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석 회장의 경영 복귀와 별개로 동아쏘시오그룹은 그의 출소 시점을 전후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동아쏘시오그룹 계열사 동아에스티는 인천 송도공장 신설에 810억 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했다. 이어 지난 8월 다른 계열사 에스티팜은 307억 원을 들여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올리고핵산 치료제의 원료의약품) 생산 설비를 증설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특수 맞은 에스티팜
강정석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이 지난 9월 출소하면서 그의 경영 복귀 여부에 시선이 쏠린다. 사진=동아쏘시오그룹 제공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는 올해 코로나19가 대유행(Pandemic·팬데믹)하면서 주목받는 원료다. 모더나와 화이자가 개발 중인 mRNA 방식 코로나19 백신에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가 쓰이기 때문. mRNA란 DNA 유전정보를 세포질 내 리보솜(RNA와 단백질로 이루어진 복합체)에 전달하는 RNA(리보핵산)를 뜻한다. 이들 mRNA 백신은 인체에 주입되면 체내에서 코로나19 단백질을 만들고, 인체는 해당 단백질에 대한 항체를 형성하도록 유도한다. mRNA 방식으로 제작되는 백신은 이번 모더나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이 처음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를 생산하는 기업은 에스티팜과 미국 애질런트, 일본 니토덴코아베시아, 세 곳뿐이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에 대한 전망은 당분간 좋을 것으로 보인다. 에스티팜 측은 “일부 코로나19 백신에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원료가 사용돼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의) 공급 부족을 앞당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스티팜의 mRNA 진출 기대와 우려
에스티팜은 mRNA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에도 진출한다고 밝혔다. 에스티팜은 최근 대표이사 직속의 mRNA 사업개발실을 신설하고, 양주성 성균관대 교수를 개발실장 상무로 영입했다. CDMO 사업이란 CMO(위탁생산)와 CDO(위탁개발)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개념이다.
일각에서는 에스티팜의 mRNA CDMO 사업 진출이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한다. 이에 대해 동아쏘시오그룹 관계자는 “에스티팜이 글로벌 제약사와 원료의약품 공급계약을 체결하다보니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는 것 같다”면서도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은 모더나나 화이자의 결정이 중요하고, 현재로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mRNA는 코로나19뿐 아니라 다른 질병의 백신·치료제 연구에도 쓰이고 있다. 김지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1년 mRNA 코로나19 백신 2개가 출시될 경우 RNA 영역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해질 것”이라며 “현재 mRNA 백신은 코로나19뿐 아니라 항암 백신으로도 개발 중으로 최근 모더나가 mRNA 항암 백신 임상 1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발표해 상용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강 회장의 경영 복귀와 별개로 동아쏘시오그룹은 그의 출소 시점을 전후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동아에스티, 동아제약 등 그룹 주요 계열사의 본사가 위치한 서울 동대문구 동아쏘시오그룹 웰컴센터. 사진=일요신문DB
하지만 mRNA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mRNA 백신과 치료제는 상대적으로 개발이 어렵고, 다른 올리고핵산 치료제에 비해 많은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가 필요해 비용도 많이 든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mRNA는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1000~5000개를 연결한 것으로 분자량이 커 기술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동아쏘시오그룹 관계자는 “(올리고핵산 치료제는) 과거 시장이 작았던 희귀질환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최근에는 시장이 큰 만성질환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어 시장 전망은 밝다고 본다”며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합성은 기술적으로 어려워 후발주자들이 진입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에스티팜 투자에 강정석 회장 언급 까닭
동아쏘시오그룹의 최근 투자에 강정석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나 신사업 진출 등 중요한 사안은 기업 오너의 허락 없이 전문경영인이 독단적으로 결정하기 어렵다”며 “강 회장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보고는 받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에스티팜의 가치가 상승하면 강정석 회장 개인에게도 큰 이익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에스티팜의 최대주주가 동아쏘시오홀딩스(32.68%), 2대주주가 강정석 회장(15.25%)이기 때문이다. 다른 주요 계열사인 동아제약, 동아에스티, 동아오츠카 등의 경우 강 회장의 지분이 없거나 1% 미만으로 보유하고 있다.
실제 에스티팜의 주가는 올해 1월 2일 2만 9700원에서 12월 현재 약 10만 원으로 상승했다. 덕분에 강정석 회장의 에스티팜 주식 가치도 1년 새 2000억 원가량 늘었다. 바이오업계 다른 관계자는 “에스티팜은 흔한 원료의약품 회사였고, 동아쏘시오그룹의 주력 계열사도 아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시장에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이라며 “이번 투자에 강 회장의 의중이 얼마나 반영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강 회장 개인에게 호재가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동아쏘시오그룹 측은 각 계열사 전문경영인의 주도 하에 이뤄진 투자라고 주장한다. 동아쏘시오그룹 관계자는 “에스티팜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C형 간염치료제 매출이 최근 몇 년간 줄었고, C형 간염치료제의 매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생산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동아에스티의 인천 송도 투자 건도 새로운 것이 아닌 이미 2011년부터 진행해오던 사업”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