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포쿠스>는 최근 부쩍 늘어난 러시아 신흥재벌들의 ‘안주인’ 자리를 노리는 젊은 여성들이 광풍처럼 늘고 있다고 전한다. 작은 사진은 모스크바의 한 클럽 모습. |
러시아의 작은 도시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이렇다 할 직업을 찾지 못했던 다샤(가명)의 꿈은 ‘사모님’이다. 그저 그런 사모님이 아니라 내로라하는 백만장자 혹은 억만장자와 결혼해서 원 없이 돈을 쓰면서 사는 것이 인생 최대의 목표다.
미모를 자랑하는 그녀는 고향을 떠나 모스크바로 온 이유에 대해서 “남편이 벌어오는 500유로(약 75만 원)의 월급으로 생활을 꾸리고, 술을 마시고 들어올 때마다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고, 아이들을 낳아 키우고… 난 친구들이 사는 것처럼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백마 탄 왕자님을 찾아 모스크바로 온 그녀가 처음 발을 들여놓은 곳은 한 모델 에이전시였다. 그런데 이곳의 여성들이 패션쇼 무대에 오르거나 모델 활동을 하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 ‘스폰서’를 찾기 위해서다. 말하자면 돈 많은 갑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모델이라는 직업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모델 지망생’을 가장한 여성들은 종종 모스크바의 부자들이 단골로 드나드는 클럽이나 레스토랑을 돌아다니면서 사냥감을 물색한다. 부자들에게 언젠가 아내로 간택되길 바라는 여성들은 부호들의 일일 데이트 상대로 일을 하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초보인 경우에는 보통 일당으로 500달러(약 58만 원)를 받고, 경력이 쌓이면 하루에 1000달러(약 120만 원)까지 벌기도 한다.
물론 밤에도 일을 할 수 있지만 다샤는 가급적 밤일은 나가지 않는다. 왠지 고객들이 자신을 매춘부로 대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처럼 부호들만 상대하는 여성들은 일반인들을 상대하는 매춘부들과 분명히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우리는 격 높은 상류층들만 대한다. 그들은 매너도 좋고 품위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다샤의 입에서 나온 남성들의 이름은 내로라하는 ‘포브스 부호 명단’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런 까닭에 이런 부호들을 상대하는 ‘모델 지망생’들은 평소 엄격한 에티켓 교육과 상류층 예절을 몸에 익히고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 다샤는 자신이 실수했던 경험담을 하나 털어 놓았다. 한 유명한 갑부가 지중해 연안의 호텔 하나를 통째로 빌려서 대형파티를 주최했다.
다샤처럼 파티에 고용된 젊은 여성들은 파티에 참석하기 전 반드시 엄격한 에티켓 교육을 받아야 했으며, 기본 규칙은 ‘절대로 욕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소파에 앉아 한 근사한 기업 경영인과 몸을 비비면서 이야기를 나누던 다샤는 그만 자신의 신세 한탄을 하다가 말 중간에 욕을 하고 말았다. 더욱 운이 나빴던 것은 마침 가까운 곳에 있던 파티 주인이 다샤의 말을 듣고는 얼굴이 새빨개질 만큼 화를 냈다는 것이었다. 결국 다샤는 그 부호가 주최하는 파티에는 그 후로 절대 초대받지 못했다.
하지만 얼마 후 각고의 노력 끝에 다샤는 결국 원하는 남자를 만날 수 있었다. 일을 시작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았을 무렵 한 러시아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를 만나 진지한(?) 관계로 발전한 것이다. 마흔도 안 된 젊은 나이에 일찌감치 백만장자가 된 그 남자는 비록 결혼한 유부남이었지만 다샤에겐 든든한 스폰서였다. 게다가 다샤는 이 남자의 아이까지 임신하면서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너무 순진했던 걸까. 다샤는 남자로부터 “아이는 절대 안 돼!”라는 협박을 받고는 결국 아이를 지우고 말았다. 그녀는 얼마 안 가 자신이 커다란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를 지운 직후 남자가 심장발작을 일으키면서 죽을 고비를 겨우 넘긴 것이다. 당시 개인 제트기를 타고 부리나케 독일로 날아가서 수술을 받은 후 간신히 목숨을 건졌던 그는 곧 다샤와의 관계를 정리했다. 병상에 누워서 행여 발생할지 모르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재산 및 상속 관계를 정리하던 중 법적인 배우자인 아내에게 모든 재산을 남기는 유언장을 작성했다. 물론 첩이었던 다샤에게는 한 푼도 돌아가지 않았다. 결국 그 남자와 헤어진 다샤에게 남은 것이라곤 선물로 받았던 독일제 고급 승용차 한 대와 25만 유로(약 3억 8000만 원)의 방 두 개짜리 아파트가 전부다.
다샤는 “만일 내가 아이를 지우지 않았다면 그 남자는 나를 그렇게 쉽게 버리진 않았을 것이다. 아마 그랬다면 평생 생활비 걱정은 안 했을 텐데”라며 후회하고 있다.
다샤처럼 갑부를 만나 하루아침에 인생역전을 꿈꾸는 러시아 여성들은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러시아 일간 <오고니오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여성들의 약 60%가 “물질적으로 만족을 주지 않는 남자는 진지하게 사귀고 싶지 않다”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가 있으면 당연히 공급도 있게 마련. 러시아 갑부들 사이에서는 언제부턴가 고급 승용차, 개인 제트기, 보석 등과 함께 젊고 아름다운 여성들을 첩으로 두는 것이 하나의 부의 상징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누가 더 많이 젊은 여성들을 애인으로 두고 있느냐가 경쟁처럼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모스크바 인근의 부촌인 루블료브카에 위치한 ‘네오 비타 클리닉’의 원장인 아트욤 톨로코닌은 “그런 관계는 물물거래일 뿐이다. 나는 몸을 줄 테니 당신은 나에게 집을 달라는 식이다. 따라서 이런 관계는 서로 금세 싫증을 느끼게 된다. 또한 첩들이 가정불화로 인해 받은 남자들의 상처를 위로해 주는 것도 아니다”라고 충고했다.
부호들의 정신과 상담 및 심리치료를 맡고 있는 톨로코닌은 “러시아의 부자들이 이처럼 젊고 아름다운 여성들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자수성가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콤플렉스 때문에 자신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에는 억만장자가 50명 이상, 그리고 백만장자는 10만 명 이상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대부분은 90년대 중반 민영화된 국영기업을 사들이면서 돈방석에 앉거나 석유 및 원자재 가격의 상승에 따라 순식간에 큰돈을 만진 경우다. 이런 까닭에 러시아의 내로라하는 부호들은 40대 초중반의 젊은 나이를 자랑하는 경우가 많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블라디미르 리신(53)
무일푼에서 부를 이뤄낸 자수성가형이다. 처음 직업은 광산에서 일하는 정비공이었다. 시베리아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철강 노동자로 일하다가 1991년 모스크바로 건너왔다. 무역회사인 ‘트랜스월드 그룹’에서 일하던 중 이 회사가 러시아 내 알루미늄 및 철강 수출을 독점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철강 산업에 뛰어들었다.
미하일 프로호로프(44)
공산주의 몰락 당시 국영기업이었던 세계 최대의 니켈 생산 기업인 ‘노릴스크’를 인수하면서 돈방석에 앉았다. 2007년 동업자와의 자산 분리를 선언하면서 사장직에서 사임했고, 같은 해 투자기업인 ‘온엑심’ 그룹을 설립했다. 2008년에는 러시아 억만장자 1위에 등극한 바 있으며,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지난해 미국의 프로농구팀인 ‘뉴저지 네츠’의 구단주가 됐다.
미하일 프리드만(45)
처음에는 개인용 컴퓨터 조립과 판매를 했던 그는 그후 공격적인 기업 인수 및 합병을 통해 ‘알파 그룹’을 10년 만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웠다. 현재 러시아 최고의 금융재벌로 러시아 최대 민간은행인 ‘알파은행’을 소유하고 있으며, 석유기업 ‘TNK-BP’, 이동통신회사 ‘빔텔콤’과 ‘메가폰’ 등을 소유하고 있다.
로만 아브라모비치(43)
어린 시절에는 가난한 고아였지만 1992~1995년 3년 동안 정유회사 5개를 인수하면서 신흥재벌로 급부상했다. ‘시브네프트’를 인수한 후 국제유가가 상승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억만장자가 됐으며, 그 후 러시아 최대 정유회사인 ‘유코스’를 합병하면서 빠른 속도로 부를 축적했다. 2003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FC 첼시 구단주가 되면서 화제가 됐다.
올레그 데리파스카(42)
‘알루미늄 재벌’로 불리고 있으며, 세계 1위 알루미늄 기업인 ‘루살’과 러시아 2위 알루미늄업체인 ‘수알’ 그리고 스위스 원자재 기업인 ‘글렌코어’를 합병하면서 재산이 대폭 늘어났다.
처음 철강 중개상으로 일을 시작한 지 10년 만에 러시아 내 알루미늄 시장을 평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호들의 요트 경쟁
슈퍼리치들의 초호화 ‘장난감’
⊙‘이클립스’호
세계 최대의 길이를 자랑하는 개인 요트로 전장만 무려 163m에 달한다. 러시아 부호 로만 아브라모비치 소유로 웬만한 해군전함 못지않은 규모며, 약 5억 유로(약 7500억 원)가 소요됐다.
실내에는 800개의 객실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손님용 객실 8개와 VIP 객실 2개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아브라모비치 개인 침실의 침대에서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천정이 열리면서 하늘이 보인다. 갑판 위에 설치된 수영장은 개인 요트로서는 최고의 크기이며, 벽은 대리석으로 마감되었고 바닥은 모자이크로 이루어져 있다. 햇빛을 받으면 반짝이면서 빛나기 때문에 마치 별들 위에서 수영하는 기분이라고.
이밖에도 피트니스클럽, 사우나실, 미용실, 오락실 등이 구비되어 있으며, 아브라모비치의 여섯 자녀를 위한 영화관도 설치되어 있다. 갑판 위에 설치된 헬리콥터 이착륙장은 아브라모비치의 헬리콥터가 착륙하면 갑판 아래로 자동으로 내려가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세계 최대 길이’라는 기록은 조만간 또 깨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한 익명의 아랍 부호가 180m짜리 요트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두바이’호
전장 162m로 아브라모비치의 요트가 완성되기 전까지 ‘세계 최대 길이’를 자랑했다. 2006년 건조됐으며 현재 두바이 지도자인 셰이크 무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마크툼의 전용 요트로 사용되고 있다. ‘바다 위의 집무실’이라고 불릴 정도로 요트 위에서 업무를 보거나 생활하는 날이 많다.
⊙‘알 사이드’호
전장 155m. 오만의 국왕인 술탄 카부스의 소유로 2008년 제작됐다. 이 요트는 총 154명의 승무원과 70명의 손님을 태울 수 있으며, 클래식 애호가인 국왕의 기호에 맞춰 50명의 오케스트라단이 연주할 수 있는 콘서트홀이 특별히 설치되어 있다.
⊙‘프린스 압둘라지즈’호
147m의 길이를 자랑하는 호화 요트로 현재 사우디 왕족들이 보유하고 있는 요트 가운데 하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파드 국왕이 제작했으며, 자신의 아들인 압둘라 빈 압둘라지즈 왕자의 이름을 따서 ‘프린스 압둘라지즈’라고 지었다.
⊙‘엘 호리야’호
이집트 대통령이 소유하고 있는 요트며, 142.72m의 길이를 자랑한다. 1856년 런던에서 제작된 최고령 요트로 당시 이집트 왕을 위해 제작되었다. 현재 알렉산드리아 항구에 정박해서 이집트 해군의 훈련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라이징 선’호
오라클의 창립자인 래리 엘리슨과 미디어 재벌 데이비드 케펜의 공동 소유로 길이는 138.4m다. 요트 주문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립자인 폴 앨런의 요트보다 더 커야 한다는 특별 주문을 했다는 소문이 있다.
5개의 갑판이 있으며, 자쿠지(물에서 기포가 생기게 만든 욕조) 딸린 욕실, 와인 저장고, 농구 코트 등이 있다.
⊙‘옥토퍼스’호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립자인 폴 앨런의 요트이며, 길이는 126m다. 지난 2003년 처음 완성됐을 때만 해도 세계 최고의 길이와 시설을 자랑했지만 지금은 10번째로 긴 요트가 됐다.
헬리콥터 이착륙장 두 곳을 비롯해 수영장, 농구장, 녹음실 등이 마련되어 있다. 잠수정을 두 대 싣고 다닐 수 있으며, 2억 달러(약 2300억 원)를 들여 만든 초호화 요트다.