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원석 전 회장은 애초 뉴스앵커였던 장은영씨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한다. 사진은 95년 무렵의 최 전 회장과 방송에서 맹활약하던 장씨 모습. | ||
기자가 아는 두 사람의 만남에 얽힌 사연은 이렇다. 기자가 최 전 회장을 처음 만난 것은 1994년 10월 무렵이었다. 당시 기자는 건설업계를 출입하고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최 전 회장은 리비아대수로 2차공사를 수주하면서 뉴스의 인물이었다. 그 즈음 동아그룹 홍보임원인 최아무개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최 전 회장을 인터뷰해달라’는 것이었다.
최 회장을 만난 것은 임원이 전화를 건 그날 저녁이었다. 최 전 회장의 사무실은 서소문에 있던 동아그룹 본사 맨꼭대기층이었다. 회장실에 들어서자 최 전 회장은 매우 반갑게 맞았다. 그의 첫 인상은 호남형이었다. 목소리도 약간은 허스키했지만 남자다웠다.
대수로 사업과 관련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인터뷰 말미에 최 전 회장의 사생활로 화제가 넘어갔다. 사실 최 전 회장은 사업도 사업이지만 개인 생활에 대한 부분도 독자들의 궁금사항이었다. 몇 번의 결혼을 했고, 특히 당시 부인이던 배인순씨도 한때 이름을 날렸던 가수라는 점에서 그에 대한 독자들의 호기심은 매우 크다고 기자는 생각했다.
갑작스런 개인적인 질문에 최 전 회장은 뜬금없이 이렇게 말했다. “남자는 말이요.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와 사귀어야 합니다. 나이와는 무관하게 말입니다.”
둥근 원탁형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인터뷰를 하던 기자는 그의 말에 다소 놀랐다. 그러면서 문득 눈길을 그의 뒤편에 있는 집무 책상으로 돌려봤다. 정확히 볼 수는 없었지만 책상위에는 낯익은 여성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가로세로 20cm 크기의 사진이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사진의 주인공은 당시 뉴스앵커로 인기가 높았던 장은영씨였다.
기자는 사진속 주인공과 최 전 회장의 말을 연결지어 아무런 의미없이 이런 말을 던졌다. “저 분 사진이 왜 회장님의 책상 위에 있습니까. 두 분이 친하신 모양이지요?” 물론 이 질문은 그냥 웃자고 던진 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회장실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최 회장의 표정은 물론이고, 인터뷰 내내 배석하고 있던 최아무개 임원의 얼굴도 순간 상기되는 듯했다. 기자는 속으로 큰 결례를 했다고 자책을 했다. 좋은 자리에서 엉뚱한 소리를 해 괜히 분위기를 망쳤다는 생각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얼른 다른 분야로 화제를 돌려 30분 정도 더 대화를 나누곤 회장실을 나왔다.
▲ 2002년 5월 최원석-장은영 부부가 딸 최유정씨의 결혼식에서 하객을 맞고 있다. 최 전 회장과 장은영씨의 사랑은 90년대 말 재계 최대 화젯거리였다. | ||
기자는 처음에 전혀 느낌이 없었지만 그 같은 동아그룹측의 반응에 오히려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혹시 최 전 회장과 장은영씨가 아주 친밀한 관계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얼마 후 기자는 평소 친분이 있던 동아그룹의 또 다른 고위 임원을 만났다. 그 임원에게 노골적으로 최 전 회장의 사생활(장은영씨와 무슨 관계인가라는 질문)과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처음에 그 임원은 이런저런 얘기로 화제를 돌리다가 집요한 질문에 비보도를 전제로 다음과 같이 전했다. “글쎄,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보통사이가 아닌 것 같애. 출장도 같이 가고….”
그러면서 그 임원은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과정도 전해주었다. 물론 이 내용도 그 임원이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말해준 것이어서 정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자가 당시 파악한 최 전 회장과 장씨의 만남은 이러했다.
최 전 회장이 장씨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은 92년께였다고 한다. 당시 최 회장은 뉴스앵커였던 장씨의 대단한 팬이었다는 것. 최 전 회장의 열성은 장씨가 진행하던 뉴스시간대에 동아그룹의 광고를 반드시 넣도록 지시할 정도였다.
그러던 중 동아그룹에서는 하반기 임직원 단합대회를 강원도 속초에서 열게 됐다. 임직원 5천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회사 잔치였다. 물론 행사 뒤풀이로 연예인들을 초청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최 전 회장은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장씨를 섭외토록 담당자들에게 특별지시했다고 한다.
장씨는 시간을 지켜야 하는 뉴스앵커이기 때문에 자리를 쉽게 비울 수 없는 처지였지만 동아그룹측의 간곡한 요청에 의해 장씨는 사회를 맡게 됐다. 물론 프로그램이 끝난 뒤 장씨와 함께 초청된 남자 사회자와 동아그룹 임원들, 그리고 최 전 회장은 속초 해변에서 화려한 뒤풀이 모임도 가졌다. 서너 시간에 걸쳐 밤늦게까지 계속된 이 모임을 통해 두 사람은 급속히 가까워졌다. 물론 두 사람을 위해 주변의 배려도 없지 않았다.
어쨌든 이 만남 이후 두 사람은 여러 가지 이유로 잦은 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어떤 때는 최 전 회장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장씨가 근무하던 직장까지 찾아가 평소 안면이 두터웠던 방송국 고위간부를 만나기도 했다. 이 같은 행차는 당연히 장씨를 자연스럽게 만나기 위한 것이었음은 물론이다. 자주 얼굴을 마주쳐야 서로에게 호감이 가는 법. 그러다 두 사람은 저녁식사도 같이 하게 됐고, 나중에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까지 발전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는 94년 무렵엔 이 미 회사 임원들을 비롯한 최 전 회장과 친한 사람들은 거의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특별히 스캔들로 터지지 않도록 회사측은 쉬쉬하던 차였다는 것이다.
정선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