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친박신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대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는 홍문종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어 투표독려 전화·문자 및 현수막·신문·온라인·방송광고, 로고송, 유니폼 등을 포괄적으로 대행하는 계약도 맺었다. 계약에 따르면 친박신당은 대금 또는 건별 광고가 진행된 즉시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친박신당의 선거자금 조달 문제 등으로 이 계약은 온라인 선거와 영상·음성광고 제작 일부만 진행한 채 끝이 났다. 그럼에도 이미 추진한 온라인 광고계약에 따른 총액 3억 원 중 1억 9000만 원, TV·라디오 홍보물 제작비 9680만 원 등의 미지급금이 남았다.
두 계약에 따라 친박신당이 총선 이후 A 사에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총 10억여 원이었다. A 사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친박신당이 지지율 문제로 선거비용 보전이 어렵다고 보고, 홍문종 대표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했다. 홍문종 대표도 이에 응해 친박신당이 부담하는 대금채무를 연대보증을 했다.
친박신당은 4월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한 후보 4명이 모두 낙선하고, 비례대표 득표율은 0.51%에 그쳤다. 원외정당으로 전락했고, 선거비용 역시 보전 받지 못했다. A 사에 따르면 친박신당과 홍문종 대표 측은 10억여 원 지급 요청에 일체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A 사는 계약한 시점을 넘겨서도 돈을 받지 못했다.
이에 A 사는 8월 서울남부지법에 용역비 지급명령 청구를 제기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친박신당과 홍문종 대표에게 청구금액과 독촉절차비용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홍문종 대표와 친박신당이 각각 재판부에 이의를 제기, 사건은 정식 민사소송에 들어가게 됐다.
친박신당이 4월 총선과 관련해 계약한 돈을 주지 않아 소송에 들어간 회사는 A 사뿐만이 아니었다. 친박신당은 3월 전화홍보업체 B 사와 2억 8000만여 원 규모의 ‘친박신당 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독려 운영 및 시스템 구축’ 계약을 체결했다. 홍문종 대표의 투표독려 육성을 유선·무선전화 각각 120만 도수씩 4회에 걸쳐 송출하는 내용이었다.
B 사는 계약 당일 계약금 3000만 원을 받았고, 나머지 잔금은 5월 31일까지 지급 받기로 했다. 하지만 친박신당은 지급시한을 넘겨서도 돈을 주지 않았다. 이에 B 사 역시 7월 서울중앙지법에 용역비 지급명령 청구를 제기해 재판부에 받아들여졌지만, 친박신당과 홍문종 대표가 이의신청을 해 정식 재판으로 넘어간 상태다.
홍보대행사를 운영하는 C 씨는 3월 친박신당과 캠핑카와 버스 2대에 대해 3월 20일부터 4월 14일까지 차량 임대차계약을 체결했지만, 임차대금 3100만여 원 중 계약금 510만여 원만 받고 나머지 금액을 받지 못했다. C 씨도 대전지법으로부터 지급명령이 받아들여졌지만, 친박신당과 홍 대표가 이의신청을 하면서 정식 민사소송을 벌이게 됐다.
A 사가 서울남부지법에 제기한 친박신당과 홍문종 대표에 대한 지급명령신청서. 사진=A 사 제공
친박신당에 돈을 받지 못한 한 업체 관계자는 “친박신당 측에서는 ‘견적서가 안 왔다’ 등의 말을 하며 지급에 응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계약서까지 작성했는데, 견적서도 없이 일이 진행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입증이 안 됐다면 법원이 업체의 지급명령을 받아들여줬겠느냐”며 “홍문종 대표는 사학재단을 보유한 자산가다. 계약 당시에 연대보증에 응해놓고 이제 와서 돈을 못 준다고 모른 체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지급명령을 요청했는데, 이에 대해 정식재판을 제기한 것 자체가 중진 의원으로서 도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홍문종 대표는 부친 홍우준 전 의원이 설립한 학교법인 경민학원의 이사장을 지냈다. 하지만 사학비리가 불거지면서 2018년 2월 이사장에서 사퇴했다.
개인 재산도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국회공보에 공개된 20대 국회의원 2020년 정기재산변동신고 목록에 따르면 홍문종 대표는 경기 의정부와 포천시 일대에 7억 9590만여 원 수준의 본인 명의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홍 대표가 보유한 문화·집회시설, 오피스텔, 사무실 등 건물도 118억 8410만여 원이라고 신고했다. 예금 역시 6억 5980만여 원, 채권 18억 7500만 원도 기록돼있다.
일요신문은 홍문종 대표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친박신당 측은 지급명령 및 민사소송건에 대해 “확인해 보겠다”고만 밝힌 후 따로 입장을 표하지 않았다.
한편 홍문종 대표는 오는 12월 22일 75억 원대 배임 및 횡령 혐의에 대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홍 대표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 및 위원장으로 재직하던 2013~2015년 IT기업 관련자 등으로부터 관계 부처 로비 등 소관 업무 관련 청탁 대가로 모두 82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어 경민학원 이사장 또는 경민대학교 총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2~2013년 교비 24억 원을 지출한 뒤 다시 돌려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방식 등으로 약 75억 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도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1월 9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홍 대표에 대해 총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이어 벌금 1억 6600만 원과 8000만여 원의 추징금도 함께 재판부에 요청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