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의 아들, 그리고 박남정의 딸
2008년 세상을 떠난 최진실은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힘든 가정 형편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톱스타로 거듭난 그의 이야기는 한국판 신데렐라 스토리였다. 최진실의 연애과 결혼, 출산 과정까지 일거수일투족이 보도되며 그의 아들인 최환희 군의 생애는 대중의 주목 속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어느덧 올해 스무 살이 된 그가 엄마의 뒤를 이어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어느덧 올해 스무 살이 된 최환희가 활동명 지플랫(Z.flat)인 힙합 가수로, 엄마 최진실의 뒤를 이어 연예계에 데뷔했다. 사진=최환희 인스타그램
여기에는 또 하나의 뜻이 담겨 있다. 최환희라는 이름은 최진실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지플랫은 낯설다. 최환희로 활동하면 결국 엄마의 후광을 입게 된다는 의미다. 새로운 활동명을 내세운 것은 그 꼬리표로부터 멀어지겠다는 일종의 선언인 셈.
최환희와 동갑내기인 시은은 그보다 일주일 정도 먼저 가요계에 입문했다. 걸그룹 스테이씨의 일원이다. 시은은 ‘한국의 마이클 잭슨’이라 불린 가수 박남정의 딸이다.
시은의 연예 활동은 보다 일찍 시작됐다. 아홉 살 때 아빠와 함께 SBS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에 출연했고, 그 외에도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비쳤다. 아역 배우로도 활동했다. 그런 그가 스테이씨를 통해 걸그룹으로 데뷔한다고 했을 때 당연히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물론 소속사는 스테이씨를 알리며 시은이 박남정의 딸이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았다. 아빠의 유명세에 기댄다는 이미지는 결코 시은과 그룹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의 관심사는 연예인의 사생활로 쏠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런 부분이 부각됐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유명 인사의 자녀라는 사실은 양날의 칼과 같다. 유명세를 얻을 수는 있지만 실력보다는 후광에 기댄다는 부정적 반응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숨길 수는 없어 어쩔 수 없이 안고 가야 하는 숙제”라고 말했다.
#인기도 대물림이 되나?
연예인 2세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하다. 유명한 부모 덕에 남들보다 쉬운 길을 간다는 날 선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편견 때문에 대중은 연예인 2세를 평가할 때 더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는 경향이 있다. “실력으로 평가받으라”는 의미다. 그런 면에서 시은의 파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스테이씨에서 메인보컬을 맡고 있다. 그룹 내에서 가장 많은 가창 파트를 소화해야 하는 위치다. ‘아빠의 유명세에 기대 그룹의 이름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그에게 주어지지 않았을 역할이다. 결국 시은이 가창력과 실력을 바탕으로 스테이씨에 입성했다는 증거다. 최환희 역시 자작곡으로 승부를 걸었다. 오랜 준비 기간과 깊이 있는 고민 끝에 데뷔를 결심하게 됐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걸그룹 스테이씨의 멤버 시은은 ‘한국의 마이클 잭슨’이라 불린 가수 박남정의 딸이다. 사진=스테이씨 인스타그램
2016년 방송인 김구라의 아들인 힙합 가수 그리(본명 김동현)는 인하대학교 연극영화과 수시 전형에 합격한 데 이어 ‘2016 한류힙합문화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자 ‘금수저’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김구라는 자신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인 ‘아빠본색’에서 “오늘은 부모로서 되게 기쁜 날인데, 다른 때에 비해 조심스러웠다. 동현이가 아빠 때문에 수월하게 방송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부분을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순 없지만 노력한 사람들 입장에서 봤을 때는 시선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논란이다. 이를 극복하는 길은 스스로 실력과 인기를 쌓아 팬덤을 구축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 인기를 쌓는 것까지 부모가 도와줄 순 없다. ‘OOO의 자녀’라는 수식어는 오히려 반감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를 이어 연예인이 된 경우, 부모나 자녀 중 누군가 구설에 올랐을 때 그로 인한 비난을 함께 받아야 한다. 이는 현대판 연좌제라 할 만하다. 어떤 경우에도 연좌제는 성립될 수 없지만,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연예인에게는 가족의 실수조차 자신의 잘못으로 전가될 수 있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인기를 얻기 전 하정우에게 ‘김용건의 아들’은 꼬리표였지만, 지금은 하정우의 자랑스러운 이름표가 됐다. 마찬가지로 김용건에게도 ‘하정우의 아빠’라는 타이틀이 뿌듯한 이름표가 됐다”며 “결국 연예인 2세가 이런 수식어를 떼어내는 방법은 스스로 성공가도에 오르는 것뿐”이라고 충고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