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10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피곤한 표정으로 눈가를 만지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지난 1년간 정국을 뒤흔들었던 검찰총장 찍어내기 논란이 ‘윤석열 징계 2개월’로 일단락됨에 따라 충청권 신당 작업에는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을 고리로 한 충청권 신당의 중심에는 정진석(5선, 충남 공주·부여·청양) 홍문표(4선, 충남 홍성·예산) 등 국민의힘 충청 중진 의원들이 있다. 이들은 윤 총장에 대해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정진석)”, “바람이 부는 것은 사실(홍문표)” 등의 발언을 쏟아내면서 윤 총장에게 러브콜을 발신했다. 그러자 지난 4·15 총선 때 정 의원에게 패한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홍보소통위원장은 “부친 고향을 엮어 또 ‘충청당 시즌3’를 만들려고 하지 마라”고 경계했다.
여의도 한 전략가는 “충청권 대망론을 띄우려는 야당 의원들과 대선 시너지를 내려는 국민의힘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며 충청권 신당 창당 가능성에 베팅했다.
실제 21대 총선을 거치면서 충청권에서 야당 세는 한층 쪼그라들었다. 대전 7곳과 세종 2곳은 여당에 모두 내줬다. 충남북 19곳 중 국민의힘은 8곳만 차지했다. 야당 의석 점유율은 충청권 전체 의석(28석)의 30%가량에 그친다. ‘7 대 3’ 구도로 여당에 밀리는 셈이다. 국회 한 보좌관은 “역대 충청권 대선 주자마다 권좌에 오르지 못하면서 내부 위기감도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역대 대선에서 충청 역할론은 ‘캐스팅보트’까지였다. 3김의 한 축인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 이인제 전 의원,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이 대선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2017년 대선 때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한 지 3주 만에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충청 대망론에 가장 근접했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미투(나도 당했다) 파동’에 휘말리면서 대권주자 궤도에서 이탈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충청권 신당은 야권 전체 파이를 키우는 데 제격이다. 윤 총장을 태운 충청권 신당이 장외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양강구도를 흔든 뒤 차기 대선 막판 국민의힘과 결합하는, 이른바 ‘선 경쟁·후 연대’는 최상의 시나리오로 꼽힌다.
반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국민의힘 직행’이다. 윤 총장이 기존 정당에 편입하는 순간, 새로운 카드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는 데다 반문(반문재인) 프레임에 갇힐 가능성도 크다.
충청권 신당 창당의 시기는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이 재보선에서 패하거나, 승리하더라도 대망론 후보가 없을 땐 충청권 신당 창당이 ‘메가톤급 변수’로 격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