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보호관찰소에서 나온 조두순이 뒷짐을 지고 인사를 하고 있다. 피해자에게 사과할 마음이 있느냐는 물음에 대답은 하지 않았다. 사진=임준선 기자
#“사형시켜라, 자살해라” 성난 시민들의 분노
일요신문 취재팀이 남부교도소를 찾은 건 12월 11일 저녁 11시쯤이었다. 검은 마스크, 검은 모자에 검은 패딩을 입은 남자가 차 창문을 두드렸다. 조수석에 탔던 유튜브 채널 일요신문U 소속 PD가 깜짝 놀랄 정도로 갑작스러웠다. “조두순 때문에 오셨어요? 주차는 저쪽으로 가셔서 하면 돼요.” 창문을 내리자 검은 마스크의 남자는 웃으며 안내했다. 동지를 만난 듯 반가운 미소였다.
11일 오후 8시부터 사람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30~40명이 모인 남부교도소 앞은 시끌벅적했다. 사람들은 햄버거, 라면, 커피 등을 나눠 먹었고 천막을 치고 안에 난로를 놨다. 방송 차량을 가져온 유튜버는 색소폰을 연주하고 노래를 불렀다. 그야말로 한 사람을 응징하기 위한 난장이었다.
서울남부교도소 앞, 경찰들이 조두순을 위해 길을 터자 이에 항의하던 시민들이 길바닥에 드러누워 경찰과 대치했다. 사진=박현광 기자
“조두순을 사형시켜라!”, “조두순을 거세하라!” 노래와 춤 사이에 격한 구호가 울려 퍼졌다. 욕설이 난무했다. 이에 경악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조두순이 8세 아이에게 한 짓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한 행인의 얘기가 들려왔다. 12월 12일 새벽 2시, 영상 5℃였지만 손발이 얼 정도로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누구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새벽 4시,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법무부가 공지한 조두순 출소 시간은 오전 6시쯤이었다. 언론사 취재진과 유튜버, 동네 주민들로 보이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새벽 4시 30분쯤 긴장감이 고조됐다. 형광색 겨울용 점퍼를 입은 의경들이 순식간에 인간 벽을 만들었다. 홍해 가르듯 사람들을 도로의 양쪽 인도로 밀어냈다. 조두순이 나갈 길을 터는 것이었다. 그리곤 철제 펜스가 1.5톤 트럭에 실려 왔다. 남부교도소 정문에서 난 500m가량 길에 펜스가 쳐졌다. 펜스 사이엔 찻길이 만들어졌다. 이에 흥분한 시민들은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펜스와 펜스 사이의 차가 지나갈 공간에 드러누워 대치하기도 했다.
5시 58분쯤 조두순은 모습을 보였다. 앞서 조두순은 교도소에서 전자발찌를 찼다. 교도소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올라탔다. 조두순이 탄 차량은 앞에 한 대, 뒤에 두 대의 차량 호위를 받았다. 한참을 뜸들인 뒤인 오전 6시 45분쯤 교도소 정문이 열렸다. 차량이 나오자 사방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시민들은 조두순이 탄 차량에 달라붙었다. 계란을 던지기도 했다.
#뉘우치느냐는 질문에 묵묵부답
성난 시민들은 그를 편히 보내지 않았다. 한 오토바이가 조두순이 탄 차의 앞을 막아 세우면, 다른 차들이 옆과 뒤에 섰다. 주먹질과 발길질이 계속됐다. 조두순은 카니발 뒤 좌석 오른쪽에 앉아 있었다. 그는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결국 차량 곳곳의 창문 유리는 파손됐고, 문짝은 움푹 들어갔다. 경찰은 매 신호마다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이에 당황한 경찰은 10분여 동안 차를 세우고 대책 회의를 했다. 결국 10여 대 경찰차가 추가로 조두순 후송을 도왔다.
법무부 관용차에서 내려 안산 보호관찰소로 들어가는 조두순. 옷깃을 여미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사진=임준선 기자
화가 풀리지 않은 시민들이 추격을 멈추지 않자 급기야 경찰은 도로에 연막탄을 터트렸다. 그 틈을 타 조두순이 탄 차량은 원래 경로였던 지하차도 아랫길이 아닌 옆길로 빠졌다. 영화를 방불케 한 도심 추격전이었다. 조두순은 차 안에서 보호감찰관에게 “이 정도로 사람이 많이 모일 줄 몰랐다. 천인공노할 죄를 졌다. 반성하며 살겠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조두순은 우여곡절 끝에 오전 7시 48분쯤 안산 보호관찰소에 도착했다. 보호관찰소 앞은 이미 경찰 200여 명이 성난 시민들과 조두순의 충돌을 막기 위해 대비하고 있었다. 전자장치부착법에 따르면 피부착자는 출소한 날부터 10일 안에만 관할 보호관찰소에 출석해 신상정보를 신고하면 된다. 하지만 조두순은 당일 보호관찰소에 들르길 희망했다.
보호관찰소 바로 앞 공터의 출입은 기자에게만 허락됐다. 조두순은 법무부 관용차에서 내려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취재기자와 사진기자 앞을 유유히 지나 보호관찰소로 들어갔다. 옷깃을 여미는 등의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희끗한 머리에 모자를 푹 눌러 쓰고 흰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163cm 키에, 70kg 몸무게로 땅딸막한 모습이었지만 발걸음에 힘이 느껴졌다.
조두순은 오전 8시 40분께 보호관찰소를 나와 다시금 취재진 앞에 섰다. 여유 있게 뒷짐을 지고 턱을 치켜세웠다. “진정 뉘우치고 있느냐”는 질문에 조두순은 질문한 기자 쪽으로 몸을 획 틀더니 90도로 인사를 했다. 팔짱을 낀 채였다. “피해자에게 사과할 마음 있느냐”는 질문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인사를 하고 차에 올라탔다. 묵묵부답이었다.
집으로 귀가 하는 조두순이 경찰이나 마을 주민 등 수많은 인파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조두순은 다시 법무부 관용차를 타고 보호관찰소와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그는 자신의 집 빌라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곧바로 경찰이 두 겹으로 인간 벽을 만들어 현관문을 봉쇄했다. 성난 시민들과 마을 주민들은 그가 들어간 현관에 대고 “당장 이 동네를 떠나라”고 외치며 한동안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조두순은 향후 7년간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전담 보호감찰관의 24시간 일대일 밀착감시를 받게 된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