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가 ‘사설 코치의 선수 폭행 방치’, ‘학부모 선거 동원’ 의혹을 받고 있는 손세원 빙상단 감독과 재계약하기로 결정했다. 윤승남 코치가 성남탄천빙상장 안에서 성남시청 소속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손세원 성남시청 빙상팀 감독은 빙상장 밖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보자 제공
성남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12월 14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아직 인사위원회가 열리진 않았지만 손세원 감독과 재계약을 내부적으로 확정했다”며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서는 시에서 징계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전했다.
일요신문은 지난 10월 16일 손세원 감독이 2018년 6월 지방선거 당시 은수미 성남시장 후보를 조직적으로 도운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 손세원 감독은 강사들과 선수 학부모들에게 은수미 후보의 정당인 더불어민주당 당원 가입을 강권하거나, 선거 사무실 개소식 참석을 압박했다(관련기사 [단독] 성남시청 빙상단 감독, 지방선거 ‘은수미 지지’ 학부모 동원 의혹). 손 감독에게 자식을 맡긴 부모들은 당시 은수미 후보의 선거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했고, 더불어민주당 당원 가입을 하기도 했다.
손세원 성남시청 빙상단 감독이 2018년 6월 지방선거 당시 빙상 강사나 선수 학부모를 당원으로 가입시키거나 선거 개소식에 참석 시키는 등 은수미 당시 성남시장 후보를 조직적으로 도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은수미 당시 후보는 2018년 5월 1일 자신의 트위터에 “저희 캠프 사무실도 빙상인들의 열기로 뜨거워졌다. 빙상인들의 생각을 함께 나누고 저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혀주셨다”고 올렸다. 사진=은수미 시장 트위터 캡처
공교롭게도 은수미 시장이 2018년 7월 1일 성남시장에 취임하고 한 달이 조금 더 지난 시점인 8월 22일 ‘성남시청 직장운동부 설치 및 운영 조례 시행규칙’(직장운동부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직장운동부 감독의 정년이 삭제됐다. 당시 직장운동부 감독의 정년은 만 60세고, 손세원 감독의 나이는 만 59세 7개월이었다. 만 61세가 넘은 손 감독이 지금까지 감독직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당시 성남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은수미 시장 당선 이전부터 논의되던 개정안”이라고 해명했다.
성남시 빙상단엔 일반부 선수를 가르칠 자격이 없는 ‘사설 코치’가 성남시 일반부 선수들을 지도하며 폭언·폭행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관련기사 [단독] 성남탄천빙상장 ‘사설 코치’ 월권 논란…폭행·폭언 의혹까지). 관련 내용이 담긴 익명의 민원이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에 8월 7일 접수됐다. 결국 손세원 감독과 사설 코치인 윤승남 코치는 10월 1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섰다.
당시 손세원 감독은 윤 코치의 선수 폭언·폭행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 의원은 국감장에서 윤승남 코치가 한 선수에게 폭언과 폭행하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 내용을 들은 손 감독은 “윤 코치와 해당 선수는 어릴 때부터 사제지간이고 윤 선생이 해당 선수를 많이 아끼고 사랑해서 보조 코치로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손세원 감독은 은수미 당시 후보 선거 사무실 개소식을 하루 앞둔 2018년 5월 3일 “은수미 의원이 우리가 알다시피 어렵습니다. 어려울 때 도와야 그것이 진정성이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선생님들의 성의를 기대합니다”라고 말하며 참석을 독려했다.
전용기 의원은 이어 일반부 선수를 가르칠 자격이 없는 사설 코치가 훈련 내용과 일정을 짜는 등 주도적으로 선수를 지도했다고 지적했다. 손세원 감독은 “윤승남 코치는 성남시에서 고용하진 않았지만, 윤 코치를 포함해 서너 명이 합동훈련에 필요한 전력 등을 지도하고 있다”면서 “프로그램을 짜거나 지도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바로 손 감독과 윤 코치, 성남시 빙상단 선수들이 함께 있는 소셜미디어 단체 대화방에서 윤 코치가 훈련 내용과 일정을 공지하고 손 감독은 이를 방관하는 내용이 공개됐다. 전 의원은 손 감독이 위증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정감사가 끝난 뒤 사안을 엄중히 여긴 문화체육관광부는 10월 20일 성남시에 공문을 보냈다. 문체부는 손세원 감독의 직무를 정지하고, 피해자와 분리 조치할 것을 요청했지만 성남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남시는 다시 문체부에 공문을 보내 “폭행 피해자의 진술 등 명확하게 확인된 바가 없고, 손세원 감독이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거나 은폐를 시도한 것 또한 추측성 발언”이라며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손세원 감독을 분리 조치 및 직무 정지할 근거 규정이 없다”고 답했다.
한 빙상계 관계자는 “성남시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손 감독을 심하게 감싸는 것처럼 보인다. 국회와 문체부가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도 손 감독에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재계약을 한다는 건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며 “결국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피해를 보는 건 선수들”이라고 말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