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에서 처음 공개된 박수홍의 반려묘 다홍이. 오른쪽은 다홍이의 현재 모습. 사진=다홍이 인스타그램
최근 스타덤에 오른 ‘묘생역전’ 고양이 중 하나로 박수홍의 ‘다홍이’가 꼽힌다.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미우새)’를 통해 첫선을 보인 다홍이는 집사(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와 고양이 모두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꿨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지난 9월 첫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한 다홍이의 팔로어는 1만 1000여 명. 집사인 박수홍의 팔로어(5만 명)를 열심히 뒤쫓고 있다. 박수홍은 본인의 SNS를 자주 관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다홍이의 계정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진을 올리면서 열심히 관리하고 있다. 특히 사진을 올릴 때마다 “오늘도 귀여운 박다홍” “예나 지금이나 똥글똥글 귀엽죠” “참으로 잘생겼구나. 마치 거울을 보는 듯해” 같은 친근한 멘트로 대중으로부터 “박수홍에게 이런 모습이 있을 줄 몰랐다”는 놀라움을 주기도 한다.
이미 두 마리의 성묘를 키우고 있던 배우 이엘은 부산 촬영을 갔다가 들른 송정의 한 유기동물보호센터에서 아기 고양이 구아바를 만났다. 사진=이엘 인스타그램
박수홍과 다홍이의 ‘묘연’은 또 다른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지면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 다홍이를 좋아하는 팬들을 위해 계획됐던 2021년 다홍이 달력이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자, 1000부를 제작해 판매금액을 모두 기부하기로 결정한 것. 이 달력은 사흘 만에 완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부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박수홍은 “아픈 동물들을 치료해주고, 거짓 없이 사랑으로 봉사해주시는 분들 혹은 단체를 아신다면 알려 주세요. 얼른 찾아가서 도움 드리고 싶어요”라며 다홍이와 같은 유기동물을 위한 기부를 진행할 의향을 밝혔다.
강렬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를 지닌 배우 이엘의 고양이 사랑은 유명하다. ‘망고’와 ‘탱고’라는 이름의 성묘 두 마리를 키우며 고양이들만의 특별한 해시태그까지 갖추고 있는 이엘은 지난 4월 부산 촬영을 나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셋째 ‘구아바’를 들이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아바와 관련한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는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라는 해시태그가 함께 달렸다.
이엘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이엘저엘’에서 “부산에서 촬영을 마치고 들렸던 송정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이렇게 귀여운 밤송이를 만나서 함께 집에 오게 됐다”며 “망고와 탱고는 9개월이 넘어서 만났기 때문에 2개월짜리 아기 고양이를 키우는 모든 순간이 다 신기하고 예쁘고 기특하기만 했다”며 눈길을 끌었다.
배우 이동휘도 최근 집사 대열에 낀 연예인 중 한 명이다. 그 역시 지난 8월께 새끼 길고양이 ‘갈로’를 입양해 고양이 사진으로 인스타그램을 채우고 있다. 집사가 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 이야기를 구구절절 밝히진 않았지만 “올해 제일 잘한 일은 너를 지나치지 않은 일이다” “오래 살아라, 오래 털 날려라”는 짧은 글귀만으로 많은 집사들을 울렸다.
지난 8월께 새끼 길고양이 ‘갈로’를 입양한 배우 이동휘도 고양이 사진으로 인스타그램을 채우고 있다. 사진=이동휘 인스타그램
걸그룹 오마이걸의 승희는 팬들 사이에서 “고양이 계정에 집사가 세 들어 사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고양이 중심의 인스타그램을 꾸리고 있다. 지난 10월 10일 인스타그램을 개설하면서 처음으로 올린 사진도 그가 최근 입양한 고양이 ‘마샹’의 사진이다. 이 고양이는 같은 소속사 식구이자 동물 보호의 아이콘으로 유명한 보이그룹 온앤오프의 멤버 MK가 임시보호하던 것을 승희가 입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마이걸의 또 다른 멤버 미미도 같은 방식으로 아기 고양이 ‘미옹이’를 입양해 집사의 삶을 살고 있다.
한 연예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유기동물을 입양해 잘 키운다는 게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대중이 이런 모습을 보고 약간 대리만족을 느끼시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전에도 유기견을 직접 입양하거나 유기동물센터에 가서 봉사하는 연예인이 많았지만 그 당시 대중은 단순히 ‘좋은 일 하네’ 정도로만 생각하시고 딱히 마음에 와 닿아 하진 않았던 것 같다”며 “그런데 요즘은 SNS를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유기동물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보니 좀 더 현실감 있게 바라볼 수 있어 그런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연예인들의 이 같은 모습에 “이미지 쇄신용 마케팅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앞의 관계자는 “지금도 유기동물보호센터에 종종 봉사활동을 가고, 주기적으로 기부하는 연예인이 생각보다 많다. 다만 혹시라도 센터에 폐가 될까봐 공개를 안 하는 것일 뿐”이라며 “만일 정말 1만분의 1의 확률로 마케팅이더라도 그걸 통해서 유기동물 입양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면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좋은 게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