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일반 공모 청약이 시작된 지난 10월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에 청약판이 설치된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동학개미운동, 금융당국 규정도 바꿨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지난 3월 16일부터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전면 금지했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금지 조치를 환영했다.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는 당초 지난 9월 15일 해제될 예정이었으나 여론을 반영해 한 차례 연장됐다. 당시 개인투자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을 통해 꾸준히 목소리를 냈고, 정치권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어지며 공매도 금지 기간 연장에 힘을 실었다. 국민적 여론에 따라 공매도 금지 조치 기간이 한 차례 연장되자 시장에서는 이를 ‘동학개미의 승리’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동학개미의 달라진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12월 18일까지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규모는 코스피 시장에서 48조 원, 코스닥 시장에서 17조 원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외인이 코스피는 24조 원, 코스닥은 9000억 원 매도에 나선 것과 비교된다. 기관 역시 외인과 마찬가지로 코스피에서 25조 원, 코스탁에서 10조 원가량 순매도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부터 지난 12월 1일까지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1위는 삼성전자다. 11개월 간 삼성전자의 매수 거래대금은 6조 9083억 원(거래량 1억 1227만 주), 매도 거래대금 6조 5626억 원(1억 695만 주)을 기록했다. 순매수 거래대금은 3457억 원(531만 주)이다. 2위는 순매수 거래대금 3243억 원(145만 주)을 기록한 포스코다. 3위부터 5위까지는 △SK텔레콤(2253억 원, 97만 주) △SK이노베이션(970억 원, 61만 주) △SK하이닉스(905억 원, 100만 주)가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6위부터 10위까지는 △KT(697억 원, 294만 주) △KCC(660억 원, 40만 주) △삼성SDI(517억 원, 11만 주) △미래에셋대우(428억 원, 453만 주) △엔씨소프트(409억 원, 4만 8000주) 순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이 코스피 시장에서는 대형주 중심으로 전기전자, 제조업 등에 ‘돈 보따리’를 풀었다. 지수를 떠받치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꾸준히 몰리면서 주가도 상승세를 보였다. 실례로 올해 초 4만 원대 중반까지 하락했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최근 7만 원대에 안착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개인투자자가 주식시장으로 몰려들면서 기업공개 시장도 활황을 보였다. 하반기 기업공개 대어로 꼽힌 종목들의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며 ‘로또 공모주’까지 탄생했다. 올해 IPO시장 최대 기대주였던 SK바이오팜은 청약 경쟁률 323.02 대 1, 청약 증거금 약 30조 9899억 원을 기록하며 공모주 투자 열풍에 포문을 열었다. 지난 7월 SK바이오팜의 ‘따상(신규 상장 종목이 첫 거래일에 공모가의 2배 가격으로 시초가를 형성한 이후 다시 상한가)’은 이후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공모주 청약 경쟁에 불을 붙였다. 공모가 4만 9000원이던 SK바이오팜의 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률은 360%(12월 17일 종가 17만 6500원 기준)다.
따상이 예견됐던 카카오게임즈(청약경쟁률 1524.85 대 1)에는 58조 5543억 원의 청약 증거금이 몰리며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앞서 SK바이오팜이 6년 만에 제일모직의 기록을 깬 뒤 다시 한 번 기록이 갱신된 것. 카카오게임즈는 공모가 2만 4000원 대비 193%(12월 17일 종가 4만 6450원)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다음 타자로 등장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공모주 시장에서 ‘빅히트’를 쳤다. 특히 소속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발표한 신곡 ‘다이너마이트’가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공모 청약 경쟁에 기름을 부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공모주 청약에는 58조 4237억 원의 증거금이 몰렸고, 606.9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가 13만 5000원 대비 상승률은 119%(12월 17일 종가 16만 1500원 기준)다.
치킨업계 1위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도 지난 11월 코스피에 입성했다. 청약 경쟁률은 1318.29 대 1, 청약 증거금은 9조 4047억 원이다. 공모주 청약 경쟁률 최고치를 기록한 곳은 지난 8월 코스닥에 상장한 의료용 기기 제조기업 ‘이루다’다. 이루다는 3039.55 대 1로 역대 청약 경쟁률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비슷한 시기 코스닥 상장한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체 영림원소프트랩과 의약품제조업체 한국파마는 각각 2493.57 대 1, 2035.7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이루다 아래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역대급 공모주 청약 경쟁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수요가 증명되자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가 배정받을 수 있는 공모주 물량을 기존 20% 이상에서 최대 30%까지 확대키로 했다. 더불어 ‘로또 공모주’를 없애기 위해 일반청약자 배정물량 중 절반 이상을 균등방식을 도입해 배정키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월 ‘증권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 개정을 통해 오는 1월 증권신고서 제출 건부터 개선내용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IPO 대어 3사의 공모 성적.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에는 역대 최고 금액의 증거금이 몰렸다.
#코스닥 동력 바이오 대장주 와르르
코스닥 시장 바이오 대장주는 올해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재미’를 크게 보지 못한 종목이다. 한때 신약 개발로 각광받던 바이오 대장주들이 올해 연이은 악재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며 개인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이 우려된다.
2017년 간암치료제 ‘펙사벡’의 임상소식으로 한때 시가총액 7조 원을 웃돌며 코스닥 시총 2위까지 올랐던 신라젠은 전 경영진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되며 지난 5월 6일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문은상 전 대표이사 등은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활용해 무자본 인수합병으로 회사를 인수한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2019년 8월 2일 미 FDA(식품의약국)가 신라젠 신약 ‘펙사벡’에 대한 임상 3상 시험 중단을 권고하기 전 문은상 전 대표를 비롯한 전 경영진들이 주식을 매도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헬릭스미스의 경우 재무구조 악화로 관리종목 지정 및 증시 퇴출 위기를 겪고 있다. 팝펀딩과 독일 헤리티지 DLS 등 고위험상품에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봤기 때문. 코스닥 상장규정에 따라 최근 3년 안에 2개년도에서 ‘자기자본 대비 법인세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 손실비율’이 50%를 넘으면 관리종목에 편입된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이 비율이 55.34%였고, 올해 상반기에도 33.25%를 기록했다. 이에 최근 16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연내 유상증자가 차질 없이 진행되어야 관리종목 지정을 피할 수 있다. 올해 초 8만~9만 원대를 오가던 주가는 현재 3만 원대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간판주들의 위기에도 내년 제약‧바이오 섹터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는다.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 증가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출시 성공이 가시화된 데에 따른 것이다.
김지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1년 전망 시리즈를 통해 올해 연말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출시에 성공하게 될 경우 업종별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제약은 전년 대비 성장률이 소폭 증가하고, 백신은 2021년 하반기부터 하락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치료제의 경우 백신이 나와도 단기간 많은 양의 접종이 불가하고 변이 발생 위험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며 “올해 말부터 항체 치료제 후보물질이 출시될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 판매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