대한 안내문을 발송하고 납부를 독려하여 납부 의지가 있는 자들에 대해서는 가급적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보호하려는 제도를 두고 있다”면서 “명단공개는 국세청에서 봤을 때 체납액에 대한 납부의지가 없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소위 ‘배째라’ 식으로 체납액을 납부하지 않는 자들에 대한 처분으로 볼 수 있다. 홍 씨가 정말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려는 의지가 있었다면, 명단 공개 대상에서 제외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홍 씨의 한 지인은 그동안 홍 씨가 세금을 갚지 않고 다른 사람 명의를 활용한 이유가 따로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홍 씨가 세금이 부과된 뒤 국세징수 소멸시효인 5년이 지나면 세금이 사라지는 것을 알고 5년을 버티려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세무업계에서는 실제로 세무당국에서 소멸시효 내에 독촉 등 징수를 위한 조치가 없어 부과된 세금이 소멸되는 건 흔한 일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홍 씨의 경우 국세청에서 고액 상습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등 징수를 위한 조치를 했기 때문에 이제 소멸 대상이 아니다.
일요신문은 10일 홍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해 고액 상습 체납에 대한 해명을 요청했다. 다음 날 답변을 주겠다고 밝힌 홍 씨는 몇 시간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해명글을 게시한 뒤 일요신문의 연락에 응하지 않고 있다.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문의라며 계속 연락을 취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