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쌍용차는 지난 12월 15일 JP모간(200억 원), BNP파리바(100억 원), 뱅크오브아메리카(300억 원) 등 3개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 600억 원의 원리금 상환을 연체했다고 밝혔다. 만기연장이 유력하지만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12월 21일 산업은행에서 빌린 900억 원도 만기 연장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만기연장이 아니다. 부도를 피한다고 해도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 올 3분기까지 누적적자가 3048억 원이다. 자본금 7492억 원 가운데 6512억 원이 잠식돼 980억 원만 남았다. 매출총이익률이 지난해 8.5%에서 올해 1.4%대로 급감했다. 매출총이익보다 판매관리비가 10배 이상 많다. 단기간에 적자탈출이 불가능하다. 3분기 적자가 931억 원임을 감안하면 연내 자본 완전잠식이 유력하다.
쌍용차 내수 점유율은 지난해까지 7%를 유지했지만 올 들어 5.2%대로 급감했다. 현대·기아차에서 잇따라 SUV(스포츠유릴티티차량) 모델이 출시되면서 타격이 컸다. 수출도 3분기까지 전년 대비 28% 줄었다.
최대 채권자인 산은이 출자전환을 하든지, 최대주주인 마힌드라가 지분매각이 성공하지 않는 한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 쌍용차는 내년 출시할 전기차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최대주주도 포기할 정도로 기술력이 한계에 다다른 기업이 새 주인을 찾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증시에서 쌍용차 시가총액은 4800억 원 수준이다.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비율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은 5배 수준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PBR이 1배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PBR이 1배보다 낮으면 주가가 청산가치만도 못하다는 의미로 주가가 시장에서 저평가됐다는 것으로 인식된다. 쌍용차의 경우 이론적으로 당장 모든 자산을 팔아 1조 5000억 원의 순부채를 청산해도 약 4800억 원의 가치가 남는 셈이다.
비밀은 평택공장의 부동산 가치다. 평택시 동삭로에 위치한 쌍용차 공장은 86만㎡(약 26만 평)에 달한다. 고속도로와 가깝고 인근에 아파트단지가 다수 위치해 있어 토지 가치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쌍용차 재무제표에 반영된 토지자산 가격은 취득가인 4026억 원이다. 자산 재평가가 이뤄지면 재무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 다만 토지를 담보로 경영을 지속시킬지, 토지를 처분해 청산을 할지에 대한 선택이 필요하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