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난 가수 구하라의 재산과 관련, 자녀의 양육 및 부양의 의무를 다 하지 않은 친모에게도 40%의 권리가 인정됐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와 관련해 노종언 변호사는 “한부모가정에서 한부모가 자식을 홀로 양육한 사정에 대하여, 법원은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주류적인 판례”라며 “현행 법 체계 하에서 제반 사정 등을 고려해 기여분을 인정해준 이번 법원의 판단은 구하라법이 아직 통과되지 않은 현행 법 체계 하에서 기존의 법원의 입장에서 진일보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재판에서 법원은 고 구하라의 유가족의 기여분을 인정한 이유로 “부모는 이혼을 하더라도 미성년인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는데, (구하라의) 아버지가 약 12년 동안 상대방의 도움 없이 혼자 양육한 것을 단순히 아버지의 미성년인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 이행의 일환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부모 중 한 명 만이 아이를 양육할 경우에는 배우자의 법정상속분과 같은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 같은 기여분 제도를 이용해 구하라를 장기간 홀로 양육한 아버지의 법정 상속분을 수정할 필요성이 더 크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또 친모가 12년 동안 딸을 단 한 차례도 면접교섭하지 않은 점, 아버지가 친모와 구하라의 면접교섭을 방해한 바가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사실상 친모가 구하라에 대해 부양의무를 이행할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이와 더불어 미성년인 자녀에 대한 부모의 양육의무에 대해 법원은 “단순히 부모가 양육에 관한 비용을 부담함으로써 그 이행이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신체적, 정신적 발달을 위해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하여야 할 포괄적 의무”라고 설명하며 “아버지가 구하라의 가수활동에 따른 수입으로 양육 비용을 별도 부담하지 않았다더라도 구하라를 양육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짚었다. 이처럼 아버지가 구하라를 특별히 부양해 왔다는 점이 인정되면서 유가족들의 기여분을 최종적으로 20%로 정한다고 법원은 밝혔다. 이에 따라 기여분을 포함해 구하라의 유가족 측은 전체 재산의 60%를, 친모는 40%를 각각 분할 상속받게 된다.
20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된 일명 ‘구하라법(민법 개정안)’ 대해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과 고(故) 구하라씨의 친오빠 구호인씨 등이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 끝내고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그럼에도 이처럼 양육이나 부양에 기여한 바가 없다는 점이 지적된 친모에게조차 40%의 상속분이 인정된 것에 대해 아쉬움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노 변호사는 “구하라 법 개정이 없는 한 자식을 버린 부모에 대한 완전한 상속권 상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고 호소했다.
앞서 구호인 씨는 재산 상속권을 주장하고 나선 친모에 대한 소송과 함께 자녀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재산 상속을 제한하는 ‘구하라 법’ 입법을 국회에 청원했다.
구하라의 친모는 구하라가 9살이던 때 집을 나가 근 20여 년 간 연락이 닿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나타난 것은 지난해 11월 딸이 숨진 뒤, 오빠 호인 씨가 구하라의 부동산을 처분하면서의 일이다. 친모의 법률대리인을 주장한 변호사가 부동산 매각대금 절반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구하라의 유가족이 친모를 상대로 상속재산분할심판 소송을 제기했다. 약 9개월간 이어진 소송의 끝에서도 ‘구하라 법’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결국 친모의 상속 권한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결론이 내려진 셈이다.
노종언 변호사는 “구하라 법의 통과가 절실하고, 저희들은 구하라 법 통과를 위해 멈춤 없이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며 “여러분들의 구하라 법 통과를 위한 계속적인 관심과 응원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