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에 입학한 김태현 씨(20)는 같은 학과 동기들의 전화번호를 거의 알지 못 한다. 동기와의 첫 만남에서는 주로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공유했다. 전화번호는 필요하지 않았다. 같은 과 친구들과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통해 소통한다. 대학교에서 김 씨의 전화번호를 아는 사람은 과대표와 학회를 하며 친해진 친구들 몇몇 정도다. 그럼에도 김 씨는 자신을 이른바 ‘인싸(인사이더)’라고 자부했다.
인스타그램 설정창에 들어가면 인스타그램 QR코드를 교환할 수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김 씨에 따르면 이들은 첫 만남에서 전화번호보다 SNS 계정을 교환하는 것이 편한 세대다. 특히 최근에는 인스타그램 QR코드 교환법이 ‘깔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인스타그램 계정마다 고유의 QR코드가 부여되는데 이 QR코드 교환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전화번호가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다고 했다. 전화를 하는 일이 적을 뿐더러 메시지를 보낼 때도 인스타그램 메시지인 DM(Direct Message)을 주고받는 일이 많은 까닭이다.
김 씨는 “번호를 교환하지 않는다기보다는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다. 일반 전화를 할 일이 많지 않다. 한다고 해도 인스타그램 영상통화나 카카오톡의 페이스톡을 하게 된다. 음성통화는 많이 하지 않는다. 2020년에도 새로 만난 사람들과 주로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주고받았는데 나중에 친해지고 나서야 서로 번호가 없다는 걸 알고 뒤늦게 교환한 적도 있다. 10대들은 카카오톡보다 페메(페이스북메시지)를 더 많이 쓴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은 친해지기 전 상대방의 관심사를 엿보거나 가치관을 평가하는 지표로 쓰기도 한다고 했다. 김 씨는 “인스타그램 활동 기록에는 그 사람의 일상이 담겨있어서 관심사나 취향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팔로잉 목록을 보면 어떤 연예인을 좋아하는지, 운동은 즐겨하는지 등도 알 수 있다.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어떤 가치관을 가진 사람인지 짐작해 볼 수 있기 때문에 다들 상당히 신경쓴다. 나 역시 팔로잉 목록을 주기적으로 정리한다”고 말했다.
이런 소통방식은 온라인 친구를 사귈 때도 마찬가지다. Z세대의 또 다른 특징은 온라인 친구를 오프라인 친구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인데 이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스마트폰을 하며 보내는 까닭이다. 이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소통률’이다. 실제 만남이 없는 사이기에 소통의 지속 여부가 사귐의 기준의 된다는 것이다.
다만 이때도 전화번호부터 교환하지는 않는다. 만약 유튜브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만난 친구와 더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으로 넘어가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라고 한다. 오픈 채팅방에서는 아이디를 공개할 필요가 없는 까닭이다. 진짜 카카오톡 아이디나 전화번호 공유는 꾸준한 교류를 통해 충분히 친해지고 나서야 이뤄진다고 했다. 즉 Z세대는 ‘모두와 친구가 될 수 있지만 아무에게나 마음을 열지는 않는 세대’인 셈이다.
#내 이름은 아무개고 MBTI는 INFJ(인티제)야
최근 유행하고 있는 성격유형진단법. 사진=16personalities 캡처
“A형이라고? 소심하겠구나.”
지난 20년여 동안 혈액형으로 성격을 짐작하는 것이 유행이었다면, 이제 그 자리는 MBTI(엠비티아이)가 차지했다. Z세대에게 MBTI는 이미 일상의 일부. 처음 만나 자신을 소개한 뒤 상대방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MBTI를 묻는 건 과거 ‘혈액형이 어떻게 되냐’ ‘별자리가 무엇이냐’고 묻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질문이 됐다.
MBTI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줄임말로 작가 캐서린 쿡 브리그스와 이자벨 브릭스 마이어스 모녀가 카를 융의 심리 유형론을 근거로 개발한 성격 유형 선호 지표다.
검사는 심리학자 카를 융의 성격유형론에 근거하는데 주의초점, 인식기능, 판단기능, 생활양식 등 4가지 분류 기준에 따라 나뉜다. 각각의 성격 유형은 다시 2가지로 나뉘는데 주의초점의 경우 정신적 에너지의 방향성에 따라 외향성(E), 내향성(I)으로 나뉘고 인식기능은 감각형(S), 직관형(N)으로 나뉜다. 판단기능은 사고형(T)과 감정형(F)으로, 생활양식은 판단형(J)과 인식형(P)이 나뉘어 총 16가지로 분류된다.
이렇게 4가지의 분류기준을 각각 조합하면 자신의 MBTI가 나온다. INTJ는 과학자형, ESFJ는 친선도모형, ISTP 백과사전형, INFJ 예언자형, ESTJ 사업가형, ISFP 성인군자형, ENTJ 지도자형, INFP 잔다르크형, ISTJ 세상의 소금형, ISFJ 세심한 봉사자형, INTP 아이디어 뱅크형, ESTP 수완 좋은 활동가, ESFP 사교적인 유형, ENFP 스파크형, ENTP 발명가형, ENFJ 언변 능숙형이다. 각 유형은 소리나는대로 읽히기도 하는데. INTJ는 인티제, ESFJ는 엣프제, ISTP는 잇팁, INFJ는 인프제, ESTJ는 엣티제 등으로 읽힌다.
한편 “같은 혈액형끼리는 침이 섞이면 안 된다”며 음식을 나눠먹기 전 혈액형부터 묻는 것이 과거 젊은이들의 문화였다면 요즘엔 MBTI 유형별로 나뉘어 놀거나 궁합을 보는 것이 하나의 문화다. 궁합이 잘 맞지 않는 MBTI와는 자연스레 멀어지는 일도 있다. 노래도 자신이 선곡하기보다는 각 MBTI의 취향에 맞춰 만들어진 추천 플레이리스트를 듣는 것도 인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기업에서도 MBTI를 기반으로 한 각종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추세다.
INFJ 예언자형 성격 유형을 가진 신지수 양(17)은 “타인을 돕는 것을 좋아하고 분쟁과 다툼을 싫어하는 성격의 인프제(INFJ형)와 궁합이 좋은 MBTI는 행동력이 좋은 엔팁(ENTP형)이라 엔팁 친구들과 잘 맞는 편”이라며 “MBTI를 맹신하지는 않지만 상대방이 내향적인지, 외향적인지, 무뚝뚝한지, 다정한지 정도는 알 수 있다. 기왕이면 나와 잘 맞는 친구를 사귀고 싶기 때문에 처음 친구를 사귈 땐 MBTI 궁합을 따져보곤 한다”고 말했다.
Z세대가 MBTI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서울 노동고용센터의 직업상담사는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는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를 묻는 시기에 태어났기 때문에 ‘나’에 대한 관심이 많다”면서도 “자신이 느끼는 대로 선택지를 고르는 방식으로 검사가 진행돼 과학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매번 검사결과가 바뀌는 사람도 있다. 진로 선택과정에서 참고 자료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주식 공부는 1분짜리 틱톡으로
Z세대는 재테크에도 일찍 눈을 뜬 세대다. 중학교 3학년 윤 아무개 군은 석 달 전 주식을 시작했다고 했다. 윤 군의 주식 선생님은 다름 아닌 SNS 틱톡이다. 윤 군은 “유튜브에도 주식 콘텐츠가 많지만 성인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용어가 어렵고 영상 길이도 길어 중학생이 이해하기 어렵다. 반면 틱톡은 최대 1분까지만 영상을 찍을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지식만 전달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틱톡에 주식을 검색해보니 ‘주식’ 해시태그(#)를 단 영상들의 총 조회수는 무려 1240만 회에 육박했다. ‘주식 공부’ 해시태그의 경우 170만 회에 달했다. 틱톡의 주 사용 연령층이 10대인 점을 고려하면 최근 10대들이 일찍부터 재테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미성년자의 경우 SNS발 주식 정보에 과도하게 의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의 윤 군은 “주식 공부를 하다 알게 된 형이 ‘자신이 추천하는 종목에 돈을 투자해 보라’고 해서 앞뒤 재지 않고 가진 돈을 모두 넣었다가 날린 적이 있다. 제대로 공부했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최근에는 친구들과 함께 주식 관련 책을 사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