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추미애 장관이 지나치게 의욕적으로 윤석열 총장 징계를 추진하자, 대검 2인자인 조남관 차장이 달라졌다. 추미애 장관을 ‘손절했다’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로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징계에 관련해 사실상 윤석열 총장 편에 섰다. “징계는 과하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낸 것은 물론, 윤석열 총장 비위를 확인하려는 대검 감찰부와 불편한 설전을 주고받았다는 얘기도 검찰 안에서 돌고 있다. 법무부 징계위에서 윤석열 총장이 중징계(정직 2개월)를 받으면서 대검찰청은 다시 조남관 차장의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굴러가게 됐다. 그만큼 그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법무부 징계위에서 윤석열 총장이 중징계(정직 2개월)를 받으면서 대검찰청은 다시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의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굴러가게 됐다. 사진=이종현 기자
#문재인 정권 초부터 승승장구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청와대 안팎에서는 “조남관 검사를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았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는 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그는 정권이 바뀌면서 영전하기 시작했다. 곧바로 국정원 감찰실장에 임명됐는데, 국정원의 내부 조직 감찰과 직원 징계, 공직기강 확립 등을 총괄하는 자리로 국정원 ‘빅5’ 요직 가운데 하나다. 국정원 개혁의 사명을 가지고 검찰에서 파견을 간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해인 2018년에는 동기들 가운데 처음으로 검사장에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조남관 검사장의 커리어를 봤을 때 충분히 예상 가능한 흐름이었다. 전북 전주 출신인 조 실장은 전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95년 부산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2008년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을 역임했다. 노무현 정부 때의 청와대 근무자를 선호하는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조남관 검사를 1급에 해당하는 국정원 감찰실장으로 임명해 국정원 개혁을 주도했다. 그 후 검사장으로 승진했고, 대검 과학수사부장과 서울동부지검장을 지냈다. 지난 1월부터 8월까지는, 법무부 검찰국장이라는 요직을 맡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8월,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임명됐다. 통상적으로는 대검 차장이 법무부 검찰국장에 비해 존재감이 약한 자리로 분류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대검찰청 내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을 모두 내보낸 뒤 ‘견제’하기 위한 인사를 앉힌 것이기 때문이다.
#조남관의 변심?
그랬던 조남관 차장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대검에 온 뒤 시작된 추미애 장관의 윤석열 총장 직무배제 처분 및 징계 추진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 그 시작이었다.
11월 30일, 당시 검찰총장 권한대행 신분이었던 조남관 차장검사는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검찰개혁 대의를 위해 한 발만 물러나 달라”고 공식적으로 글을 올렸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장관님께”라는 문장으로 운을 띄운 그는 “총장의 임기가 보장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이 무너진다면 검찰개혁의 꿈은 무산되고, 오히려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만드는 중대한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조치가 그대로 진행되면 검찰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기는커녕 오히려 적대시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온 검찰개혁이 추동력을 상실한 채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어버린다”고 덧붙였다.
조 차장검사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장관님이 그토록 열망하는 검찰개혁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장관님의 이번 처분을 철회하는 결단을 내려주실 것을 간곡히 앙망한다”고 글을 끝맺었는데 이때부터 검찰 안팎에서는 조남관 차장이 달라졌다는 평이 나왔다.
한 현직 검사는 “윤석열 총장 측근을 내치는 인사를 검찰국장으로 처분하고 온 뒤 이제 와서 추미애 장관에 반하는 글을 공개적으로 올렸을 땐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일부 추미애 라인들은 여전히 아무 입장도 내지 않고 있는 것과 달리 유일하게 ‘반기’를 든 게 조남관 차장검사”라고 설명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측 인사로 분류됐던 조남관 대검 차장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윤석열 총장 직무 배제 처분 및 징계 추진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 사진은 대검찰청 국정감사 당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 사진=이종현 기자
#대검 감찰부와도 갈등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때 임명된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윤석열 총장 비위를 찾는 과정에서 조남관 차장검사는 그 과정을 지적했다. 대검 감찰부는 윤석열 총장의 직무배제 기간 또 다른 판사 사찰 문건을 찾겠다며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압수수색했는데, 이 과정이 위법했다는 논란에 대해 전격 조사를 지시한 것이다. 또한 대검 감찰부 관련 진정 사건을 대검 인권정책관실에 배당했고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남관 차장검사는 검찰총장 대행 자격으로 해당 사건을 서울고검에 재배당했고, 이와 별개로 인권정책관실이 파악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서울고검에 재배당해 공식 수사를 진행토록 했다. 대검 감찰부가 윤 총장을 겨누기 위해 움직인 것을 ‘서울고검’으로 옮겨버린 것이다. 추미애 장관의 법무부가 대검의 이 같은 재배당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명할 정도였다. 특히 대검 감찰부가 맡던 사건을 맡게 된 서울고검은 채널A와의 검언유착 사건 당시 한동훈 검사장을 압수수색하던 과정에서 몸으로 제압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검사)를 기소하는 등 법무부 논리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평을 받았던 곳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추미애 장관 라인으로 평가되는 검사들과 불편한 얘기들도 오갔다는 후문이다. 직무배제 당시 잇따라 윤석열 총장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리자, 대검찰청 아침 회의 때 추미애 장관 라인으로 분류되는 검사장이 조남관 차장검사에게 “차장님도 수사, 감찰 대상이다”라고 발언했고, 이에 조 차장검사는 “본인이 맡은 일이나 제대로 하라”고 반박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이를 두고 한 검찰 관계자는 “조남관 차장검사가 정치적으로 승승장구했지만, 뼛속은 결국 검사인 것 아니겠느냐”며 “대검 2인자인 차장검사에 앉힌 것은 윤석열 총장 견제를 위해서였지만, 무리한 징계 등을 추진되다 보니 조남관 차장이 납득하기 힘들었고 결국 추미애 장관 노선에서 스스로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윤석열 총장과는 분명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대전지검에서 수사 중인 원전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및 증거인멸 사건에 관해서는 소극적이다. 윤 총장 직무배제로 검찰총장을 대행할 당시 원전 사건 등에 대해서는 ‘구속영장 청구’ 결정을 계속 미루며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
12월 16일 새벽 법무부 징계위가 윤 총장의 중징계(정직 2개월)를 결정하면서 또 다시 조남관 직무대행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심스레 추미애 장관을 손절한 조남관 차장에 대한 추가 인사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완벽한 ‘추미애 장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원전 수사를 맡고 있는 대전지검 원포인트 인사 때 함께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법무부에서는 윤석열 총장을 정직 이상의 중징계로 업무를 할 수 없게 한 뒤 대전지검 수사팀을 좌천시켜 ‘손봐주기’를 분명히 할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다”며 “추 장관이 내 편이라고 믿었던 조남관 차장검사를 그대로 대검에 남겨둘 것인지도 관심이 가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