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보면 분명 불이 꺼져 영업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비밀 통로를 통해 들어가면 안에서 몰래 불법 영업을 하는 유흥업소들이 있다. 이미지컷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하다. 사진=일요신문DB
적발된 업주와 종업원들은 원래 강동구 길동 소재의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이들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상향돼 유흥시설에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지자 강동구 외곽지역에 위치한 노래방을 빌려 불법 룸살롱 영업을 해왔다. 게다가 노래방의 다른 룸에서 2차(성관계)까지 하도록 알선했다. 이들은 단골손님만을 대상으로 사전 예약을 받는 등 철저히 대비했지만 누군가 경찰에 이런 사실을 흘리면서 결국 적발됐다.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경찰에 관련 첩보를 흘린 이가 경쟁 유흥업소 관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요즘 서울 강남 유흥업계에선 불법 영업도 급증했지만 업소들끼리 불법 영업 실태를 경찰에 신고하는 등 은밀하면서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관련기사 “옆집 가서 놀고, 신고해줘” 불법 영업 룸살롱들 은밀한 전쟁).
최근 서울 강남 소재의 한 룸살롱에 다녀왔다는 직장인 A 씨는 “술자리 도중에 화재 경보가 울려 깜짝 놀랐다”는 얘길 들려줬다. 거래처 관계자의 강권으로 어쩔 수 없이 이른 저녁 시간 룸살롱에 가게 됐다는 A 씨는 “술자리가 한참 진행되고 있는데 갑자기 화재 경보가 울려 깜짝 놀랐는데 가게 사장이 급히 들어와 직원이 인근 술집으로 안내할 테니 30분 정도만 갔다 오라고 하더라”면서 “화재가 발생한 게 아니라 단속 조짐이 보이면 화재 경보를 울려 손님들을 가게 밖으로 내보내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서울 강남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요즘 분위기를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가게에서 불법 영업을 하면 경쟁 업소가 신고를 하고 이미 단속된 사례처럼 노래방이나 호텔, 내지는 모텔에서 몰래 불법영업을 해도 신고가 들어간다. 그러나 보니 자신들의 업소에 확실한 보안 시스템을 갖추고 몰래 불법 영업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불법 영업을 하는 룸살롱들이 CCTV를 대거 설치하고 있는데 업소가 위치한 건물 출입구 부근은 물론이고 인근 골목까지 CCTV를 설치하고 전담 직원이 관리한다. CCTV 이미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하다. 사진=임준선 기자
불법 영업하는 업소도 자체적으로 보안 시스템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우선 업소 주변에 CCTV를 대거 설치하고 있다. 건물 출입구부터 인근 골목까지 CCTV를 설치하고 전담 직원이 관리한다. 실제 단속으로 보이는 움직임뿐만 아니라 누군가 수상한 사람이 기웃거리기만 해도 바로 신호를 보내 미리 확보해 놓은 비밀 통로로 손님들을 내보낸다. 앞서 언급된 화재경보기가 바로 이런 신호인 셈이다.
요즘에는 대낮에 불법 영업을 하는 사례도 증가 추세라도 한다. 밤 9시까지는 일반 음식점에서 술자리를 가질 수 있어 저녁에 1차로 끝나는 송년회를 갖는 경우도 있지만 해가 진 뒤에는 술자리를 가급적 갖지 않는 방향으로 사회 분위기가 변해가고 있다. 이런 까닭에 점심식사 자리로 송년회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연스레 낮술도 하게 된다. 이렇게 점심시간에 낮술을 곁들인 송년회 자리를 가진 뒤인 오후 2~3시 무렵 불법 영업을 하는 룸살롱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
룸살롱 업주 입장에서는 밤 시간대보다는 낮 시간에 불법 영업을 하는 게 훨씬 안전하다. 경찰 단속 등에서 훨씬 자유롭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낮 시간대에 불법 영업을 하는 룸살롱의 경우 상당수가 성매매가 이뤄지는 2차까지 연계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예 예약을 받을 때 대놓고 “어렵게 낮 시간에 접대여성을 부르는 거라 2차를 꼭 나가야 한다”고 공지하는 룸살롱이 많다는 게 강남 유흥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밀폐된 공간에서 술을 마시고 노래까지 부르는 룸살롱은 당연히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높고 그런 까닭에 방역당국에서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법 영업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성매매까지 부추기고 있는 터라 경찰 단속도 강화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한동안 꾸준히 불법 영업을 하다 적발되는 유흥업소 관련 소식이 이어질 전망이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