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에서 발언하는 이재명 지사. 사진=경기도 제공
[일요신문] 경기도의 2021년 예산이 통과됐다. 경기도의회는 12월 15일 제348회 정례회 제5차 본회의에서 내년 경기도 예산 28조 8724억 원을 확정 의결했다. 당초 경기도가 편성한 28조 7925억 원보다 799억 원이 늘어난 액수다.
2021년은 햇수로 이재명 지사의 도정 4년 차다. 공약 이행을 점검할 수 있는 시기이자 만약 대권 도전에 나서게 된다면 핵심 정책을 통해 자기 색을 확고하게 드러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도는 내년 주요 사업으로 배달특급, 농민 기본소득, 산후조리비, 무상교복, 청년기본소득 등을 꼽았다. 배달특급과 농민 기본소득은 새로 추진하는 사업이고 3대 기본복지로 불리는 산후조리비, 무상교복, 청년기본소득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부터 오리지널리티를 자부하는 사업들이다.
먼저 배달특급은 경기도가 만든 공공배달앱이다. 중개수수료, 광고비, 결제수수료를 모두 합친 수수료가 1%에 불과하다. 민간 배달앱의 수수료는 6~13% 수준이다. 도는 낮아진 수수료만큼 소상공인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고 밝혔다. 배달특급의 당초 수수료율은 2%로 논의됐으나 도의회에서 1%로 줄일 것을 요구했고 이 안이 확정됐다. 서울시 제로배달 유니온(2%), 충청북도 먹깨비(1.5%)보다 저렴한 수준이다.
농민 기본소득은 농민의 생존권 보장과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해 농민 개개인에게 지급하는 기본소득이다. 농가가 아닌 농민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농민수당과 차이가 있다. 도는 내년 농민기본소득 지원에 176억 원을 투입한다. 농촌 주민들의 경제적 자유와 행복을 위한 ‘농촌’ 기본소득의 사회실험을 위한 예산도 26억 원 통과시켰다.
앞선 배달특급과 농민 기본소득이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들이라면 산후조리비, 무상교복, 청년기본소득은 그 본류를 찾기 위해 과거 성남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산후조리비 지원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시작한 정책이다. 경기도는 2019년 1월에 시작했다. 도는 2019년 지원 기준을 부모 중 1명이라도 1년 이상 경기도에 거주해야 출생아 1인당 50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했다. 하지만 올해 10월 15일부터는 1년 거주 요건을 삭제해 경기도에 주민등록만 돼 있으면 지급하도록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쌍둥이는 100만 원, 세쌍둥이는 150만 원을 지급한다. 경기도 산후조리비는 각 시군구에서 지급하는 출산장려금, 축하금과도 중복 지급이 가능하다.
무상교복도 이 지사가 성남시에서 추진했던 사업이다.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은 “교육을 받을 권리는 국민의 기본권에 해당한다.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의무가 있고 여기에 드는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며 무상교복을 도입했다. 성남시의회의 야당 의원들의 반대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무상교복 사업은 성남시에 이어 경기도에서도 안착하며 학부모들의 짐을 덜었다. 도는 올해 타 시도 소재 학교에 다니더라도 학생이 경기도에 주민등록 돼 있으면 교복 비용을 지원하도록 기준을 넓혔다. 무상교복 사업은 교복 지원비라는 이름으로 전국에 확산하고 있다.
경기도 거주 만 24세 청년에게 분기별 25만 원(연 100만 원)을 지원하는 청년기본소득은 2016년 성남시의 청년배당이 그 뿌리다. 청년배당은 3년 이상 성남시에서 거주해온 19~24세 청년에게 연 100만 원씩 ‘청년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추진됐다. 기본소득이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실현된 예로도 꼽힌다.
당시만 해도 혈세를 청년에게 퍼준다는 원색적인 비난을 들었고, 사회 전반에서는 개인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 기본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보건복지부는 성남시 청년배당이 정책 목적이 불분명하고 일괄 지급이 부당하며, 고용노동부 취업성공패키지와 중복된다고 반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5년 10월 이재명 시장은 박근혜 정부에 ‘청년배당 국가정책 채택’을 제안하며 청년배당이 개인의 행복 추구권은 물론 청년의 사회 참여를 돕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편 복지의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야당 소속 기초단체장에 불과했던 이재명 성남시장은 당시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며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도는 내년 청년기본소득, 무상교복, 산후조리비 등 3대 기본복지를 비롯한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사업에 7조 231억 원을 투입한다. 이외에도 저소득, 저신용자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극 저신용자 소액금융 지원사업에 500억 원,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예산 3905억 원, 지역화폐 관련 예산도 1953억 원을 투입해 도정 핵심가치인 공정, 평화, 복지를 실천해 나갈 계획이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