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이터처럼 즐거운 어린이미술관. |
오 맙소사. 왜 이렇게 하지 말라는 것이 많은지. 아이들은 아주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다. 이럴 거면 뭐 하러 미술관에 데리고 온 거야? 그런데 그런 잔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미술관이 있단다. 그야말로 아이들에게는 천국인 곳, 놀이터를 방불케 하는 어린이미술관이 바로 거기다.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어쩐 일인지 어린이 관람객들이 유난히 많다. 방학숙제 차 온 것일까. 그 중 일부는 그런 목적이겠지만, 가만 살펴보니 숙제와는 무관한 미취학 어린이들이 훨씬 많다. 어디서나 빽빽 울어대고, 소리 지르고, 깨뜨리기가 주특기인 사고뭉치라서 미술관 동행이 꺼려지는 주인공들이다. 그런 ‘폭탄’들이 여기에 웬일일까.
미술관 건물 내로 들어가자 그 궁금증이 한 번에 풀린다. 말썽꾸러기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어린이미술관이 있었던 것이다. 자연과 예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어린이, 즐겁게 잘 놀고 행복한 어린이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1997년 개관한 공간이다. 2층과 3층의 중간에 위치하며 면적은 약 500㎡ 정도로 결코 좁지가 않다. 어린이들이 뛰어다니면서 미술과 가까워지는 곳과 그림책 등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나뉘어 있다.
어린이미술관에서는 현재 ‘달토끼, 어린이미술관에서 놀다’전이 열리고 있다. 지난 달 말일부터 시작된 이 전시는 내년 7월 31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이번 달에 한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그래서 관람객들이 더 북적인다. 이번 전시는 실재하지는 않지만, 반드시 있을 거라고 믿고 싶은 달토끼와 재미있게 노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먼저 ‘달토끼의 집’이 보인다. 바닥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한 평 남짓한 사각형 집에는 빈 공간이 거의 없을 만큼 많은 편지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어린이미술관에 찾아온 달토끼를 환영하는 글과 그림 편지들이다. 어린이들이 만든 작품으로 달토끼의 집 너머에 있는 넓은 공간에서 엎드려 그리고 쓴 것들이다.
달토끼의 집을 지나면 ‘장난감전시장’과 ‘달그늘’이 있다. 장난감전시장에 것들은 희한한 것 투성이다.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것들이 다수 있다. 그 상상력이 부러울 뿐이다. 달그늘은 인기장소다. 어린이들이 가까이 다가가면 움직임에 따라서 스크린에 투영되는 그림이 수시로 바뀐다. 그게 신기한지 어린이들은 폴짝폴짝 뛰며 난리다. 달의 위치에 따라서 그림자의 길이가 바뀌는 것과 비슷하다. 달 그늘 앞에는 의자 퍼즐이 있다. 둥그런 달모양 의자인데, 수십 조각을 잘 맞춰야 환한 달을 하늘에 띄울 수 있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 소장품전’과 ‘정창섭전’이 열리고 있다. 자녀들을 어린이미술관에서 놀게 하고 관람을 하면 된다.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 소장품전’에는 타피에스, 조앤 조나스 등 세계적인 작가 53명의 작품 13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정창섭전’에서는 한지를 이용해 동양과 서양, 정신과 물질을 통합하는 작가의 독창적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길잡이:
서울지하철4호선 대공원역 4번 출구에서 미술관 순환 셔틀버스 이용 ▲문의: 국립현대미술관(http://www.moca.go.kr) 02-2188-6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