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좋아하면 울리는’에 이어 올해 ‘스위트홈’으로 잇달아 넷플릭스 주연작을 공개하는 송강에겐 ‘넷플릭스의 아들’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비교적 국내에서 좀 더 인기가 많았던 ‘좋아하면 울리는’과 다르게 ‘스위트홈’은 190여 개국에 공개된 직후 일일 랭킹 톱10을 계속해서 차지하는 등 세계적으로 뜨거운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 팬들이 익숙해 하고 또 좋아하는 ‘크리처’(괴물)와 ‘서바이벌’(생존) 장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장르의 장점을 더욱 극대화시키는 배우들의 열연도 인기에 큰 몫을 더하고 있었다. 주인공인 차현수를 맡은 송강이 캐릭터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한 노력이 빛을 발한 셈이다.
“한 드라마의 주인공을 맡는다는 것에 책임감도, 부담감도 많이 느껴요. 그런 부분을 이겨내기 위해 캐릭터 자체에 많이 의지하려 했어요. 캐스팅 소식을 들은 뒤부턴 계속 현수를 생각하려고 애썼죠. 길을 걷다가도 ‘현수라면 이렇게 걷지 않았을까’ 하고, 커피를 주문할 때도 ‘현수라면 이렇게 주문할 것 같은데’ 하면서요. 어떻게 하면 내 안에 있는 가장 내성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은둔형 외톨이인 현수를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게 제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송강은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특히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공을 들인 부분을 강조했다. 극중 차현수는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고, 학교에서는 학교 폭력의 피해를 당하면서 마음의 문을 닫고 은둔형 외톨이가 된 소년이다. 자신을 상처 입은 사회와 사람들에게 깊은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결국 그들을 괴물로부터 지키기 위해 다시 돌아서는 ‘성장형 주인공’이기도 하다.
극중 송강이 맡은 차현수는 사회와 인간에 배신당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은둔형 외톨이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위트홈’의 주인공 차현수가 되기 위해 캐스팅 이후의 삶에서 송강을 덜어내고, 차현수를 더했다고 했다. 시청자들이 차현수를 살아있는 캐릭터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려면 차현수의 삶을 송강이 먼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하루 종일 불을 꺼놓고 엎드려 있는가 하면 촬영 현장에 가기 전에 그냥 엄청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현수가 혼자 쭈그려 앉아 있는 상상도 많이 하고 그랬어요. ‘난 정말 혼자다.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그냥 죽어 버릴까’ 하는 (현수 같은) 생각들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현수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었죠. 처음 촬영 때 현수 복장을 입으려고 보니까 양말이 같은 색이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뭔가 현수답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짝짝이 양말을 신고 감독님께 ‘현수라면 이렇게 신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하니까 좋다고 하셨어요. 그 부분은 제가 생각해 낸 디테일이에요(웃음).”
제대로 된 캐릭터 연구가 함께 진행됐음에도 연기할 때마다 어려움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크리처’가 등장하는 장르물 드라마의 특성상 CG로만 처리하는 신이 많은 탓이다. 특수 분장한 배우들을 상대로 연기할 때도 물론 있었지만 아무 것도 없는 허공을 보며 상상으로 연기해야 할 때도 많았다. 그럼에도 송강은 연기할 때를 떠올리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눈빛부터 초롱초롱 빛났다. 신마다 첫 경험이었기에 놀랐거나, 신나거나, 신기하다는 말로밖에 표현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크리처’ 장르물인 ‘스위트홈’에는 특수분장과 CG가 많이 사용됐다. 고가의 제작비 때문에 송강은 괴물들을 공격할 때 조심해야 했다고 말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그렇다고 연기와 현장이 늘 즐거울 수만은 없었다. 주연이 가지는 부담과 책임감 탓이었다. 2017년 데뷔해서 단 2년 만에 모든 작품의 주연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은 누군가에겐 꿈이거나 부러움의 대상일 수 있다. 그러나 요행으로 오른 자리가 아니었기에 늘 지난 좌절을 곱씹고,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는 일을 일상처럼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촬영을 하다가도 ‘이게 맞나’, 중간까지 찍었는데 ‘지금까지 내가 만들어 온 캐릭터가, 내가 한 연기가 맞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감독님과 소통을 많이 하려고 했어요. 그리고 저는 일기를 많이 쓰는데, 그렇게 하루의 일기를 쓰거나 전에 쓴 일기를 읽기도 하면서 (부담을) 이겨나가는 편인 것 같아요. 한편으론 제가 데뷔 후 4년 동안 정말 좌절도 많이 겪었고, 느낀 것도 많았고, 준비도 많이 하면서 그렇게 살아 왔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뭉쳐서) 지금의 저를 만든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이제 겨우 데뷔 4년 차 신인배우인 만큼 송강은 앞으로 더 걸어가야 할 길이 멀다. 첫 장르물 도전을 무사히 마치고 호평까지 들으면서 작품이 그를 선택하기에도, 그가 작품을 선택하기에도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스위트홈’이 터닝 포인트가 될 그에게는 앞으로 연기할 작품도, 만들어내야 할 캐릭터도 많았다. 그렇게 쏟아지는 기대처럼 자신이 잘 해내고 싶은 욕심도 그만큼 많다고 했다.
“제가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가 있는데, 이제까지 제가 학생 역할을 굉장히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는 성숙한 모습을 더 보여드리고 싶어요. 자기개발도 더 열심히 하고 성숙해지면 누아르 장르도 한 번 해봤으면 좋겠어요(웃음). 원래는 사람 냄새 나는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요즘은 희로애락의 감정을 정말 잘 표현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틀에 갇히지 않고 날 것의 감정을 연기하는 배우. 그래서 캐릭터에 찰떡인 배우, 잘 맞는 배우로 인식되면 정말 너무 좋을 것 같아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