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도 1학기 기말고사 기간에 대면 고사를 치르려 입장하는 학생이 체온측정을 하는 장면. 사진=연합뉴스
12월 17일 서울 소재 사립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주 아무개 씨는 기말고사를 치르기 위해 오랜만에 학교에 등교했다. 2020학년도 2학기가 개강한 뒤 비대면으로만 수업을 진행하다 기말고사 기간이 돼서야 학교를 찾았다. 그러나 주 씨의 마음은 불안했다. 주 씨가 경제학 전공 시험을 보러 학교에 간 날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64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까닭이다.
주 씨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증가하는데 학교 측에서 명확한 지침을 내려주지 않았다”면서 “전국적인 대유행이 다시 시작되는 상황에서 수업은 다 비대면으로 진행해놓고 시험만 대면으로 치르는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주 씨는 “그간 비대면 시험 사례에서 부정행위가 속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그래도 학생들의 건강을 먼저 고려해 방침을 정하는 것이 학교의 몫이다. ‘부정행위를 막을 방법이 없으니 대면으로 시험 보자’ 이건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서울 소재 다른 사립대학 2학년 김 아무개 씨는 “수업에서 다수결로 대면 기말고사 여부를 결정했다”고 했다. 그런데 방식이 독특했다. 비대면 시험과 대면 시험 중 더 많은 표를 얻은 쪽으로 의사가 결정되는 게 아니었다고 한다. 김 씨는 “비대면 시험을 치르려면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고 안내받았다”면서 “한 명이라도 비대면 시험에 반대할 경우 대면고사를 치른다고 했다. 수업 대부분이 그랬다”고 했다.
투표는 대부분 영상 강의 플랫폼에서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대면으로 보고 싶다는 학생이 두 명 정도 나왔다. 김 씨는 확진자가 1078명 나온 12월 15일 울며 겨자 먹기로 시험을 보러 학교에 갔다. 김 씨는 “비대면 시험은 만장일치 조건이 필요하고 대면 시험은 한 명이라도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강행한다는 사고방식이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F학점을 받지 않으려면 코로나19가 걱정돼도 어쩔 수 있겠느냐”며 “결국 학교에 가서 시험을 보고 왔다”고 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일부 대학들이 대면 고사를 강행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몇몇 대학은 교수에게 재량을 주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면서 대면고사 분위기를 만들었다”면서 “대학 당국이 직접 비대면 시험을 방침으로 내려주지 않으면 대부분 교수들은 대면고사를 선호할 것”이라고 했다.
충남 아산 선문대학교 캠퍼스 내에 설치된 선별진료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소재 대부분 대학들은 급격한 코로나19 확산세에 기말고사를 비대면으로 전환했다. 대면 고사를 계획했다가 12월 7일 확진자 증가로 계획을 변경한 서강대가 대표적 예다. 이화여대와 고려대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이후 기말고사 전면 비대면 방침을 확정했다.
경희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는 애초에 비대면 시험을 학교 방침으로 적용했다. 그러나 모든 대학이 똑같은 지침을 적용받지 못한다면 방역 사각지대가 생길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와 2.5단계에서 대학교 시험은 ‘비대면’이 필수가 아닌 권고사항이다. 대면으로 시험을 봐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한 서울 소재 대학교 관계자는 “어쩌면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가장 큰 사각지대가 시험기간 대학교라고 생각한다”면서 “몇몇 대학은 이미 캠퍼스에서 확진자가 나온 사례가 있는데도 대면 시험을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르면 대면 시험을 봐도 된다. 그에 따른 지침은 교육부가 내려줘야 하는데, 교육부가 아무런 제스처가 없다보니 대학들이 통일되지 않고 우왕좌왕하며 각자 다른 지침을 적용해 기말고사를 진행했다.”
또 다른 교육계 관계자도 “사각지대는 어떤 상황이든 나올 수 있는데 이번 기말고사 이슈와 같은 경우엔 아직도 교육부의 명확한 메시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집단 부정행위와 같은 비대면 시험 부작용은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그 문제를 ‘대면 시험’이라는 해결책으로 풀 게 아니라 부정행위 방지 시스템 등을 정부와 대학교들이 효율적으로 협의해 조성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논란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없다. 각 대학이 방역당국 지침 따른다. 교육부가 따로 지침을 내리면 대학이 많이 혼란스러워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