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난 김종철 정의당 대표(왼쪽)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사진=박은숙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안철수 대표는 12월 20일 국회에서 가진 출마회견에서 “지금의 암울한 현실을 바꾸려면 정권교체 외에는 그 어떤 답도 없다”며 “지금은 대선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정권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만은 내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결자해지의 각오와 서울의 발전과 혁신을 다짐하며 출마에 매진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에서는 이미 이혜훈·김선동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등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나경원 전 의원도 출마에 무게를 두고 시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공식적으로는 출마에 선을 긋고 있지만 오세훈 전 시장의 출마 여부도 주목된다. 이처럼 중진 정치인들이 잇따라 등판하자 보수진영에선 흥행에 성공할 것이란 기대감이 퍼지는 모습이다.
현재 각 정당 지지율은 엎치락뒤치락 반복하며 팽팽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의 12월 3주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경우 국민의힘이 31.9%, 더불어민주당이 27.5%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다. 열린민주당은 7.2%, 국민의당 5.0%, 정의당 3.4%를 보였다. 수치상으로 보면 범여권이 38.1%, 범야권이 36.9%다. 결국 양 진영이 가진 역량을 총집결해야 승리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리얼미터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여론조사업체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전국 단위 선거에서 네 번을 내리 패배해 더 이상 밀릴 곳이 없는 보수진영에서는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 재편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안철수 대표도 기자회견에서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야권이 힘을 합해야 하고, 야권 단일후보로 맞서 싸워야 한다”며 “야권 단일후보로 당당히 나서 정권의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방식과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를 진행해야 하지만, 야권 후보 단일화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범야권에서는 후보 단일화 재편 논의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범여권에서는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2020년 11월 당 안팎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당헌 개정을 통해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다. 4선 중진 우상호 의원이 이미 서울시장 출사표를 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박주민 의원은 막바지 고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정의당은 11월 9일 당 산하 재보선 기획단을 띄우고 본격적인 선거 체제에 돌입했다. ‘민주당 2중대’ 꼬리표를 떼어내려 하는 정의당은 일찌감치 ‘독자후보’ ‘완주’ 입장을 밝혔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여러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민주당이 신보수 정당이 되고 있다”며 “후보 단일화 없이 끝까지 독자적으로 완주해 시민의 선택을 받겠다”고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더 나아가 정의당은 자신들의 위치를 야권이라고 정의했다. 정의당은 앞서 안철수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 출마회견을 하며 언급한 ‘야권 단일후보’ 표현을 두고 “무례하고 옳지 않다”며 “착각은 자유라지만 대체 누가 자신을 야권 단일후보로 만들어줬다는 건지 안쓰럽기만 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의당도 야당”이라며 “정의당은 가치와 정책이 다른 정당과 선거연대를 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정의당 내부에서도 독자노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정의당 한 관계자는 “민주당 지자체장의 문제로 치러지는 선거인데, 당헌 당규를 고치면서까지 후보를 공천한 민주당과 선거 연대는 말이 안 된다”면서도 “그럼에도 4월 보궐선거는 초박빙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런 와중에 단일화 없이 표가 분산돼, 결국 진보진영이 패배했을 경우 많은 비난이 정의당에 쏠릴 수 있다”고 했다.
정의당은 민주당과 차별성을 강조하며 4월 총선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참여 반대, 일부 의원들의 박원순 전 서울시장 조문 거부 등으로 각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일부 지지자들에게 비판을 받았고, 지지율도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4월 보궐선거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걱정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또 다른 정의당 관계자는 “이미 지난 총선부터 민주대연합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해왔다. 실제 단일화와 연대 없이 치렀다”며 “이번 보궐선거에서도 각자 정책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 선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 설치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을 방문해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등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박은숙 기자
정의당과 달리, 열린민주당은 민주당과 선거 연대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놓지는 않았다. 열린민주당 한 관계자는 “아직 후보도 안 냈는데 연대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 사전에 물밑조율을 통해 후보를 정하거나 하지 않는다. 열린민주당의 후보 공천에 민주당과 연대는 전혀 변수가 아니다”라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후보 단일화도 그중 하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4월 총선 이후 거론돼왔던 민주당과의 합당도 별다른 진행상황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합당은 민주당에 달린 것이다. 민주당에서 먼저 제안을 해야 열린민주당도 조건에 대해 논의해볼 수 있다. 아직은 전혀 움직임이 없다”며 “현재로선 열린민주당도 정당인 이상 선거가 치러지는데 후보를 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한 3선 의원 역시 “당내에서도 아직은 제대로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의당과 열린민주당과 단일화나 연대 없이 보궐선거에서 승리하기는 쉽지 않다”며 “각 당에 후보군 윤곽이 나오면 연대 필요성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 3선 의원은 오히려 야권의 단일후보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안철수 대표가 야권 단일후보를 칭하고 나섰다. 하지만 김종인 비대위원장이나 당내 후보들이 쉽게 인정할 가능성이 낮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사이에 단일화 방식에 대한 이견도 좁히기 쉽지 않을 것이다. 잡음이 나기 시작하면 오히려 야권 내홍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