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문재인 대통령은 경기 화성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했다. 정부는 시스템반도체를 포함해 바이오헬스·미래차를 ‘빅3’ 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사진=청와대 제공
#반도체, ‘BBIG’ 등 다양한 산업 2020년 수출 견인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0년 1~11월 무역수지(수출-수입)는 390억 달러에 달한다. 2018년 연간 흑자인 389억 달러를 이미 넘어선 셈이다. 11월에는 총수출액과 일평균 수출액이 각각 4%, 6.3% 증가했다. 총수출액과 일평균 수출액이 함께 증가한 것은 2018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다만 코로나19 영향으로 교역 규모는 감소했다. 1~11월 누적 수출은 2018년보다 7.1% 감소한 4614억 달러를, 수입은 8.1% 줄어든 4225억 달러를 기록했다.
IT부터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BBIG까지 다양한 산업군이 수출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11월 수출 증가 10개 품목 중 6개는 IT 관련 품목이다. 반도체 16.4%, 디스플레이 21.4%, 무선통신기기 20.2%, 2차전지 19.9%, 가전 20.3%, 컴퓨터 5.6% 증가했다. 디스플레이는 26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한 10월 이후 2개월 연속 증가했다. 무선통신기기는 휴대폰과 부품 모두 증가해 4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특히 2020년 1~11월 반도체 누적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5% 늘어난 897억 달러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총수출액(4615억 달러)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19.4%에 달했다. 2020년 반도체의 수출 비중은 2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미래먹거리 산업으로 꼽은 시스템반도체는 1~11월 누적 수출액이 273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였던 2018년 실적을 넘어섰다.
반도체는 2021년 수출도 이끌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020년 수출입 평가 및 2021년 전망’에서 “반도체 수출이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따른 수요 증가와 5G 스마트폰 시장 확대에 힘입어 5.1% 늘어난 1000억 달러 고지에 올라설 전망”이라며 “메모리 반도체의 수출이 견조하게 증가하는 가운데 전 세계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공급 부족으로 국내 수주 물량이 증가하면서 시스템반도체 수출도 함께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바이오헬스의 2020년 1~11월 누적 수출액은 122억 달러다. 2018년 같은 기간보다 49.0% 증가했고, 사상 처음으로 연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1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새해 전망도 밝다.
친환경차 역시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부상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2020년 1~11월 누적 국내 자동차 수출량은 21.9% 감소했다. 친환경차는 사정이 다르다. 전기차 수출은 40개월 연속 증가했다. 친환경차 전체 수출 중 전기차 비중이 45.2%에 달한다. 2020년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1, 2분기에 전년 대비 각각 10%, 20% 마이너스 성장한 것과 대조된다. 전기차 수출과 함께 2차전지 분야도 주목된다. 2025년 전세계 배터리 시장 규모는 1670억 달러로 확대돼 1500억 달러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업체의 성장세는 가파를 전망이다.
코로나19로 특수를 누린 게임 산업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 게임사의 2020년 1~3분기 누적 해외 매출을 살펴보면 넷마블 1조 3708억 원, 넥슨 1조 1572억 원, 크래프톤 1조 1527억 원, 엔씨소프트 3156억 원, 펄어비스 2932억 원, 컴투스 2974억 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중견 게임사들의 해외 매출까지 합치면 그 규모가 상당하다.
이 밖에도 화장품은 6개월 연속 증가하며 11월 중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농수산식품도 11월 월간 역대 최고 수출을 기록하며 연간 최대 실적 경신이 확실시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월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년 경제정책방향’과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정부 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차 통해 목표 달성할까
12월 17일 정부는 ‘2021년 경제정책방향’을 확정했다. 2020년 경제성장률을 -1.1%로, 새해 성장률을 3.2%로 예상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성장 전망치를 2.4%에서 0.1%까지 낮췄으나 결국 ‘역성장’을 막진 못한 셈이다. 우리 경제는 1980년(-1.6%)과 1998년(-5.1%)에 이어 세 번째 역성장을 기록했다. 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경제 활력을 높여 2021년 경제성장률을 3.2%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국내외 주요 기관의 전망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국내 경기회복과 미래먹거리 확보를 위해 재정·금융·세제 등을 총동원할 방침이다. 우선 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차 등 ‘빅3’ 산업을 세계 1위 경쟁력 확보 목표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내수를 위해서는 새해 예산의 63%를 상반기에 집행하고 정책금융공급 규모도 495조 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수출 8.6% 성장을 위한 방안도 내놓았다. 256조 원 규모의 수출금융, 최대 50% 수준의 선적공간 확보 등을 제시했다. 특히 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차 등 빅3 산업의 세계 1위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육성지원 △규제혁파 △생태계조성 △인프라확충 등 4개 방면에서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빅3 관련 예산을 3조 1000억 원에서 4조 2000억 원으로 37%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글로벌 시장 점유율 25%, 미래차 133만 대 보급, 바이오헬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 3%·수출액 300억 달러라는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바이오헬스는 기술 발전, 의료환경 변화에 맞춰 규제를 개선한다. 2조 2000억 원 상당의 국가 신약 연구개발(R&D) 사업에 착수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021년에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사회구조 대변혁도 대비해야 한다”며 “빅3 산업은 세계 1위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집중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5G, 플랫폼 등의 영향으로 수요가 증가해 2021년에 반도체 산업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게임, 바이오헬스는 그 산업의 수출 규모나 경쟁력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BBIG 산업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자동차, 조선 등 기존의 제조업 산업에서도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