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방역과 경제 사이 심각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음이 역력하다. 정부 당국이 어떤 결정을 내린다 해도 섣불리 내린 결정이 아닐 것이다. 그걸 믿기에 적극적으로 정부 결정을 따를 생각이다.
영화산업 이야기다. 지난 100년간 겪었던 어려움은 차라리 낭만(?)으로 느껴질 만큼 큰 위기가 찾아왔다. 1950년대 텔레비전 등장으로 할리우드는 산업의 규모가 3분의 1로 줄었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 팬데믹 여파는 전 세계 영화산업 규모를 거의 4분의 1에서 5분의 1까지 줄어들게 할 만큼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다.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청소년보호법이 제정되면서 만화산업은 위기를 겪었다. 동시에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도래했다. 투자는 위축됐다. 여기다 1990년대엔 일본 문화 개방이 이뤄졌다. 국내 만화 출판시장은 일본 만화 독무대가 됐다. 남아있는 국산 만화마저도 인터넷 도입으로 불법복제 타격을 입었다. 국내 만화산업은 붕괴직전까지 몰렸다.
많은 만화가, 스토리작가들이 만화시장을 떠났다. 그들은 게임업계에 새 둥지를 틀었다. 국내 만화산업은 회복불능 진단을 받는 데에 이르렀다. 그런데 다 무너진 만화시장에 새로운 혁신이 등장했다. 바로 웹툰이다. 2000년대 초반 등장한 웹툰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포털사이트에 연재되는 형식을 취했다. 우리나라 출판 만화의 고질적 문제였던 불법복제를 무료연재라는 형식의 플랫폼을 통해 해결했다.
2020년 대한민국 웹툰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를 제패했다. 동시에 북미와 유럽시장에까지 진출했다. 국내 만화산업은 명실상부 세계최대 웹툰 창작산업을 갖춘 시장이 됐다.
다음은 코미디 산업을 살펴볼 차례다. 현재 공중파에서 방송되는 코미디 프로그램은 없다. 방송 3사에서 해마다 공채로 배출했던 코미디언들은 연기를 펼칠 무대를 잃었다. 방송업계 관계자들은 코미디 산업이 완전히 붕괴됐다고 진단했다.
최대 위기를 맞은 희극인들은 유튜브를 비롯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에서 활로를 찾았다. 이런 플랫폼에서 많은 코미디언이 개인 방송을 통해 자신의 창작물을 선보이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희극인이 새로운 플랫폼으로 진출할 전망이다. 그들은 개인방송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전 세계에 펼칠 수 있게 됐다. 기존 방송 시스템에서보다 훨씬 큰 수익을 창출해나가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제 다시 영화산업 이야기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영화산업의 피해는 어마어마하다. 영화 창작자들은 기존 방식, 즉 극장 중심 영화 유통에서 벗어나 다양한 OTT 플랫폼에 진출하고 방송용 영화, 그리고 시즌제 드라마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올 초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시즌제 드라마도 사실 영화인들이 만든 작품이다.
대한민국 전체가 전에 없던 위기를 겪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 고통이 앞으로도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완전히 망했다고 생각했을 때 대한민국 국민은 그 위기를 극복해왔다.
사상 유례없는 우울한 성탄절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거리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을 수 없고 사람들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연말연시가 어쩌면 현실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 위기를 통해 우리는 더 발전할 것이라 믿는다. 대한민국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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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연 영화제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