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 결과 성폭행 혐의가 인정돼 기소 의견으로 사건 송치가 이뤄진 김건모는 9개월 넘게 이어지는 검찰 수사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9년 12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성폭행 의혹을 제기하며 시작된 김건모 성폭행 사건이 2020년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김건모 측의 반박 증거가 거듭 공개되면서 경찰이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됐지만 결국 서울 강남경찰서는 3월 25일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김건모 사건은 검찰로 넘어간 뒤 9개월째 장기 수사 중이다. 돌발 변수도 있었다. 김건모 사건이 배당된 여성아동범죄조사부가 ‘박사’ 조주빈 검거 이후 ‘n번방’ 등 텔레그램 성착취 등 디지털 성범죄 수사로 바빠졌다. 게다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9월 검찰 인사 때 유현정 부장검사에서 오세영 부장검사로 수장까지 교체됐다.
검찰 수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는 까닭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검경의 불협화음이다. 서울 강남경찰서가 두 차례나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하려 했지만 경찰 수사기록을 검토한 검찰이 두 번 모두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보완 수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경찰이 워낙 강하게 기소의견을 밝혀 세 번째 기소의견 송치는 결국 받아들였다. 사건을 송치 받은 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가 아예 처음부터 다시 수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얘기가 들려왔지만 그 이후 별다른 소식이 없다. 그만큼 검찰 수사 결과는 여전히 안갯속에 있다.
지난 7월에는 하정우가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참고인 신분이 아닌 피의자 신분이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하정우가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를 수사 중인데 소환 조사 당시 하정우에게 동생과 매니저 등 타인 명의로 프로포폴을 투약한 이유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정우 측은 치료 목적의 프로포폴 투약만 이뤄졌을 뿐 약물 남용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타인 명의로 진료를 받은 것 역시 병원 측의 요청을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정우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수사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2020년 하정우는 휴대전화 해킹 협박 사건과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에 연이어 얽히면서 2월 개봉한 영화 ‘클로젯’ 이후 별다른 활동 없이 지내왔다. 2021년에는 영화 ‘야행’ ‘수리남’ 등의 촬영에 돌입할 계획이라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에 더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하는 양현석 전 YG엔터 대표(왼쪽)와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오는 승리. 사진=최준필 기자·일요신문DB
2018년 연말 클럽 버닝썬에서 폭행 사건이 불거진 것을 시작으로 2019년 연초에는 소위 ‘버닝썬 게이트’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승리를 시작으로 수많은 남성 스타들이 수사 대상이 됐다. 대표적으로 실형을 받고 복역 중인 정준영과 최종훈이 있다. 대법원은 지난 9월 집단 성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은 정준영과 최종훈에게 각각 징역 5년, 징역 2년 6월 형을 확정했다. 이들은 이미 수사 과정에서 연예계 은퇴 선언을 했다.
버닝썬 게이트의 핵심은 승리와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다. 배우 박한별의 남편인 유 전 대표는 12월 24일 1심 선고 공판을 받는다. 유 전 대표는 업무상 횡령, 성매매 알선, 식품위생법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승리 역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유 전 대표보다 재판 진행 속도가 느리다.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군에 입대해 군 법원에서 군사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승리 역시 여러 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우선 2015년 12월부터 2016년 1월까지 투자유치를 받기 위해 대만, 일본, 홍콩 등의 투자자에게 수차례에 걸쳐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와 직접 성매수를 한 혐의(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다. 유 전 대표는 성매매 알선 등의 혐의는 인정하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승리는 부인하고 있다.
또한 서울 강남 주점 ‘몽키뮤지엄’의 브랜드 사용료 명목 등으로 클럽 버닝썬 자금 5억 2800만여 원을 횡령(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하고 직원들의 개인 변호사비 명목으로 유리홀딩스 회사 자금 2200만 원을 횡령(업무상 횡령)한 혐의도 있다. 게다가 2013년 12월부터 2017년 8월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카지노 등에서 여러 차례 도박하면서 22억 원가량을 사용한 혐의(상습도박)와 이 과정에서 환치기를 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도 받고 있다. 이 외에 불법촬영,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 등도 있다. 승리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버닝썬 게이트’의 불똥은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에게도 튀었다. 2019년 들어 연이어 ‘성매매 알선’ ‘해외 상습 도박 및 환치기’ 그리고 ‘비아이 마약 제보자 협박’ 등 세 가지 사건에 휘말려 경찰 조사를 받기 시작했고 2019년 6월 YG엔터테인먼트의 모든 직책에서 사퇴했다. 우선 ‘성매매 알선’ 사건이 불기소 처분을 받아 한숨 돌렸고 ‘해외 상습 도박 및 환치기’ 사건도 검찰의 약식기소 결정이 나왔다. 그렇지만 법원이 정식 재판에 회부해 양 전 대표에게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다. 이후 항소가 이뤄지지 않아 이렇게 형이 확정됐다.
2021년에는 여전히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비아이 마약 제보자 협박’ 사건이 양 전 대표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서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사건을 수원지검으로부터 넘겨받아 7개월째 수사 중이다. ‘YG 전담팀’을 구성해 수사를 진행했던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공익제보자 A 씨가 6월과 9월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지만 아직 양 전 대표가 소환 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검찰 수사가 길어지고 있지만 2021년에는 수사가 마무리돼 기소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소될 경우 다시 법정 다툼이 시작된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